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막노동 일당 7만원, 최하위층이 중산층 되려면 ‘100년’
알바·막노동 일당 7만원, 최하위층이 중산층 되려면 ‘100년’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7.2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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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하마터면 열심힐 살 뻔했다' 표지>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싯다르타를 해탈에 이르게 한 것은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지긋지긋한 고행이었다. 삶이 고행이라도 되는 것일까. 요즘 청년들이 불가에서나 나올 법한 해탈이나 열반, 달관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4월 출간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가 여전히 베스트셀러인 이유다.

“취업, 노력해도 되지 않는다” 서울의 한 명문대 졸업생 A씨의 말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돼”,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노력하지 않고 얻은 성공은 비겁한 거야”라는 어른들 말씀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노오력’이라는 말로 비꼼의 대상이 된 지는 오래다.

아무리 열심히 ‘노오력’해도 취업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지난 21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는 14만4,000명으로 외환위기(14만6,000명)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취업을 포기한 구직단념자 역시 월평균 50만1,000명으로 같은 기준으로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다였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가 18만명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증가 폭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은 2009년 이후 최소치다. 청년층 실업률은 지난해 9.8%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돈, ‘노오력’해도 쥐꼬리만큼 번다. “알바나 막노동 등 단순 노무직이라도 해보지만 어쩐지 점점 빈곤해지는 느낌이다.” 몸이 망가지고 땀으로 온몸이 젖어도 일당은 7만원. 한 대학 졸업생 B씨의 말이다. 취업을 이유로 휴학 혹은 졸업을 유예하고 있는 학생들을 제외하고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청년들이 주유 보조나 건설현장 등 단순노무직을 전전하는 비율이 지난 5월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만7,000명 늘어나 25만3,000명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보다 많으며,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4년 이래 최악이다.

열심히 살지 않는데도 누군가는 소위 배경을 이용해 쉽게 성공한다는 명백한 사실은 설상가상으로 청년들을 더욱 좌절하게 한다. “한국에는 개츠비들이 너무 많아. 뭐 하는지 모르겠는데 돈은 많은 수수께끼의 저런 사람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서 주인공 종수의 말에 청년들은 공감한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작가 하완은 ‘죽어라 열심히 노력하는데 고작 이 정도고, 누구는 아무런 노력을 안 하고도 많은 걸 가져서다. 분명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배웠는데, 또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다고 배웠는데 이상하다. 뭔가 속은 것 같다’라고 생각하며 직장을 때려치웠다. 이는 단순히 영화 대사나, 작가의 읊조림이 아닌 사회 현상이다. 대한민국의 계층이동 사다리는 부러진 지 오래다. OECD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사회이동 증진을 위한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최하위소득계층이 중산층으로 발돋움하는 데는 약 100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지는 하나다. 청년들은 ‘달관’할 수밖에 없다. 작가 하완은 그의 책에서 “다만 괴로움을 줄이는 법은 안다. 분하지만 ‘인정’해버리는 것이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고, 노력한 만큼 보상이 없을 수도, 노력한 것에 비해 큰 성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괴로움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다”, “열심히 사니까 자꾸 승패를 따지게 되는 것이다. 열심히 달리는데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패배감이 들게 된다. 지는 게 싫어서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다”라는 가르침 아닌 가르침을 전한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는 출간된 이래 계속해서 각종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었다. 소위 대박이 났다. 고진감래를 외치던 우리 사회는 제대로 한 방 맞았다. 그리고 한 권의 베스트셀러가 주는 이 씁쓸함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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