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맥주 북한보다 맛없어… ‘수입맥주 전성기’
한국 맥주 북한보다 맛없어… ‘수입맥주 전성기’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8.02.15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국내 맥주 시장에서 수입맥주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열기와 더불어 ‘명절효과’로 인해 뜨거워진 유통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일 평창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본격적으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GS25, CU 등 편의점에서 수입맥주의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에서는 설을 앞두고 수입맥주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편의점·대형마트, ‘수입맥주’ 매출 크게 뛰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등 인기 종목을 비롯해 남북 단일 아이스하키팀 첫 경기가 열렸다. 이에 응원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는 주류와 스낵 등 주요 상품들의 매출이 크게 뛰었다.

지난 12일 편의점 CU가 개막식이 열린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저녁 6시에서 10시 사이 매출을 분석한 결과, “주류·스낵·간편식품 등의 매출이 전주 대비 두 자릿수 이상 크게 뛰었다”고 밝혔으며 “그 중 특히 수입맥주는 전주 동기간 대비 20.4% 매출이 뛰며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BGF리테일 MD 기획팀장은 “응원 열기가 이어지며 전국적으로 주류, 먹거리 판매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편의점 GS25도 수입맥주와 와인 매출이 각각 24.4%, 17.5% 신장했고, 이마트 역시 수입맥주와 소주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58.1%, 59%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림픽 기간인 데다가 설을 앞두고 ‘명절효과’도 있어서 주류, 간단한 안줏거리 판매량이 큰 폭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색 명절 선물의 등장, ‘수입맥주’

이마트는 다가오는 명절에 가공 선물세트로 주류 매출 1위를 차지한 수입맥주를 주인공으로 한 선물세트를 기획했다. 수입맥주 선물세트는 올해 총 10종을 준비해 지난 설보다 6종류나 가짓수를 늘렸는데, 이는 2030세대에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 전략에는 지난해 수입맥주가 역대 최고의 실적을 넘어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는 지난해 9월 4일 “올해 들어 지난달 27일까지 수입맥주 매출이 전년 동기 40.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주류 전체 매출 신장률 16.8%보다 24% 높다”면서 “2030 고객들이 수입맥주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편 지난해 이마트의 수입맥주 실적 호조에 영향을 끼친 요인으로 지난해 8월 7일 선보인 웹드라마 <나의 신세계>가 꼽힌다. <나의 신세계>는 ‘수입맥주’를 주제로 제작됐으며, 같은달 29일까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여러 SNS 채널에서 조회수 약 500만건을 기록했으며, 수입맥주 관련 웹드라마인 <나의 소중한 세계>가 공개된 이후 지난해 8~9월 수입맥주 매출 신장률이 이전 신장률보다 7% 높아져 수입맥주 매출 신장에 큰 기여를 했다.

일상이 된 수입맥주, 그 이유는?

이처럼 수입맥주가 보편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지난해 10월 25일부터 11월 6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2,000명을 대상으로 주류 소비·섭취 실태를 설문 조사한 결과, 수입맥주를 마셔본 사람의 비중은 지난 2016년 54.4%에서 지난해 66%로 10% 이상 높아진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 이유로는 '기존 맥주보다 맛있어서'라는 답변이 34.4%를 차지했다.

또한 남성 비중이 높았던 수입맥주 소비층은 최근 여성으로 확대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여성 소비자 중 수입맥주를 마셔본 이들은 2016년 50.6%에서 1년 만에 65%로 늘어났다. 그 배경으로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형태)’와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등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려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집에서 ‘혼술’을 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추세가 거론됐다.

수입맥주의 인기에 대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해 식품산업 소비 동향의 가장 큰 특징으로 ‘다양성’을 꼽으면서, “맥주 시장의 경우 국내 맥주 소비가 줄고, 수입맥주와 수제맥주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는데, 수입맥주와 수제맥주의 종류는 다양한 반면 국내맥주는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이 그 이유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맥주는 대략 600종가량이 되며,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여러 종류의 수입맥주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주류 업체들이 일부 수입맥주를 들여와 기존 유통 경로로 판매하고 있어 최근에는 동네 슈퍼에서도 수입맥주를 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맛이 좋아서”, “종류가 다양해서” 등의 이유로 무조건 수입맥주를 찾지는 않는다. 최근 수입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프로모션으로 진행 중인 '네 캔에 만원' 마케팅이 꼽힌다.

‘네 캔에 만원’ 마케팅은 처음에는 편의점이 고객을 끌려는 방편으로 시작했다. 편의점 입장에서 이윤은 적지만, 고객의 발길이 많아지면 수입맥주 외에 상품들을 추가로 팔 수 있기 때문에 시행했으며, 편의점과 더불어 대형마트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시작하면서 수입맥주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했다. 

수입맥주 열풍에 맥 못 추는 국산맥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수입맥주의 시장은 아직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수입맥주와 국내맥주의 경계가 흐릿해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소비자들이 수입맥주와 국내맥주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그냥 ‘맥주’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수입맥주 열풍에 국산맥주 업체들이 시름을 앓고 있다. 업체들은 국산맥주의 위기를 두고 “‘역차별’ 때문이다. 낮은 주세율을 적용받는 수입맥주가 할인을 내세워 저가 정책을 펼치다 보니 주세율이 높은 국산맥주가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고 답답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요즘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생각보다 똑똑하다. 무조건 저가라고 해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서 국산맥주는 ‘심심한, 맛없는 맥주’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반면, 수입맥주 중에는 이미 세계적인 맥주로 이름을 알린 브랜드들도 많다. 소비자의 외면을 가격 때문이라고 탓할 수 없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국산 맥주 업체들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시절부터 안이한 대처만을 해왔다. 지난 2012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맥주가 북한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때도 국산 맥주 업체는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국산 맥주 업체들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산 맥주 업체들의 연구개발(R&D) 투자비율은 전체의 0.41%에 불과하다.

수입맥주의 홍수 속에 국산맥주가 기를 못 펴고 있는 상황에 국산 맥주업체들을 옥죄는 규제가 완화돼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수입맥주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산 맥주 업체들도 변화를 할 필요가 있다. ‘맛없는 맥주’라는 오명을 벗고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