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1945년?·1948년?·건국절?’ 논란보다는 의미를…
광복절, ‘1945년?·1948년?·건국절?’ 논란보다는 의미를…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8.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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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논란 많은 국가기념일’ 광복절(光復節)이 돌아왔다.

광복절이 논란이 되는 첫 번째 이유는 광복절의 기점이 1945년인지 1948년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1945년이 광복절의 기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일반적으로 광복절이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한 날’이라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는 사실을 근거로 든다. 또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도 광복절은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광복(해방)된 것을 기념하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경축하는 날’이라고 돼 있다. 정부도 이를 인정해 올해를 ‘광복 73주년’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948년이 진정한 광복절이라고 주장한다. 광복절이 본래 ‘독립기념일’이었다가 이름이 바뀌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미·소 군정에서 벗어나 독립한 1948년 8월 15일이 광복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승만 전 대통령 역시 1947년 연설에서 “광복 대업을 완성하기에 민족 통일이 가장 필요하니…”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광복절이 ‘건국절’이냐는 문제도 꾸준히 논란이 됐다. 건국절이라고 보는 쪽은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 영토와 국민을 확보해 진정한 국가를 이뤘기 때문에 매년 8월 15일은 광복절이자 건국절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1919년 4월 조국의 광복을 위해 중국 상해에 임시정부가 수립된 날을 건국절로 봐야 한다는 주장과 대립한다. 임시정부에서는 ‘대한민국’ 국호와 ‘민주공화국’ 국체를 선언하기도 했다.

건국절 논란은 정치적인 이념 논쟁으로 번지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북한을 포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이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보면 오직 남한 정부만을 ‘대한민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주로 보수진영에서 광복절을 건국절이라 주장해왔다. 한편, 우리 민족이 분단되기 전인 임시정부 수립 일을 건국절로 보면 북한을 좀 더 포용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임시정부 수립 일을 건국절로 보지 않으면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이 목숨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리오리다/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심훈, 「그날이 오면」)

광복절 논란 속에서 ‘영광스럽게 회복한다’라는 의미를 담은 광복절의 빛(光)이 희미해져 갈까 우려된다. 정작 중요한, 민족의 해방과 독립투사들을 기념하는 일은 뒷전이 되는 모양새다. 그나마 전국 곳곳에서 광복절의 본질을 찾는 기념행사가 펼쳐지고 있으니 다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독립유공자와 유족 143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규식 선생의 손녀 김수옥씨와 안중근 의사의 증손 토니안씨, 박은식 선생의 손자 박유철 광복회장, 이화영 선생의 손자 이종찬 전 국정원장 등이 참석했다.

서울시는 지난 13일부터 서울광장에 “36년 동안 꺼내지 못한 태극기였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서울시는 “일제강점기 태극기를 숨기고서 독립을 위해 힘든 투쟁을 벌인 역사를 기억하고 그날의 함성과 감격을 다시 생각나게 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광복절 행사를 마련했다. 시민청과 삼각시민청에서는 일본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와 ‘아이 캔 스피크’를 상영한다. 오늘 오후 8시에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한반도평화를 염원하는 서울시향 광복 73주년 기념음악회’는 라이브서울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한다.

이외에도 고양시가 시청 문예회관에서 광복회원, 유가족 등 500여명이 참여하는 ‘제73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열고, 울산시도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경축식과 울산대공원 동문광장에서 ‘나라꽃 무궁화 전시회’를 여는 등 지자체들의 다양한 광복 기념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다.

조국의 광복을 위해 피와 땀을 흘렸던 조상들을 생각한다면 중요치 않은 숱한 논쟁으로, 혹은 그저 공휴일로 광복절을 기념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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