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 반도체 자만 말라, 중국 역습 거세다- 『반도체 전쟁』
[리뷰] 한국 반도체 자만 말라, 중국 역습 거세다- 『반도체 전쟁』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6.1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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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 4차 산업혁명 시대 중국의 역습
남윤선·이정·허성무 지음 │ 한국경제신문 펴냄 │ 236쪽 │ 15000원

[독서신문] 메모리반도체는 단군 이래 한국이 세계를 정복한 유일한 아이템이다. 지난 1992년 한국 반도체는 일본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라선 뒤 한번도 선두를 내놓지 않았다. 한국 경제를 오래 먹여 살렸고 앞으로 오래 먹여 살릴 산업이다. 그런데 우리만 평생 먹을 것 같던 '반도체 우물'에 중국이 두레박을 던졌다.
 
“중국은 다급하고 절박하다. 중국이 수입하는 반도체는 연간 약 300조원. 석유보다 반도체 수입이 더 많을 정도다. 스마트 폰 수요 폭증에, 스마트 폰 주요 부품인 반도체가 빠지지 않으니 전량 수입하는 처지다. 반도체야말로 중국이 자급자족해야 할 필수 품목이다.”<22쪽>

“중국은 IT산업을 적극 육성해 일본과 한국을 거의 따라잡았다. 문제는 부품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중국 업체에 뺏기고 있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중국에 팔며 훨씬 높은 이익률을 구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중국에 반도체를 팔며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시장 진출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는 없는 이유다.”<72쪽>

책 『반도체 전쟁』은 중국 추격의 실상을 전하면서 그 무서움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한국 의사결정자들의 심드렁한 여론을 소개하는 것은 중국의 무서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반도체 1위라는 자만 속에 관심과 지원은 줄고 있다.

서울대학교에 반도체 전공교수가 없는 처지라 반도체연구소장을 다른 제품 전공자가 맡고 있다는 저자의 설명은 우리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 예산은 3년새 반토막 났다. 담당 공무원은 1~2년마다 계속 바뀌고 있다. 중국 도전이 더욱 거세지면 우려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지도 모른다.

이 시나리오의 중심에는 '중국제조 2025'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제조 2025'의 머리에는 반도체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중국의 반도체 정책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중국제조 2025'는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전환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다. 2025년까지 공정자동화, 첨단제조업 등으로 대변되는 3차산업혁명을 마무리하고 선진국들과 비슷한 시기에 4차 산업혁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3차 산업혁명 완성 시간을 단축하자는 뜻이다.

'중국제조 2025'는 국산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반도체 경우 조금 질이 떨어져도 정부 압박으로 완제품에 사용하게 한다는 것. 즉, 중국 국산 반도체를 스마트폰에 쓴다면 중국 14억명이라는 테스트 베드를 통해 성능을 실험할 수 있다. 중국이니까 가능한 발상이고 또 얼마든지 그게 가능하다.

또 하나 경계해야 할 일은 중국의 한국 반도체 장비 소재 업체 인수다. “한국의 장비 소재업체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납품하며 경쟁력을 키워와 세계 선두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중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은 국내 대기업 횡포를 겪으며 '차라리 중국에 팔리고 싶다'라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중국에 팔려 거액을 손에 쥐거나 합작을 통해 중국 증시에 상장하고 싶어 한다. 자칫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 뿌리를 중국에 내줄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145쪽>

"기업들에게는 중국발 위기론이 먹혀들지 않는다. 초호황이니 그럴만도 하지만 학계나 시장 의견은 다르다.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늦는다는 것이다." <214쪽>

저자는 중국을 동반자로 여기자고 제안한다. 제품개발 및 설계 단계부터 중국과 협력해 소비자의 수요를 예측하고 발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 정부의 풍부한 자금도 지원받고 우수 인재를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할 것을 권한다. 또 장비 제조 시장에 과감하게 투자해 일본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경종은 이어진다.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가 바로 미래를 준비할 때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중국을 앞서는 것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산업적·외교적·역사적 관계를 종합해 중국과 올바른 관계를 설정하고 한국의 국보인 반도체를  계속 키울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시기다.”<233쪽>

이 책에는 중국 반도체 관련 핵심인물들이 공개돼 있다. 이들을 살펴보면 중국 반도체의 과거와 앞날을 점칠 수 있을 것이다. /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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