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시작 9월, 어떤 책으로 독서의 계절을 맞이할까?
가을의 시작 9월, 어떤 책으로 독서의 계절을 맞이할까?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9.03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책 읽기 딱 좋겠다고 생각되는 달. ‘독서의 달’ 9월이 돌아왔다.

이때에는 춥지도 덥지도 않고, 들에는 추수를 기다리는 곡식이 익어간다, 아무 걱정 없이 책을 손에 들 수 있다. 새 옷을 사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면 “낡은 외투를 그냥 입고 책을 사라”는 어느 유명인의 말을 따라도 좋겠다. 겨울은 또 금방이어서 새 가을 외투를 사기보다는 책을 한 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낙엽이 한 잎 떨어지면 세상 모든 것이 언젠가는 변한다는 생각에 싱숭생숭해질 수도 있다. 이때도 책을 한 권 골라 들어보자. 프랑스의 사상가 미셀 드 몽테뉴는 “내가 우울한 생각의 공격을 받을 때 내 책에 달려가는 일처럼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책은 나를 빨아들이고 마음의 먹구름을 지워준다”고 말했다.

책 읽기를 권하는 것은 계절만이 아니다. ‘독서의 달’을 맞아 전국 지자체·도서관·학교에서는 약 7천700여 건의 독서 관련 행사를 연다. 대표적으로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9월 한 달간 폴란드 그림책, 전통의상, 세계유산을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획전을 열고, 오는 4일과 18일에는 평소 개방되지 않는 서고와 본관, 디지털도서관, 기록매체박물관을 돌아보는 특별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독서를 주제로 한 다양한 학술·토론 행사도 많다. 문학·역사·철학 등 인문학과 독서를 다루는 강연 ‘인문독서아카데미’가 전국 58개 기관에서 개최된다.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이라면,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하는 도서들을 만나보자. 사회과학·자연과학·인문예술·문학 분야에서 읽고 생각할 점이 많은 도서들을 소개했다.


■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무레 요코 지음|권남희 옮김|이봄 펴냄|272쪽|15,300원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은 『카모메 식당』으로 알려진 작가 무레 요코가 자신의 외할머니 모모요에 대해 쓴 에세이다.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마치고, 본인의 일을 즐기며 열심히 사는 아흔살 모모요의 모습에서 노인의 나약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모모요의 모습은 고령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진 노인에 대한 편견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 책이다.

아흔살 모모요 할머니의 버킷리스트는 나 홀로 도쿄 여행이다. 도쿄 디즈니랜드 구경, 하라주쿠 쇼핑 등 거침없이 버킷리스트를 지워나가는 모모요의 모습은 말 그래도 청춘이다. 뿐만 아니다. 화사한 색깔의 옷을 좋아하고, 가족들의 만류에도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산책길에 줄넘기를 챙겨가는 아흔살의 모모요. 그만하라는 아들의 걱정에 ‘저 녀석은 여자 마음을 하나도 몰라’하며 투덜거리는 모습에서 아흔살 할머니의 소녀 감성 역시 느낄 수 있다.

흔히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만약 나이의 벽에 부딪혀 미루어 두었던 꿈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모모요처럼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직’ 당신의 꿈은 청춘이니까 말이다.
 

책 속 한 문장

“노인은 어째서 어두운 색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것 밖에 없으니까 할 수 없이 사는 것뿐이라고.” <52쪽>


■ 제명공주
이상훈 지음|박하 펴냄|340쪽|13,500원

“일본은 백제다!”

백제 멸망 후 3년 후인 663년,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 대 백제 부흥군과 일본 연합군이 치열한 전투를 펼친다. 일본은 이 백촌강 전투에 5만 명이 넘는 군인을 보낸다. 일본은 도대체 왜 백제를 돕기 위해 그야말로 국가의 운명을 걸 정도로 지원한 것일까?

저자는 우연히 백제 위덕왕의 장남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아좌 태자에 대한 기록이 『일본서기』에는 등장하나 『삼국사기』에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왜 우리 역사서는 그를 기록하지 않았고, 왜 일본은 기록했을까 하는 작은 의문을 품는다. 이 사소한 호기심에서 바로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 10년간 일본을 왕래하며 역사적 고증을 거치고 잃어버린 고리를 찾고,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은 역사적 기록을 근거해서 합리적 상상력으로 채워 『제명 공주』를 완성했다.

