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교육 평가혁명①] 일본 수능시험, 2020학년도부터 서술·논술형 문제 도입
[일본교육 평가혁명①] 일본 수능시험, 2020학년도부터 서술·논술형 문제 도입
  • 독서신문
  • 승인 2017.09.1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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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 IB 논술형 교육과정 공교육에 도입

‘잃어버린 20년은 공교육의 경쟁력 상실에서 시작됐다’ 일본이 ‘교육평가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부실한 공교육이 국가발전의 걸림돌이라는 값비싼 교훈을 얻은 결과다. 한국 교육계가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가운데 일본은 대학입시와 일선 중고교 교육현장에서 ‘평가혁명’에 착수했다. 그것도 한국보다 질적으로 수준 높은 ‘평가혁명’이다. 객관식·선택형 시험문제를 줄이거나 폐지하고 서술·논술형으로 바꾸는 혁명적인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서울대, 고려대, 서울교대 등이 대입전형에서 논술고사를 전면폐지하고 다른 대학들도 논술전형을 축소하는 한국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신향식 객원기자를 일본에 급파, 일본교육의 평가혁명 현주소를 살펴봤다. 이를 정리해 게재한다. <편집자 주(註)>

일본 도쿄대학교 교정

[독서신문] 일본 산케이신문과 일본경제신문, 일본 고교생신문의 보도와 도쿄에서 만난 일본 교육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대입시험에 서술(논술)형 문항을 부분적으로 출제한 뒤 이를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또, 일본은 아시아 최초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논술형 교육과정을 공교육에 도입했다. 유럽의 중·고교처럼 책읽기와 토론과 글쓰기로 진행하는 과제연구 중심의 수업방식을 1단계로 200개 학교에서 실시한 뒤 점차 대상 학교를 늘릴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은 ①교육 관료주의(교육부, 문부과학성), ②암기·주입식 교육, ③객관식·선택형 시험 위주란 공통점이 있다. 한국 교육계에서는 이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실제로 한국 교육은 일본 교육을 모방한 사례가 많다.

그런데 이제 일본은 학생들에게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해 객관식·선택형 시험을 지양하고 서술·논술형 평가를 도입해 교육과정을 크게 바꾸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객관식·선택형 시험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마디로, 일본은 ‘객관식 정답 맞히기 교육’이 아니라 ‘사고력 창의력 교육’에 초점을 맞춘 교육과정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런 움직임을 ‘교육혁신’, ‘평가혁신’보다는 ‘교육혁명’, ‘평가혁명’으로 부르고 있다. ‘혁신’보다는 ‘혁명’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는 뜻이다.

교육과혁신연구소의 이혜정 소장은 “중·고교의 수업 내용을 바꿔도 상급학교 입학시험의 문제형식을 그대로 두면 교실 수업에 질적인 발전이 없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평가혁명’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험문제 형식 자체를 근원적으로 바꿔 교실수업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일본의 전략을 한국 교육계도 참고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일본 대학입학공통테스트 국어 예시 문제

◆ “논거에 기초해 자기 생각을 글로 쓰라”는 일본 수능

① 일본 수능시험에 서술·논술형 문항 일부 도입=한국의 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일본의 대입센터시험은 지금의 고교 1학년이 시험을 보는 2019학년도(2020년 1월)에 폐지된다. 1989년 도입한 대입센터시험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2020학년도(2021년 1월)부터 새롭게 ‘대합입학공통테스트’(가칭)가 시작된다. 대학별고사와 AO 입시(한국의 학생부종합전형)의 개혁도 진행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대학교육, 고교교육, 대학입시의 전반적인 개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대학입학공통테스트는 그 중의 하나다. 명칭뿐만이 아니라, 출제 내용과 답안 작성 방식도 현행 대입센터시험과는 많이 다르다. 기존 객관식·선택형 문제에 서술(논술)형 문제가 추가된다. 심층적인 논술형 문제는 아니지만 깊이 생각해야 풀 수 있는 논제다.

