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왕이다’ ‘왕이 되는자’ 유행… 페미니즘 열풍 속에 가부장제로 회귀?
‘남자가 왕이다’ ‘왕이 되는자’ 유행… 페미니즘 열풍 속에 가부장제로 회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1.1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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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모바일게임 '왕이 되는 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왕이 되는 자’ ‘내가 왕이라면’ ‘남자가 왕이다’ ‘나는야 쓰레기!: 매력왕 카사노바저항하지 않는 순종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나오는 등 가부장적가치를 담은 모바일게임들이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의 ‘Chuang cool entertainment’팀이 개발한 모바일게임 왕이 되는 자’(17세이상가 )는 구글플레이 내에서 50만 다운로드 수, 최고 매출 7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나라를 잘 다스리는 등의 퀘스트(임무)를 수행해 플레이어가 얻을 수 있는 최대 보상 중 하나는 순종적인 미녀. 게임 속 미녀는 총 32. 전부 TV 속 예쁜 연예인을 닮은 듯한 얼굴이다.

미녀를 획득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미녀의 침소에 들어가면 해당 미녀는 당신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순종적인 대사로 플레이어를 반긴다. 또한 미녀 옆에 있는 총애버튼을 누르면 미녀의 옷이 속옷으로 바뀌고, 이후 특정 확률로 아이가 태어난다. 게임상에는 총애미녀 자녀잉태 가능이라고 적혀있다. 무작위로 미녀를 소환해 총애할 수도 있다.

미녀의 능력 또한 가부장적 요소가 담겨있다. 미녀 옆에 있는 스킬이라고 적혀있는 버튼을 누르면 부잣집 딸’ ‘현모양처’ ‘내조’ ‘많은 재산등이 나온다. 미녀를 설명하는 말 역시 대부분 일편단심” “다정다감” “활발하며 순수” “미인” “예쁜여자” “꾀꼬리 같은 목소리등과 같은 표현으로 돼 있다. 게임 속에서 미녀가 하는 일은 선물을 받거나, 침소에서 아기를 낳는 일이 전부다.

[사진출처= 모바일게임 '내가 왕이라면']

구글플레이에서 10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게임 부문 인기 앱 4위를 차지한 모바일게임 내가 왕이라면’(17세이상가 )도 이와 비슷하다.

이 게임은 시작부터 풍소령이라는 순종적인 여자가 등장한다. 풍소령은 몰락한 왕족인 주인공이 시험공부를 할 수 있도록 10년 동안 내조한다. 주인공은 그 덕에 과거에 급제해 금의환향하며 풍소령과 혼인을 올린 첫날밤 침을 꿀꺽 삼키며침소에 든다. 게임의 시작부터 플레이어는 강제적으로 풍소령과 침소에 들 수밖에 없으며, ‘총애버튼을 누르면 풍소령이 얇은 속옷만 걸치고 플레이어를 맞이한다.

게임 방식은 왕이 되는 자와 거의 똑같다. ‘미혼인 조회버튼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게임의 미녀는 총 27. 퀘스트를 통해 미녀를 획득하면 시침버튼을 눌러 함께 침소에 들 수 있으며, 플레이어가 ‘VIP 3’에 도달하면 미녀들과 일괄시침이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미녀들은 거절하지 않는다. 이벤트로는 미녀 한정 판매등을 진행한다.

[사진출처= 모바일게임 '남자가 왕이다']

1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Game Age’의 모바일게임 남자가 왕이다12세 이상이면 플레이할 수 있다. ‘남성 중심 육성 RPG’를 표방하는 이 게임은 초반부 스토리가 내가 왕이라면과 유사하다. 집안이 어려워진 주인공이 과거에 급제해 살던 마을로 돌아와 마을을 다스린다는 내용이다. ‘풍소령이라는 첫 번째 부인이 있는 것도 내가 왕이라면과 똑같다.

남성 중심이라는 설명답게 게임의 NPC(플레이어에게 퀘스트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도우미 캐릭터 )인 시녀, 훈장, 보좌관은 모두 여성이다. 위에서 설명한 두 게임과 마찬가지로 이 게임도 서방님과 함께라면 평생이 달콤할 거예요라는 식의 말을 하는 순종적인 미녀들과 친해질 수 있으며, 퀘스트를 수행하면 잠자리를 같이할 수 있다.

‘illias Games’에서 서비스하는 나는야 쓰레기!: 매력왕 카사노바는 여타 게임들과 달리 배경이 현대다. 1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으며, 3세 이상이면 플레이할 수 있다. 여자에게 인기 없던 주인공이 한 카사노바를 만나 매력을 발산하는 법을 배우고, 각종 팬클럽이 생긴다는 설정이다. 주인공의 재력과 외모, 능력이 높아질수록 더욱더 많은 팬클럽이 결성된다. 첫 팬클럽은 백조클럽이며, 플레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비키니클럽’ ‘러블리클럽’ ‘우주미녀클럽등을 거느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게임들이 인기 있는 이유를 가부장제에 대한 향수이며,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페미니즘 운동의 열기가 이어지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확대됨에 따라 나타나는 풍선효과’(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오는 것처럼 어떤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다시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 )라고 본다. 문화심리학자 한민은 그의 책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에서 서구가 200년 이상에 걸쳐 이뤄낸 사회경제적 변화를 불과 50~60년에 따라잡은 한국이지만 문화적 인식이 변화하는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라며 당연히 남자는 나가서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리고, 여자는 출산·육아·살림 등의 집안일을 한다는 가부장 시대의 전통적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이 꽤 많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 심리 전문가는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가부장제로의 회귀를 모바일게임에서나마 성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당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좋으나, 게임에서의 가치관이 현실로 이어져서는 안 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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