정말 의자왕은 삼천궁녀와 방탕한 생활을 한 타락한 왕일까? 혹시 승자가 기록한 역사 속에서 패자인 백제는 오해받고, 모함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잊히고 오역된 역사를 바로잡아 과거를 제대로 알고 미래를 바꿔 내야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책 속 한 문장

그는 왜곡된 역사의 기록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지 알고 있었다.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는 역사가 전하는 것처럼 향락에 젖어 살았던 인물이 아니었다. 그 진실을 누구도 밝히려 들지 않았다. 그가 어떻게 왜에서 태어났는지, 그리고 백제 멸망의 책임을 왜 혼자서 지고 갔는지, 그 사실을 밝히는 것 또한 문 교수의 역할이라 믿고 있었다. <1권 27쪽>
 

■ 잠깐 머리 좀 식히고 오겠습니다
윤대현 지음|해냄 펴냄|292쪽|15,000원

힐링, 자존감, 긍정, 신경 끄기 등의 말이 꾸준히 유행하는 이유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얻는 스트레스와 무기력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이 책의 저자는 스트레스 관리란 마음 관리라 말하며, 그동안 상담해 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 중 대표적인 것들을 모아 질의응답 형식의 심리 처방전을 제공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생활, 인간관계, 자신이나 타인의 습관과 태도, 조절되지 않는 감정, 낮은 자존감 때문에 행복하지 않음을 느낀다. 저자는 우리 마음이 스트레스 받는 이유가 너무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이며, 그런 마음을 잘 이해해 주고 마음이 즐거운 일을 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사연들은 ‘나와 같은 사람이 많구나’ 라는 공감과 위안을 줄 것이다. 또 유쾌하지만 구체적이고 진솔한 저자의 처방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이겨 낼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 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마음도 경영입니다. 행동하기 전에 내가 얻는 이득이 무엇인지 한번쯤 예상하고 따져 볼 필요가 있어요. 화를 낼 가치가 있다면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대방의 어떤 행동이 나를 속상하게 했는지 말해야 합니다.” <140쪽>


■ 지금 놀러갑니다, 다른 행성으로
올리비아 코스키·야나 그르세비치 지음|김소정 옮김|지상의책 펴냄|304쪽|17,000원

이제 사람들이 ‘세계 여행 일주’라는 소원보다 ‘우주여행 일주’라는 소원을 빌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이 책은 미래에 우리가 떠날 우주여행을 한눈에 정리한 종합 안내서이다. 자칭 ‘우주여행 에이전트’인 저자들은 실제로 가본 적 없는 우주를 여러 전문가들의 지식을 빌린 뒤 거기에 자신들의 상상력을 듬뿍 담아 기술했다. 이 책은 단순히 우주에 있는 행성들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우주의 각 행성들과 지구의 위성인 달을 하나의 나라로 생각하여 설명한다. 기묘하고 자칫 심오할 수 있는 ‘우주’라는 주제를 여행안내서와 같이 설명하여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독자로부터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한다. 평소 우주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쉽고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또한 지구와는 다른 곳을 만난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 이 한 권으로 우주여행의 예행연습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책 속 한 문장

삶이 지치고 힘들 때면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한때는 당신도 저 별들 사이에 있었음을 떠올리자. <301쪽>


■ 혼자가 좋다
프란치스카 무리 지음|유영미 옮김|심플라이프 펴냄|292쪽|15,000원

혼자 살며 일하고 그 삶을 즐기는 여성이, 혼자는 외롭고 비정상적이라는 편견을 깨고 삶의 다양성을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책이다. 저자의 글은 외로움이 밀려올 때, 뭔가 잘못 사는 것 같을 때, 혼자 있는 걸 좋아함에도 혼자 있는 시간이 괴롭게 다가올 때 위로가 되고 의지가 된다. 혼자가 좋은 이유를 1장 ‘자유롭고 성숙해지는 일생일대의 기회’부터 21장 ‘숭고한 고요함 속에서 거듭나는 시간’까지 21가지로 정리했다. 자신과 같은 여성 독자들에 초점을 맞췄지만 혼자인 사람이라면 솔로의 장단점에 비슷하게 공감할 수 있다. 파트너와 함께하는 사람도 솔로인 사람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혼자만의 시간은 행복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하다. 여기서는 모든 솔로 형태를 긍정적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여러 경우를 들며, 파트너가 없어도 다양한 기회를 열 수 있는 삶을 소개한다. 그녀는 혼자여서 쓸쓸했고 두려웠던 적도 있었으나 혼자여서 좋은 점을 깨닫고 난 뒤의 충만감이 얼마나 컸는지 솔직히 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혼자여서 외롭고 지루하다고 느끼며 하루하루를 낭비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의 리듬대로 자유를 충분히 즐기는 삶을 생각할 수 있다.
 

