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북] 박상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쫄깃한 문체로 버무린 여행+문학+음악
[메트로 북] 박상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쫄깃한 문체로 버무린 여행+문학+음악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9.2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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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여행과 문학의 만남은 뿌리가 깊고 다양한 변주를 통해 오래 독자를 붙들고 있다. 그런데 흥이 넘치고 끼가 다분하고 거기에 여행까지 즐기는 독자라면 문학만 가지고는 좀 모자라지 않을까.

그래서… 누군가 음악을 섞었다. 볼륨을 높였다. 그렇게 음악은 여행과 짝이 되고 음악은 글이 되어 페이지마다 숨쉰다. 아니 숨 쉬는 정도가 아니라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참 고약한 문장가를 만났다. 박상. 머리가 헝클어지고 기타에 온몸을 실어 밤새 술을 탐할 것 같다 (불길한 예감은 항상 적중한다!).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소설가다. 밴드 ‘말도 안돼’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록 정신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을 쓰기도 했다.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박상 지음 │ 작가정신 펴냄 │ 376면 │ 13,000원 (130×196㎜)

그가 쓴 최신작 자칭 ‘뮤직 에세이’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을 펼쳤다. 스페인 이비사 섬이 클러버 춤처럼 흔들흔들 나오고 그리스 산토리니 풍광이 뽀얗게 떠오르며 읽는 맛에 보는 맛(상상!)을 더했고 필리핀의 소녀의 끈적한 구걸도 등장하고 일본 후쿠오카 이자카야의 꼬치 안주는 소설의 맛(상상!)을 더하고 있다. 

에세이의 막을 여는 스페인의 섬 이비사(Ibiza), 눈썰미 있는 독자라면 얼마 전 TV에서 봤을 것이다. 작가의 말을 옮겨보면. “이비사 섬은 세상에 흔하지 않은 환락의 섬이자, 섬 전체가 거대한 일렉트로닉 클럽이라고 해도 무방한 곳이다.

(…) 유명 디제이들이 줄줄 찾아와 높은 수준의 공연을 자행하는 곳이다. (…) 이비사만큼 클러버들이 대놓고 정신없이 흔들기 좋은 판을 깔아놓은 섬은 이 세상에 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섬 드레스 코드는 ‘헐벗는’ 것이었다. 길거리에서도 남녀 가리지 않고 수영복 정도나 달랑 입고 맨살 노출이다. 작가는 3년 이상 꾸준히 운동해도 될까 말까 한 몸들이 대세였고 흐름이었고 경향이었다고 말한다. 이 섬에서 하루에 오십 번 정도는 들었던 노래는 다프트 펑크의 ‘겟 럭키(Get Lucky)’였다.

박상 작가

작가는 외롭다. ‘썸’을 기대한다는 말은 없지만 독자는 느낀다. 외로움은 필경 충동을 부르고 충동은 바다를 건너간다. 그래서 부산 여행 갔다가 배타고 후쿠오카로 훌쩍 떠난다. 배 안에서 여자를 만난다면? 그러나 먼 바다로 나가자 록 정신을 가진 파도가 출렁이고 멀미를 느끼고 출발부터 뭔가 꼬인다. 어쨌든 후쿠오카 조그만 카페에서 기타 소리를 듣는다.

 “노래는 개판이지만 펑크 정신이 느껴지고 동시에 가슴은 꿈틀, 초특급 매운 라멘을 먹을 때 잠시 뜨거워졌던 부분이다. 이럴 때 노브레인 말고 누가 있나. 스마트 폰을 열고 ‘한밤의 뮤직’을 들으며 발걸음은 저절로 이자카야로 향했다.

안주는 주인장이 주는 것을 보고서야 꼬치구이를 시켰다는 것을 알았다. ‘한밤의 뮤직’을 끝없이 들었다” 오는 길 배 안, 옆자리에 분위기 좋은 여자가 앉았다. 그러나 “전혀 외롭지 않아 그 여자에 한 마디도 안 걸었다” 해놓고선 “내가 왜 그랬지? 미쳤구나. 어우, 딱 내 스타일이었는데”라는 고백을 보면 숙취가 보통이 아니었던 것 같다.

가을타는 남자 박상은 마닐라로 충동 여행을 떠난다. “마누라도 없는데 마닐라, 바닐라 라테나 마시는 게 싸게 드는데 마닐라라니”라고 하면서 “맛있는 ‘싼미구엘’ 맥주가 싸다는 것 말고는 모든게” 바가지라고 분통을 터뜨린다. 남의 나라 비합리에 스트레스 받지 말자며 음악으로 출구를 찾는다.

“필리핀은 타고난 음악적 감수성이 파퀴아오의 원투 스트레이트 같은 나라 아닌가, 라며 숙소의 축축한 침대에서 폰에 저장된 음악을 듣다 마릴린 맨슨의 ‘스위트 드림스(Sweet Dreams)’가 흐르자 짜릿한 감명에 감전되었다” 그러면서 돌아오는 길 그는 다짐한다. “다시 가을 안 타게 선블록도 꼼꼼히 바를 테다”

넘치는 유머는 주체 못하고, 풍부한 음악 감성은 에너지를 충만케 하고 비범한 문체는 쫄면처럼 쫄깃하다. /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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