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이상복 신임 도서관협회장 "정규직 사서가 독서문화의 지렛대…도서관 정책다룰 독립기구 급하다"
[특별 인터뷰] 이상복 신임 도서관협회장 "정규직 사서가 독서문화의 지렛대…도서관 정책다룰 독립기구 급하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8.0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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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도서관이 책을 빌려보는 곳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난 게 20년이 넘었다. 이젠 지역문화의 중심 커뮤니티 역할에 공공 서비스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지역 주민들이 이런 사실들을 제대로 알까. 주민들은 잘 안다. 그러면 공무원들은 잘 알까? 공무원들도 잘 안다. 모든 정책이 공무원이 몰라서 안 되는 것은 없지 않은가. 다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니 해당 기관들은 속이 탄다.

한국도서관협회가 그렇다. 이상복 신임 도서관협회장은 사면초가 첩첩산중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도서관계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한다. 비정규직 사서 문제, 도서관 정책 부서 독립기구화, 내년 지방선거 대응 등 문제는 산적하고 해결책은 오리무중에 있으니 이 회장은 넘치는 파이팅에 온갖 지혜를 더해야 할 것 같다. 대진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이기도 한 이상복 회장을 만났다.

이상복 신임 한국도서관협회장

- 축하 인사가 늦었습니다. 소감부터 듣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받는 게 책임 하나를 더 얹는 듯한 느낌입니다. 도서관계 위상이 많이 위축돼 있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협회 측은 대응이 늦었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더 무겁습니다” 세상 변화라는 대목이 함축하는 게 많다. 그 중심에는 비정규직 사서 문제가 옹이처럼 박혀 있다. 이 회장은 도서관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학교에서 1981년부터 16년 동안 도서관 사서로 근무했다.

- 도서관협회가 변화에 대응 못했다는 것은 보수화가 심하다는 말인가요

“기존 회원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보수화됐습니다. 도서관 사서들은 대체로 정치적으로 중립입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사서 채용 등에 소극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성장위주 시대에는 도서관은 존재가 희미했다. 2000년대 들어와서야 공공도서관이 확대되면서 도서관에 대한 개념이 다시 정립됐다. 그래도 협회는 외연 넓히기에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밖에서 보기에 협회는 이슈가 없다, 아젠다가 없다 할 정도로 그동안 움직임이 없었다. 괸 물이었다면 이제라도 물길을 새로 내는 게 순서다. 세차게 물이 흐르게 하는 건 그 다음이다.

- 임기 2년 동안 어디에 집중할 건가요?

“정규직 사서의 확대가 우선 급합니다. 대학의 문헌정보학과 졸업부터 도서관에 정식 취직하기까지 길이 너무 멀어요. 문헌정보학과가 4년제 대학이 33개에 전문대까지 포함하면 1년에 5천명 가까이 배출됩니다. 정규직 사서로 취직되는 비율은 10%에요. 나머지는 다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이죠”
이 회장은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나갈 것을 알면서도 학문을 가르치는 게 양심의 가책이 든다 했다. 대학도서관도 사정이 다를 게 없다.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교직원 월급 동결되고 신규채용은 거의 없다. 사서로 취직될 ‘일’이 없다. 8년 전부터 누적되고 있는 일이다. 

초중고 학교도서관은 사정이 더 나쁘다. 사서교사를 거의 안 뽑는다. 무기계약 같은, 교사가 아닌 공무직 사서를 뽑는다. 전체 학교도서관에서 사서라고 일하는 사서의 95~98%가 공무직 또는 비정규직이다. 사서교사는 2~3%에 불과하다.

전국 학교도서관은 1만개가 넘는다. 사서는 1500명 남짓이다. 나머지 학교는 미배치학교다. 자원봉사자나 일반 교사가 돌아가면서 사서 노릇을 한다.

- 사서교사가 그렇게 부족하니 학부모 불만도 많겠네요

“당연하죠.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학교를 새로 지어놓고 사서교사는 없는 거에요. 도서관 배치는 의무인데 사정이 너무 열악한 거죠. 이래서 정보의 격차라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 사서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왜 사서가 필요한가요?

“‘사서가 전문직이다, 사서만 할 수 있다’ 라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서들은 학교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사전에 수집하고 축적 제공 서비스하는 봉사정신과 이론을 배웁니다. 비유가 적당할지 모르지만, 6년 의대 공부하고 레지던트 거친 의사와 돌팔이 의사를 비교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이 회장은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2000년대 초반 한 초등학교에 도서관을 세우는데 학교 관리자들이 학부모에게 와서 일하라고 했다. 교장의 지인 등이 그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앉아 2년 이상 일하면 무기계약으로 변경해준다.

