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타다’ 시승기, ‘갑질’이 떠오른다면 기우인가…
조금 다른 ‘타다’ 시승기, ‘갑질’이 떠오른다면 기우인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1.06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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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타다' 홈페이지 캡처]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자회사 ‘VCNC’가 운영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타다’는 누리꾼과 각종 매체의 칭찬 그대로였다. 비행기에 비유하자면, 일반 택시는 이코너미석, ‘타다’는 비즈니스석이었다. 

지난 2일 7시경 퇴근시간, 서울 양재역 부근에서 ‘타다’ 카니발을 호출했다. 목적지는 분당선 도곡역. 스마트폰 어플에서 ‘호출’ 버튼을 누르자마자 곧바로 가장 가까운 거리의 카니발이 호출됐고 스마트폰에 “약 5분 뒤 차량이 도착합니다”라는 문장이 떴다. ‘타다’는 기사가 도착지를 알 수 없으니 기사의 마음에 들지 않는 목적지라고 해서 승차 거부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그리고 5분쯤 흐르자 ‘타다’ 기사에게서 전화가 와 차가 있는 위치를 알려줬다. 

퇴근시간이라 도로에 차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쉽게 차가 잡히다니 의외였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타다’가 보유한 카니발 차량은 총 600여 대, 기사는 700여 명. 익명의 제보에 따르면, 고된 일 탓에 기사 확보가 어려워 24시간 풀가동 서비스가 힘들고, 호출해도 타지 못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들었는데 운이 좋았을까.  

넓은 차 안은 온종일 승객과 씨름한 흔적 없이 깨끗했으며 심지어 새 차 향기가 났다. 좌석에는 열선이 있는지 앉자마자 바지를 뚫고 온기가 느껴졌다. 

“안전벨트 착용해주시구요, 여기서 스마트폰 충전하실 수도 있구요, 온도 안 맞으시면 말씀해주시구요, 특별히 원하시는 음악이 있으신가요?” 마치 AI(인공지능)과 대면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서비스는 완벽했다. 기사는 무슨 말을 하든 즉각 친절하게 대답했고, 말을 시키기 않으면 굳이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기사가 지켜야 할 ‘타다’의 승객대응·안전운전 매뉴얼대로였다. 홈페이지상의 설명처럼 ‘타다’는 “매 운행 시 승객에게 드라이버에 대한 평가를 받아 시스템에 반영”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니 기사가 승객의 기분에 더욱더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일반 택시에서는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일부 택시 기사들은 ▲승객을 속이거나 ▲배려하지 않고 운전하며 ▲승객에게 과도하게 말을 시키거나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며 ▲승객을 골라 태우는 등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리고 이런 비난은 그런 행위를 하지 않는 택시 기사들까지 그렇다는 인식을 줬다. 지난해 카카오의 카풀 사업을 반대하는 택시업계 총파업에 힘이 실리지 않은 이유였다.

그러나 예민한 탓일까. 다소 긴장한 채로 운전대를 잡고 있는 기사를 보고 있자니 “어떨 때는 운전 중에 숨이 턱 막힌다”고 제보한 익명의 ‘타다’ 기사의 말이 떠올랐다. ‘타다’를 탔더니 김민섭 작가의 『대리사회』가 떠오른다는 혹자의 말도 와 닿았다. 대리운전을 하며 느낀 통찰을 기록한 이 책에서 김민섭은 타인의 운전석에서 ▲말의 통제 ▲행위의 통제 ▲사유의 통제를 경험했음을 설명하며 “타인의 운전석은 이처럼 한 개인의 주체성을 완벽하게 검열하고 통제한다. 신체뿐 아니라 언어와 사유까지 빼앗는다. (중략) 돌이켜보면 나는 그 어느 공간에서도 그다지 주체적인 인간으로 존재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개인 소유가 아닌 회사 차량으로 손님의 기분을 지나치게 신경 쓰며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타다’는 대리운전과 일견 비슷하다. 오히려 훨씬 자유롭게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리운전의 근무조건이 더 괜찮아 보인다.  
     
기사의 주체성이 일반 택시보다 통제되는 수준의 서비스 속에서 일부 소비자들의 갑질 문제가 우려된다. 실제로 기자를 태운 ‘타다’ 기사는 갑질에 관해 묻는 질문에 “그런 손님도 있었다. 진상 고객을 만났다는 기사분들도 꽤 있다”며 운을 띄웠다. ▲도중에 내려서 먹을 것을 사오는 손님을 무작정 기다린 사례 ▲내려서 지인과 몇 분 정도 이야기하다가 다시 타는 손님 ▲담배를 피운다는 걸 말렸더니 “같이 피면 되지 않느냐?”라고 따지는 손님 ▲술 취해 잠이든 손님을 깨웠더니 되레 화를 내고 경찰을 불렀다는 손님 등 그 갑질 사례는 천태만상이었다. “혹시 고객이 주는 평점이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이 아니냐”고 묻는 기자에게 기사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곧 “도중에 잠깐 내려서 뭘 사 오신다 거나, 몇 분 정도 내려서 이야기하고 온다거나, 내려서 담배 피우시거나 이런 거는 이해해드려야죠”라며 “고객이 원하는 것을 웬만하면 다 맞춰주면 특별하게 뭐라고 안 하시니까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일반 택시에서 고객이 그런 요구를 했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까 생각하니 비슷한 웃음이 나왔다. 

어느새 도곡역, 차멀미가 있는 기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운전은 편안했고, 서비스는 완벽했다. 그러나 이 찝찝한 뒷맛은 뭐란 말인가. 차에서 내린 후 어플에는 “ooo기사님을 평가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떴다. 5점 만점에 4점을 누르자 “불만요소를 선택해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불필요한 대화” “난폭 운전” “불쾌한 냄새(흡연 등)” “업무 외 휴대폰 사용” “불친절한 응대” “기타(직접입력)” 등 항목이 올라왔다. 4점 이하는 불만족한 이유를 고르지 않으면 ‘평가 완료’ 버튼을 누를 수 없게 프로그래밍 돼 있었다. 기사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운 기자는 결국 5점을 눌렀다. 

그러나 기자의 마음 속 ‘타다’의 점수는 여전히 4점. 나머지 1점을 채울 수 있는 이는 ‘소비자’일 듯했다. 김민섭은 『대리사회』에서 “하지만 타인을 주체로서 일으켜 세우는 이들을 종종 만났다”며 “그들은 ‘선생님의 차라고 생각하고 운전해 주십시오’라거나 ‘더우실 텐데 에어컨을 좀 틀어드릴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기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 자신과 타인을 함께 주체의 언어로서 상상하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그 배려에 감격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온전한 나로서 사유하고, 또 주변의 또 다른 나를 주체로서 일으켜 세워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난도 교수는 책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올해 트렌드 중 하나를 “매너소비자”로 꼽으며 “소비자의 비매너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근로자들의 ‘감정노동 보호’ 논란도 심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소비자 매너의 고양과 워커밸(worker-customer-balance: 생산과 유통 현장에서 고객에 대한 무조건적인 친절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 매너와의 균형을 도모하자는 의미)의 진정한 구현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공적·사적 영역에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타다’와 같은 서비스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올해 소비자들의 ‘트렌디’한 노력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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