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빈곤조차 드러낼 수 없는 여성들의 현실- 이이지마 유코 『여성파산』
[리뷰] 빈곤조차 드러낼 수 없는 여성들의 현실- 이이지마 유코 『여성파산』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7.0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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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젊은 남성들의 비정규직 증가나 아동 빈곤과 달리 여성의 문제는 사회의 관심을 받기 힘들다. 2011년 12월 일본 ‘아사히신문’ 1면 기사에 ‘1인 가구 여성 3명 중 1명이 빈곤층’이라는 기사가 실렸지만, 일시적으로 화제가 됐을 뿐 그들이 왜 빈곤에 빠졌는지 구조적 문제를 파고들거나 대책과 지원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은 없었다. 

저자 이이지마 유코는 당시 30대 독신 여성 프리랜서였다. 스스로도 가난한 여성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어디선가 톱니바퀴 하나가 어긋난다면 언제든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불안함을 안고 살았다. 그래서 2012년 여름부터 10대 후반~40대 독신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사람씩 만나다 보면 공통분모가 보일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여성들이 겪는 가난의 실태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저마다 안고 있는 문제들이 전부 달랐다. 그때 깨달았다. 여성과 남성은 빈곤의 본질이 달랐다. 남성 노숙자들은 학력이 낮고, 유소년기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살고, 의지할 가족이 없는 사람이 많았다. 또 80%가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성은 직업이 있어도 ‘워킹푸어(연소득 2000만원 미만)’로 분류되고 있었다. 즉, 고용과 빈곤 문제를 근거로 내세우지 않아도 여성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빈곤과 마주하고 있던 셈이다. 

이 책은 ‘빈곤조차 드러낼 수 없는 여성들’을 가시화하고자 한다. “번듯한 직장도 없는 주제에”,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주제에”, “결혼도 안 한 주제에”처럼 ‘공기처럼 떠도는 고달픔’을 가시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여성파산’이라는 파격적인 단어를 제목으로 선택하는데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만큼 여성들이 더이상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함을 담았다. 학비를 벌기 위해 출장 성매매를 하는 명문대 여학생, 출산 직후 채용해주는 곳이 없어 임신부 전문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여성 등 다소 충격적인 사례를 통해 여성의 가난을 직시해야 할 때다. / 이정윤 기자

■ 여성파산
이이지마 유코 지음 | 정미애 옮김 | 매경출판 펴냄 | 320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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