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독서대전 기조강연 “책은 밥이요, 자궁이다”
고은 시인, 독서대전 기조강연 “책은 밥이요, 자궁이다”
  • 정연심 기자
  • 승인 2017.09.0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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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이고, 살아있는 현장이고, 잠자는 밤이고, 꿈을 깨는 새벽입니다. 새벽은 밥이라는 것! 밥을 안 먹으면 굶습니다. 죽습니다. 여러분, 책 안 읽으면 굶어 죽습니다.”

고은 시인은 지난 9월 1일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 기조강연 ‘사랑하는 힘, 질문하는 능력’에서 책을 밥으로 규정했다. 책은 인간 삶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양식이며, 양식을 꾸준히 섭취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신념이다. 

“책은 문명이 만든 것이 아니라 생이 만든 것이다. 우리의 생이 절실히 요구한 결과다. 어찌 문자가 따로 있고, 내 생이 따로 있겠느냐”며 책과 인간은 공동운명에 놓여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은 시인은 같은 의미에서 책은 잃어버린 어머니의 자궁이라고 말했다. 그 시원의 지점에서 시인이 체득한 것은 언어의 야생성이다.

“바람이라는 언어에서 바람소리가 들린다는 확고한 삶의 신념 가지고 살았습니다. 문자와 언어, 낱말이 바로 생생히 세계의 소리로 환치되는 그런 세계가 있었어요. ‘파도’하면 그 언어에서는 파도소리가 납니다. 내 언어에서 파도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파도를 의미하지 않는 것입니다”고 전했다.

지성보다는 언어의 직관적 야생성을 좇는 그는 책 속에서 화두를 꺼내 자신의 관점을 세우던 일부 근대 지식인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는 평가다. 시인이 직접 바람, 별빛, 사람의 숨결과 마찰하면서 생명체에서 발생하는 사유를 독창적 시어로 구현해 차별성을 획득한 것.

“책 안에 세계가 다 들어 있습니다. 책을 신전이라 생각해요. 내게 다른 종교는 필요 없습니다.”

‘술하고 밥과 책이 제일 맛있다’는 고은 시인은 자신의 삶은 단순히 읽는 것, 쓰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심청을 주제로 ‘지금 시대와는 안 맞는’ 서사시를 썼으며 오는 10월 발간할 예정이다. 또 『겨레말큰사전』을 펴내 과거로 사라진 말, 전 세계에 흩어진 말, 잊혀진 말을 한 데 모아 복원한다는 계획을 세워 놨다.

마지막으로 고은 시인은 “언어는 불명료성, 편향성, 폭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를 떠나서 살 수는 없다. 언어의 부정적 의미와 절대적 의미를 잘 조절하면서 언어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깨어있는 언어의식을 지닐 것을 주문했다. / 정연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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