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해 '키워드'는 '속도 줄이기'
황금돼지해 '키워드'는 '속도 줄이기'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2.30 0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많은 사람이 새해에 이룰 계획을 마련하는 데 분주하다. 대체로 올해 초 세웠던 계획을 지키지 못한 자신의 나약함을 반성하고 새해에는 심기일전(心機一轉)해서 원하는 바를 이뤄내겠다는 다짐이 주를 이룬다.

이런 현상을 두고 독일의 유명 칼럼니스트 카트린 파시히는 책 『무계획의 철학』에서 “(현대인은 ) 자신이나 타인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양심의 가책을 넘어 자기 자신에게 불만을 품게 된다”며 “이와 관련해서는 더욱 열심히 노력하라는 (충고 어린 )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때 가져야 할 것은 ) 양심의 가책 버리기”라며 “양심의 가책에 빠지기보다는 자신에게 ‘나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라고 물어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카트린 파시히는 ‘응당~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는 태도를 가지라는 취지의 충고를 전한다. 성실하고 끈기 있는 자세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체스터 칼슨은 미국 특허청에 일할 때 서류들을 타이핑하고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이 싫어 복사기를 발명했고, 댄 브릭클릭은 대학회계 숙제가 힘들어 엑셀의 전신인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 ‘비지칼크’를 개발했다. 또 선구적인 컴퓨터 과학자 존 배커스는 ‘내가 이룬 일들의 많은 부분은 나의 게으름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며 “(반면) 성실하고 끈기 있는 사람에게는 지루하고 힘든 과제를 단순하게 만들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기성 사회가 형성한 틀 안에서 강요되는 과제를 해내기 위해 발버둥 치지 말고 틀 자체를 탈피하는 태도와 관점의 변화를 꾀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태도와 관점의 변화와 관련해 독일의 인문 과학 저널리스트 울리히 슈나벨은 잘못된 습관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그는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에서 “사회적 요구와 같은 외적인 저항보다 더욱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습관”이라며 “습관은 외부에서 아무런 강제나 억압이 없음에도 평안함에 이르지 못하고 불안에 떨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이어 그는 “모든 게 성에 차지 않는 현대인은 저마다 자신의 인생 속도를 끌어올리기에 바쁘다. ‘더 많은 일을 보다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하자’는 구호가 도처에서 귀가 따갑게 들린다”며 “인생 전반에 걸쳐 ‘빨리, 더 빠르게’하는 닦달이 커다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모든 것을 집어 삼킨다”고 말한다.

이어 울리히 슈나벨은 현대인의 불안 해소법으로 휴식을 강조한다. 그는 “왜 우리가 걸핏하면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느낌을 갖는지, 어째서 휴식을 누리기가 그토록 힘든 것인지, 그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인생 속도를 잡아채는 게 특징인 가속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에게 맞는 휴식 전략을 스스로 짤 때 최상의 것을 얻어낼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휴식을 쟁취하기 위해 ‘거절하는 법’을 배우라고 충고한다. 그는 “(우리 사회는 ) 상당히 교묘한 방식으로 한시도 쉬지 않고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보다는 남에게 더 이득이 되는 것을 구매하고 소비하도록 꼬드긴다”며 “자기 인생이 어떤 나침반을 가졌는지 명료하게 깨닫고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모아 동맹을 결성하고 서로 협력하라”고 조언한다. 세상이 원하는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라는 것이다.

정치학자 제임스 파울러와 사회 의학자 니콜라스 크리스 타키스의 연구에 따르면 함께 지내는 친구나 지인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두 사람은 5,000명의 실험 대상자들을 20년 넘게 추적하면서 행복감을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행복한 친구를 가까이 두고 있다면 우리 자신이 행복해질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5%나 높아졌고 그 친구가 다시금 행복한 친구를 알고 있다면, 이 친구의 친구는 우리에게 10%의 영향을 주었다”며 ”(이런 ) 친구들은 당신 호주머니 안에 있는 돈다발보다 더 큰 영향을 당신에게 줄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이어 “편안하고 즐겁고자 하는 사람은 쾌활하고 편안한 친구를 찾아 될 수 있는 한 많은 시간을 그와 함께 보내는 게 최선”이라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우리는 친구의 태도를 자연스럽게 본받으며, 그의 의견과 행동방식을 닮아간다”고 설명한다.

올 한해 시간에 얽매이는 거창하고 많은 계획보다는 삶의 휴식처가 돼줄 좋은 친구를 얻겠다는 단순한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