강산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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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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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첫 소설집『강산무진』



우리는 오랫동안 신문과 잡지에서 김훈의 글을 보아왔다. 그러나 2001년『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받기 전까지, 그는 우리에게 ‘소설가 김훈’은 아니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에세이스트, 우리 시대의 문장가’가 그에게 따라붙던 수식어였다. 1995년『빗살무늬토기의 추억』을 펴낸 바 있고, 1998년『한 모금의 당신』을 연재하다 말았지만, 에세이스트가 소설을 쓴 것이었을 뿐, 소설가는 아니었다.
 
그런데 2001년, 그는 ‘우리 시대의 소설가’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첫 소설을 발표한 지 11년 만에 그는 첫 창작집 『강산무진』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가 첫 단편『화장』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03년 5월이었다. 나이 어린 동료 직원에게 연정을 품은 초로의 사내는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한다. 그녀에게 감히 ‘당신’이라고 말하지도 못한다. 뇌종양인 아내의 병수발을 하는 동안에도 원피스 옷깃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빗장뼈와 그 위로 드러난 푸른 정맥에 사내의 마음은 수줍게 떨린다. 아내의 빈소를 찾아 절을 하는 추은주의 완연한 몸매에도 그는 어쩔 줄을 모른다. 병들고 시들어가는 인간의 몸에 대한 적나라하고 섬뜩하리만큼 리얼한 묘사들이 돋보였던 이 첫 단편으로 그는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단편을 발표하고 1년 6개월이 지난 2004년 겨울에야 그는 두 번째 단편을 발표했고, 이듬해 5월에 발표한『언니의 폐경』으로 다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첫 단편을 발표한 지 꼭 삼 년 만에 첫 창작집『강산무진』이 출간됐다.

『강산무진』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8편의 작품들은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인물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저자는 주인공들의 직업에 대한 철저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들의 모습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그려냈다. 
 
또한 냉철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독특한 문체로 이야기를 더욱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저자만의 작가적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여전히 소설가로 불리길 꺼리며 자전거레이서로 불러달라고 한다. 하지만 이제 그는 독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한 지 오년 만에 세 개의 권위적인 문학상을 수상한 온전한 소설가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그가 앞으로 어떤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독서신문 1403호 [2006.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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