책 속 한 문장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풍요로운 사람이 된다. 혼자서도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필요로 인해 관계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이로움만을 구하지 않을 수 있다. <194쪽>


■ 동물의 무기
더글러스 엠린 지음|승영조 옮김|북트리거 펴냄|408쪽|19,500원

인간에게는 돈, 명예 등 저마다 가치를 두고 있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이 모든 가치들이 ‘경쟁’, 그것도 ‘무한경쟁’이라는 개념에 휩쓸리고 만다.

저자는 인간의 이러한 ‘경쟁’ 양상을 동물의 경우와 대조해 유사성을 분석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약육강식 구조 안에서 동물들이 저마다 생존과 번식의 이유로 ‘극한의 무기 경쟁’에 휘말리는 과정을 진화 관점에서 기술하였고, 인류의 무기도 사회 경쟁 구조 안에서 동물과 유사하게 발달되고 있다는 것을 흥미롭게 말하고 있다. 그럼 이제 가장 크고 무서운 무기를 지닌 승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 하는가? 이 책이 재밌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게 뻔한 결말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큰뿔사슴은 너무 커져버린 뿔을 유지하지 못해 멸종했고, 인류는 현재 세계 평화를 위해 개발된 엄청난 양의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들 아래서 살고 있다.

결국 동물과 인간의 무기경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유사한 점을 살펴보았을 때 이 ‘경쟁’이 평화와 안녕을 가져다줄지 아니면 다마사슴처럼 뿔갈이하느라 제 뼛속을 갉아 먹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수컷에게 발정기는 뼈가 약해져서 부러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때다. 발정기야말로 지배와 번식을 위해 무자비하고 잔혹한 전투를 벌이며, 거듭 자신의 힘을 시험대에 올려야 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174쪽>


■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브라이언 크리스천·롬 그리피스 지음|이한음 옮김|청림출판 펴냄|616쪽|20,000원

합리적인 의사 결정의 직관적인 기준은 가능한 한 모든 대안들을 꼼꼼하게 생각하고서 가장 좋은 대안을 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시간은 늘 부족하다. 만약 당신이 급히 아파트를 구하고 있다면 얼마나 둘러보고, 언제 선택하는 게 가장 좋을까? 컴퓨터 알고리즘은 아파트를 구하는 데 드는 총 시간의 ‘37%’는 돌아다니며 집을 보는 데 쓰고, 그 뒤에는 이미 본 집보다 마음에 드는 집이 나오면 즉시 계약하라고 제안한다.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는 알고리즘 설계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복잡한 문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하고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알고리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기본구조와 그 해결책의 특성을 알아낸다면, 우리는 스스로가 실제로 얼마나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는지 간파하고 어떤 오류를 저지르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하면 직감을 더 향상시킬 수 있는지, 일을 우연에 내맡겨야 할 때가 언제인지, 선택의 여지가 지나치게 많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남들과 관계를 맺는 좋은 방법은 무엇인지 설명한다. 평생의 반려를 찾는 일부터 주차 공간 찾기, 이메일을 정리하는 방법에서 기억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에 이르기까지, 컴퓨터과학의 알고리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다른 사람의 마음은 물론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우리의 판단은 우리의 기댓값을 드러내며, 우리의 기댓값은 우리의 경험을 드러낸다. <270쪽>


■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사계절 펴냄|324쪽|16,000원

변호사이자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관으로 일했던 저자는 법의 문지기로서 차별당하는 이들을 만나왔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제도가 보호와 치료, 복지라는 이름으로 인간 존엄의 가장 기본적 전제인 개개인의 고유한 서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헌법은 개인이 존엄하고, 그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자유권, 평등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이나 요양원, 장애인시설에 사는 사람들은 장애나 질병이 아닌 개별자로서 자신의 인격을 존중받지 못한다. 보호를 받기 위해 존중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또 저자는 자신이 늘 경험하고 투쟁해 온 사례에 대해 현실적으로 쓰고 있다. 모든 인간이 존엄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점을 변론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사회는 장애를 가진 이들을 실격 당했다고 생각하지만 어찌 보면 오히려 실격을 당한 건 그들이 아니라 우리인 지도 모른다. 이미 넘어졌는데 넘어지지 않은 척 행동하는 것처럼 실격 당했으면서도 실격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저자는 변론을 통해 우리에게 넘어진 삶을 일으키는 방법과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고 걸어가는 법을 알려준다.
 

책 속 한 문장

키가 아주 작거나 얼굴에 커다란 반점이 있는 것은 나의 책임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몸으로 태어난 것이 추하고, 존엄하고, 하찮다고 여겨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나도 책임을 부담한다. (중략) 그에 맞서 내 존재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선언할 책임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154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