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 정겨운 “방송에서 나대지 마”… 야박함의 이유는?
이혼남 정겨운 “방송에서 나대지 마”… 야박함의 이유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2.12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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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SBS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 캡처]
배우 정겨운 [사진출처= SBS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 캡처]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영국의 평론가 겸 소설가 C.S. 루이스는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처받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무엇이든 사랑해 보라. 그러면 당신의 마음은 분명 쥐어짜듯 아파오고 어쩌면 깨질지도 모른다. 만약 당신의 마음을 완벽하게 보호하고 싶다면 누구에게도 마음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랑은 필연적으로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그 상처는 유독 이혼한 사람에게 더 가혹하다. 

11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시즌2’에서 재혼한 후 처음 방송에 출연한 배우 정겨운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관련 기사마다 “이혼이 죄는 아닐지 몰라도 당당할 순 없다” “한국 문화에서는 죄는 아니지만 부끄러운 과거다” “조용히 사세요” “나대지 말라”는 식의 댓글이 달렸다.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런 종류의 비난을 마주하는 일은 흔하다. 최근 사례만 읊어보면, 지난달 배우 이상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파경 이후 악플로 받은 스트레스를 털어놓으며 “식상할 때도 되지 않았나. 남 얘기를 너무 쉽게 하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배우 이혜영도 한 프로그램에서 “모든 것을 전 국민이 알아 괴로웠던 시절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어째서 이리도 야박할까. 이혼한 사람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조금 유난스럽다.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다양한 가족의 제도적 수용성 재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이유가 있더라도 이혼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견해가 30% ‘어떤 이유에서라도 이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9.5%였다. 과거보다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민 열명 중 세네명은 이혼에 대해 부정적이다.  

일본의 뇌 인지 과학자 나카노 노부코가 언급한 ‘사회적 배제’를 떠오르게 한다. 나카노는 그의 책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에서 집단의 규범이나 관습에 어긋나는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적 배제’를 “인간이라는 생물종이 스스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진화과정에서 체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결혼’이라는 제도를 거부한 사람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거기서 일종의 쾌락을 느낀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방송까지 이혼한 사람들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한국에서 이혼한 연예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은 하나같이 이혼한 연예인을 죄인(?)처럼 묘사한다. 이혼 경력이 있는 연예인들은 늘 “죄송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예를 들어 11일 방송된 ‘동상이몽 시즌2’에서도 정겨운의 “항상 죄송했어요”라는 말에 슬픈 음악이 깔리며 MC 서장훈과 김구라가 “나였어도 죄송한 마음은 늘 있을 거 같다” “결혼에 한 번 실패했고,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예능에서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자’는 취지는 아니지만, 인기리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이 형성하는 분위기는 무의식적으로 시청자의 뇌리에 스며들 수 있음을 우려할 필요는 있다.

작가 초연은 에세이 『신혼 2년 차, 이혼해야겠다』에서 “그 ‘낙인’이 무서웠다. (중략) 무엇보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인 ‘결혼’에 내가 ‘실패’한다는 것이, 그것이 기정사실화된다는 것이 너무도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행복을 찾아 이혼을 결심한 사람이 마주한 가장 큰 두려움은 어쩌면 ‘사회의 차가운 시선’일지 모른다. 혹시 우리는 안 그래도 이혼으로 아픈 타인의 상처를 후벼 파고 있진 않았을까.    

이혼과 재혼 관련 책을 펴내고 있는 강희남 작가는 그의 책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이혼, 그리고 재혼』에서 이혼한 사람들을 위로하며 “이혼은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나는 이 엇갈린 운명적 경험을 통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이제는 좀 더 신중하고 좀 더 넓게 삶의 폭을 넓혀가며 서두르지 않는 인생을 살 것”이라고 말한다. 강희남은 “대체로 우리는 성공보다는 실패를 겪었을 때 지혜를 얻기가 더 쉽다”며 “흔히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라 하는 것은 실패가 가져다주는 성숙이 다음 성공의 잠재적 기반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혼자들은 누가 뭐래도 개인적인 아픔과 상처를 경험한 이들이다. 남의 상처를 바라보는 시각은 따뜻할수록 아름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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