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의 날’ 소방관님, 안녕하신가요?
‘소방의 날’ 소방관님, 안녕하신가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1.0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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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소방의 날’(10월 9일)이다. ‘소방관의 날’(5월 4일)과 함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에게 감사를 전함과 동시에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상기하는 날이다. 1963년부터 11월 1일로 지켜져 왔던 ‘소방의 날’은 1991년 119의 상징성을 반영해 11월 9일로 재지정된 후 올해로 28회를 맞았다.

‘소방의 날’은 길게 잡아 56년의 역사를 지녔지만, 소방 전문직의 역사는 600여 년 전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왕조의 법전인 『조선경국전』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소방기관은 조선 세종(世宗) 8년(1426)에 설치한 금화도감(禁火都監)이다. 당시 멸화군(滅火軍)으로 불린 소방관은 오늘날처럼 24시간 비상 대기하며 화재에 대처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이어온 오늘날의 소방관은 어떤 환경에 놓여있을까?

지난달 30일 강원도 홍천소방서에는 치킨과 피자가 한가득 배달됐다. 이틀 전인 28일 홍천읍에 위치한 모 빌라 4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3세 아이를 소방관들이 극적으로 구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익명의 시민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소방관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헬멧이 녹아내릴 정도의 화염 속에서 아이를 안고 나온 김인수 소방위는 “무조건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다른 소방관들이라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고, 온라인상에는 소방관을 향한 감사·칭찬·격려와 함께 소방관 처우 개선을 주장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소방관 처우 개선 목소리가 나온 데는 악조건 속에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일하는 소방관이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배경으로 작용한다. 지난달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관 현장 인력은 지난해 법정 기준과 비교하면 전국 평균 31.1% 부족한 상황이다. 그 폐단은 지난해 12월 29명의 사망자를 낳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 여실히 드러났는데, 당시 1차 출동 소방인원 13명 중 의무소방대원과 현장 조사 인력을 제외한 화재 진압대원은 3명에 불과했다. 29명이 사망했고 37명이 다쳤다. 소방관 한 명이 담당하는 인구수는 우리나라가 1,181명으로 미국(1,075명), 프랑스(1,029명)에 비해 다소 높으며 일본(820명)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업무가 과중하게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불충분한 장비 보급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시도별 소방장비 보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도 소방보호장비 보유 비중은 69.6%이며, 서울은 45.4%로 최하위권에 자리했다. 정 의원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소방보호장비 보유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피력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소방관들의 업무 중 사망·부상이 속출하고 있다. 소방청이 공개한 「2018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8~2017년) 근무 중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51명, 부상자는 3,765명이다. 지난해 다친 소방관은 602명으로 하루에 두 명꼴로 부상당한 셈이다. 사고의 참상에 자주 노출되면서 정신건강도 위험 수준이다. 지난해 소방관 정신 검진 결과 검진 참여자 4만3,020명 중 2만6,901명(62.5%)에게서 이상 증세가 발견되면서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원만 최근 5년간 47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소방관 오영환 씨는 책 『어느 소방관의 기도』에서 “소방공무원 21%가 참여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실태 조사(2015년)에서 절반 가까이가 수면 장애, 20%가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를 앓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발병률은 일반인보다 무려 10배가 높았다. 또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7%나 됐다”며 “순직하는 사람보다 자살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덧붙어 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목숨 걸고 현장에 나가면서도 충분한 장비와 인력을 지원받지 못할 때, 수시로 발생하는 소방관의 부상과 순직 소식이 들려올 때 나는 ‘언제쯤 달라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며 “열악한 처우를 동정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소방관의 열악한 환경은 곧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것만 알아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지방직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소방직이 국가직으로 전환돼도 기존 (소방관) 4만6,000명에 대한 인건비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고, 지휘권도 지자체가 그대로 갖게 된다”라고 밝혀 ‘불완전한 전환’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지급하는 세금(지방소비세)비율을 높여 재정(인건비)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 “소방관 3만6,52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완전한 국가직 전환(인사·지휘·통제권 이전 )을 바라는 비율이 76%(2만3,598)에 달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건 명분뿐인 국가직화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소방관의 바람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인권’을 내세우며 제각기 권리 찾기에 급급한 시기에 과연 소방관의 ‘사람답게 살 권리’는 잘 지켜지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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