문부과학성은 ‘대학입학공통테스트’의 개요를 지난 5월 16일 처음 발표했다. 예시문제는 국어와 수학에서 각각 2문항씩 나왔다. 국어에서는 가상 도시의 ‘경관 보호 가이드라인’이 소재다. 아버지와 딸의 대화와 논의의 대립점 등을 설명한 제시문을 읽고 자기 생각을 글로 써야 한다. 답안 분량은 80자 이상 120자 이내다.

수학 예시문제에서는 공원의 동상을 소재로,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코사인 법칙'을 응용해 상이 보이기 쉬운 위치나 각도를 유추해 논술하게 했다.

서술형 문제 개발에 참여 중인 한 대학교수는 “국어학습은 읽고 말하고 듣고 쓰는 것”이라며 현재의 객관식·선택형 시험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쓰기능력을 평가하려는 것이 새 제도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수험생들은 ‘논거에 기초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라’는 요구를 받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선 고교 관계자들은 “대학입학공통테스트가 학교 수업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게 과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 전문가 하시노 아쓰시(橋野篤指導) 씨는 “새 시험은 기존 시험보다 사고력을 묻는 문제가 많다”면서 “본질을 이해하는 수업이 더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문부과학상은 지난 5월 16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대학입시에서는 지식, 사고력,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동 등 학력의 3요소를 다각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면서 대학들도 대학별고사에서 이런 점을 반영하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대학입시센터는 올해 11월 고교생 5만 명을 대상으로, 서술(논술형) 문항을 포함한 새로운 입시제도에 맞춘 모의고사를 실시한다. 국어, 수학은 2학년 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과학, 지리, 역사는 3학년 학생들에게 치르게 할 방침이다. 응시생들의 성적 등을 근거로 난이도와 채점기준을 분명히 할 예정이다.

◆ 사고력과 비판력 중시하는 IB 논술형 교육 확대

② 일본 공교육에 유럽형 IB 논술형 교육과정 도입=일본 문부과학성은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와 제휴해 초·중·고 교육과정 전체를 일본어로 번역해 200개 학교에 보급했다.

2015년에 IB 논술형 교육과정으로 첫 수업을 시작해서 2016년 11월에 일본어 버전의 IB 논술형 대입시험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2017년에는 IB 논술형 전형으로 입학한 대학 신입생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문부과학성 측은 2017년 3월 요코하마에서 열린 IB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IB 논술형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학교를 200곳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아베 총리는 2013년 6월 ‘각의결정’에서 일본어에 의한 IB 교육과정을 개발해 국제바칼로레아 인정 고교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2018년까지 200개 학교에 IB 논술형 교육과정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200개 학교는 일본 전국 학교(공교육)의 4%에 해당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당 내용이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됐다는 점이다. 정부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회의를 ‘각의’라고 한다. 수상 및 모든 각료의 의사결정수단 중 가장 위치가 높은 것이 ‘각의결정’이다.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되기 때문에, 각의결정은 모든 각료의 의사를 통일하는 게 원칙이다. 반대하는 각료가 있다면 각의결정은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2013년 6월 각의결정에서 IB 바칼로레아 논술형 학교를 늘리기로 한 것은 국가 차원의 목표로 판단할 수 있다.

IB 논술형 교육과정은 ‘전인교육’을 교육이념으로 하고 있다. 초등교육프로그램(PYP), 중등교육프로그램(MYP), 디플로마 프로그램(DP)을 거쳐 ‘탐구하는 인간’, ‘지식이 있는 인간’, ‘생각할 수 있는 인간’ 등의 10가지 학습자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IB 교육과정은 1968년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기관 IBO에서 개발했다. 전 세계 146개국에서 채택하고 75개국 2000여 개 대학이 인정하는 국제적인 교육과정이다. 객관성과 신뢰성이 검증된 표준화 시험이면서도 객관식 정답 맞히기형 시험이 아니라 학생들의 독창적인 사고와 비판적인 능력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는 게 특징이다.

/ 도쿄(일본)=신향식 객원기자, 취재지원=오정한(연세대 철학과), 신재호(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 참고=일본 산케이신문, 일본경제신문, 일본 고교생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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