지금 서울시는 중학교 고등학교에는 공무직 사서를 배치하는 데 초등학교에는 실무사를 쓰고 있다. 그래서 이 회장은 서울시교육감 면담을 신청했다. 공무직 사서와 실무사는 급여 차이도 크다. 경기도는 공무직 사서들의 조직이 있어, 교육청에 끈질기게 항의한 끝에 사서 실무사는 거의 없어지고 이제 10여명 남았다.

도서관 부흥 좌우할 내년 지방선거 주목
정당 정책 따지겠다

초중고 도서관 사서교사는 2~3%
‘독서 교육’은 말뿐

- 도서관협회장으로서 정부에 바라는 게 많을 것 같은데요

“방금 100대 국정과제에 독서 출판 등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얘기도 했는데요, 문체부가 블랙리스트에 초점을 맞춘 것 같습니다. 이번 정부가 시간적으로 여유있게 출범했다면 출판 등 문화계 인사 얘기도 들었을텐데 아쉽습니다.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사실 지방선거는 도서관의 성쇠를 쥐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서관계 인사들 말을 들어보면 지자체 장(長)이 도서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예산 등이 크게 좌우된다.

이제는 정당 차원에서나 지자체 장들이나 도서관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래도 도서관협회로서는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정부에 구체적으로 요구한다면

“독립청인 도서관청을 만들어달라는 얘기는 오래됐고요. 최소한 도서관을 통합관리하는 독립된 기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 공공도서관은 문체부 관할이고, 대학도서관은 교육부, 초중고 학교도서관은 각 교육청, 전문도서관은 미래창조부 관할입니다. 감독기관이 다양해 여러 과제들이 효율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소속 위원회가 있지만 그동안 역할을 제대로 해 오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번 정부는 이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제 역할을 잘 하도록 힘을 실어주시기 바랍니다”

- 도서관의 역할과 관련, 책이 아닌 문화 프로그램이 중심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두가지 다 필요합니다. 미국은 도서관이 민주주의의 장이라고 하잖습니까. 전시도 하고 토론도 하는 사랑방입니다. 문화강좌 등 서비스도 공공도서관이 합니다. 책을 통해 만나는 것도 좋지만 휴먼 라이브러리라는 개념에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저자와의 만남, 도서 특강, 길위의 인문학 등이 그런 행사입니다”

이 회장은 어느덧 4차산업혁명 얘기를 꺼내더니 로봇과 일자리에 대해 넘어간다. 결론은 도서관은 희망이 있다는 것. 이런 얘기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지역 어르신들이 도서관을 찾으면 누가 응대할 것인가, 로봇이 봉사를 할 수 있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이 여기 있다. 공공도서관의 공공 서비스에 있다.

- 도서관이 생겨 아파트 값이 올랐다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얼마전 ‘대통령의 서재’ 도서관인들의 모임이 광화문에서 있었는데 어떤 분이 그런 말씀을 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통계로 된 게 있는지 모르지만, 도서관의 경제적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도서관이 들어서면 주변이 조용해지고 일단 범죄가 없답니다. 아이들이 마음놓고 도서관에 다닐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 ‘길위의 인문학’은 어떤가요

“지역 반응이 아주 뜨겁습니다. 지역문화 발굴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고정팬이 있을 정도입니다. 예산도 늘리고 있습니다. 안하면 민원이 들어올 정도입니다. 대학도서관도 참여하고 있어요. 강의료는 비교적 넉넉하게 드립니다. 지역 문화인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 우리나라 지하철 문화를 바꿔보면 어떨까요. 독서하는 지하철 등 캠페인을 펴면 어떨까요

“좋은 생각입니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승객을 인터뷰하거나 지하철 풍경을 르포식으로 다루는 것도 독서신문으로선 검토해볼만한 일일 것 같습니다. 독서신문에 연재되는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책- 메트로 북’을 잘 보고 있습니다. 독서신문사와 함께 캠페인을 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 책은 많이 읽으시나요

“젊어서는 문청(문학청년)이었습니다. 최인훈 『광장』을 읽었고 대하소설도 많이 봤습니다. 요즘은 경제 역사 쪽 책을 많이 봅니다. 직업 탓인지 책을 안보면 왠지 불안합니다”

이상복 회장은 책이 귀했던 시골에서 태어나 버스 통학을 하며 독서신문을 보았다. 당시 독서신문은 국내외 문화소식을 가장 폭넓고 심도 있게 전하는 유일의 문화교양지였다.

이 회장은 가판대에서 독서신문을 사 읽었다고 회고한다. 어린 시절 타블로이드 신문의 향수는 문학으로 이어지고 문학은 다시 책으로, 책을 다루는 직업으로 이어졌다. 이제 책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위치에 있다. 책이 그대를 응원할 것이다. 북 코리아 파이팅! 

/ 엄정권·이정윤 기자, 사진= 이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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