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歲暮, 부디 이것이 우리의 진짜 모습이 아니길 기도하며
우울한 歲暮, 부디 이것이 우리의 진짜 모습이 아니길 기도하며
  • 조완호
  • 승인 2006.04.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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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호 (한성디지털대 교수 · 계간 문학마을 발행인)



 로마가 오랫동안 대외에 힘을 과시하며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위기에 대응하려는 그들의 방비책이 그만큼 철저해서였다. 그들은 전쟁 시에 상응할 정도로 평시에도 만반의 준비를 철저히 했었는데, 이것은 그것이 유비무환의 최선책이라고 판단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 점이 로마의 군인들의 사기가 충천케 하는 한편 자신들의 신분에 대해 나름의 긍지를 갖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이렇게 한 더 근본적인 이유는 어쩔 수 없이 부딪혀야 할 일이라면 피한다고 하여 피해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한다고 해서 자연히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상대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여겨서다.

 근래 우리는 각종 문제가 돌출됨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추운 계절을 더 심란하게 보내고 있다. 천재지변에 가까울 정도의 폭설사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각종 시위로 인해 야기된 일이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문제는 너무나 뜻밖에 일이라 그로 인한 상실감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마치 물고 물리는 난장판을 보고 있는 상황과 다르지 않아서고, 어떻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에까지 갔나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이런 현실이 빚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위정자들이 정권을 존엄하게 여기지 않고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 벌이는 친목도모의 장(場) 정도로 여겨서다.
 그리고 그 축제의 마당은 이내 끝날 것을 예감해 임기동안 천방지축 광란으로 지새우고 있어서다. 결국 골병드는 것은 보기 싫어도 봐주어야만 하는 국민들뿐이다. 이 사실은 집권당의 실세들이 대북 창구나 사회적으로 선심을 베푸는 기구의 창구를 차고 앉아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덕치(德治)는 글자의 해석으로 보면 더없이 숭고하고 성스럽기까지 한 것 같지만 무치(無治)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돈으로 도배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황우석 박사가 연구보다 돈 잔치를 하고 있었던 것만 보아도 부패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고 있는 듯해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결국 이게 끊임없이 불꽃잔치를 벌였던 이유였던 것 같고 그 현란함이 빛 좋은 개살구들을 양산케 했던 이유가 된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다 살고 싶다. 그러나 남들이 벌이는 잔치를 넘겨다보는 것을 행복하게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야만 한다. 실권을 쥔 자가 돈을 흥청망청 쓰면 주변 몇 사람에게선 후하다는 평판과 함께 충성을 맹세 받을 수 있다.
 그것은 돈으로 사람을 산 경우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과 여론은 그를 매도하며 깊은 계곡으로 몰아넣고 말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해를 입힌 자는 하늘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단의 와해 상황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위 부자나라라고 하는 외국의 과학자까지 콩고물을 얻어 입에 털어 넣느라고 깡통을 들고 각설이 타령을 외우고 문밖에 서 있었다고 하니 그저 한심한 생각뿐이다. 이런 졸부들의 축제는 언제까지 얼마나 큰 규모로 계속될 것인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이놈 저놈이 다 이 지경이니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전직 두 대통령만 욕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부디 새해에는 개처럼 충직한 인물들로 개과천선해 명예를 회복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원해본다.

독서신문 1395호 [200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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