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폐를 보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셰저칭은 25년간 97개국을 다니며 지폐를 수집했다. 그리고 지폐만 수집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지폐에 위인들과 문화재, 그리고 그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듯, 세계 각국의 지폐 디자인에도 저마다 사연들이 얽혀있다. 저자가 수집한 세계 각국 지폐들의 생생한 사진과 함께 독특한 인문학의 세계에 빠져보자.
1946년 스페인에서 발행한 100페세타 지폐의 앞면 일부. 모든 지폐에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온도, 색채와 생각이 담겨 있다. 지폐에 담긴 이야기는 오랜 세월 끊임없이 이어지며 지폐 특유의 온도를 전한다. 고난의 세월을 거치며 감정적인 색채가 더해진 지폐에는 마치 평온한 희열이 담겨 있는 듯하다.
2004년 부룬디에서 발행한 10,000부룬디프랑 지폐의 뒷면 일부. 지폐에는 아름다움과 감동 외에도 파란만장한 시대와 문명의 흥망성쇠가 담겨 있다. 이러한 지폐는 독특한 자태로 어두운 시대에 감춰진 비밀의 정곡을 찌른다.
1993년 예멘에서 발행한 100예맨리알 지폐의 뒷면 일부. 예멘은 약간 정신분열적인 경향이 있는 땅이다. 한편으로는 바다에 열렬한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다른 한편으로는 전설과 미지가 충만하다. 마치 공황장애와 폐쇄공포가 내륙 사막에 혼재돼 있는 듯하다.
1964년 알제리에서 발행한 100알제리디나르 지폐의 뒷면 일부. 모든 문학가는 저마다 자신만의 도시가 있다. 각 도시에 그곳만의 문학가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 도시에서 문학가들은 그들의 뛰어난 필력으로 유일무이한 인생의 풍경을 구축했다.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알제(알제리의 수도)야말로 카뮈에게는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이나 마찬가지였다.
『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지음│김경숙 옮김│마음서재 펴냄│328쪽│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