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플로리스트 김영주] 꽃이 피거든 김영주를 부르고 꽃이 지거든 김영주를 기억하라
[인터뷰-플로리스트 김영주] 꽃이 피거든 김영주를 부르고 꽃이 지거든 김영주를 기억하라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3.22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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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예술학교 피베르디프랑스 한국분교아카데미 교장
꽃나이 ‘꽃테’ 40년 국내 최고수 플로리스트

4월 19일 대구서 출판기념회, 세계 유일 20년 작품 역사 담아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꽃은 그 자체로 아름답건만, 왜 자꾸 안으로 들여놓는 걸까. 그냥 들판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빗속에 시달리며 아름다움을 키우는 생명력 있는 꽃이 꽃답지 않을까? 그냥 산골 비탈길에 보는 이도 없는데 한 송이 피워내는 조용함이 꽃답지 않을까?

그 아름다움에 숨을 불어넣어 끝까지 지키고 조용함의 수명을 연장하고 사람들에게 널리 보여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플로리스트다. 이들 플로리스트들이 꽃을 꽃이라고 부를 때 꽃은 비로소 꽃이 된다. 다만 그들은 부르기보다 매만질 뿐이다.

우리나라 최고수 현역 플로리스트에게 좀 무례하지만 초면에 이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었다. 꽃에 대한 철학과 꽃을 대하는 마음이 일반인과 다름을 그녀의 손을 보고 짐작했다. 꽃을 만지는 손, 얼핏 우아함과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공주 같은 섬섬옥수를 떠올렸다면 너무 현실을 모르는 거다.

그녀의 손은 가시에 찔리고 잎사귀에 긁혀 기어이 굳은살이 박이고 손마디가 굵어졌다. 아예 매니큐어는 바를 생각도 못한다. 매니큐어는 한 시간도 못 견디고 볼품없이 뭉개지고 만다. 나무에 나이테가 있다면 꽃에도 ‘꽃테’가 있다. 그 ‘꽃테’는 꽃이 아니라 사람, 플로리스트에 있다. ‘꽃테’ 40년 플로리스트 김영주를 만났다.

꽃이 무슨 뇌물입니까, 법 때문에 다 망해서야…

그녀는 프랑스 꽃예술학교 피베르디의 한국분교 교장을 맡아 후학 양성에도 바쁘다. 나이는 그냥 양띠라고 해달라는 주문이다. 양띠면 몇 살이더라….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에 프로페셔널한 명칭을 붙인 게 10년도 안됐어요. 드라마 ‘여름향기’에선가 손예진씨가 플로리스트로 등장했는데 그때 플로리스트가 하는 일이 뭔지 처음 제대로 알려졌죠. 그런데 너무 연약하게 표현됐어요” 꽃을 만지는 일은 중노동이다. 꽃을 골라 사오고 물에 담그고 잘라내고 다듬고 하는 일이 시간과의 싸움이라 몸이 고달프다.

사실 플로리스트는 꽃을 가꾸고 재배하는 사람부터 시장에서 파는 사람 등 꽃 관련 모든 종사자들에 두루 쓰는 말이다. 꽃집 아가씨도 그래서 플로리스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마치 꽃 디자이너처럼 다소 왜곡돼 있다는 설명이다.

꽃집이나 화훼산업이 어려워진 건 지난해 김영란법 시행 이후라는 게 이쪽 업계 중론이다. “꽃이 뇌물입니까?”라고 되묻는 말에 가시가 돋쳐 있다. 기자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엉거주춤 그러게 말입니다, 라는 표정으로 다음 말을 눈으로 재촉했다. “농사짓는 사람들 다 어떡하란 말이에요? 오늘 꽃시장 나가 봤더니 글쎄 산더미처럼 꽃이 쌓였어요. 비쌀 때는 1만원 가까이 하던 게 3천원도 안되더라고요. 어떻게 김영란법으로 이렇게 단칼에 다 죽입니까?”

요즘 국회의원들이 한 테이블에 꽃 하나씩 두자며 ‘1테이블 1꽃’을 말하고 있다. 이런 운동이라도 해서 농가를 살려보자는 말이다. 김영주의 주장은 그러나 꽃의 일상화에 있다. 그래야 꽃산업이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함 보낼 때 꽃을 함께 보내고, 시댁 시어른 인사갈 때 꽃 들고 가고, 부모는 딸이 임신하면 축하 꽃 주고, 출산하면 또 그때 꽃 주고, 부모님 생신 때나 결혼기념일 때도 꽃 선물하는 등 일상생활에 녹아든 꽃 선물 문화를 말하고 있다.

꼭 한강 고수부지에서 프러포즈할 때만 꽃 선물하지 말고. 남자들이 먼저 움직이면 살아날 것 같다는 분석이다. 분명한 목적이 있으면 꽃 주고받기는 활발해질 것이다.  그 분명한 목적을 김영주 같은 이가 밝히고 널리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 분명한 목적 중 하나가 꽃의 장식성이다. 장식이라고 허투루 생각할 게 아니고 없어도 될 일이라고 생각하면 상식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꽃이 없는 결혼식은 상상이 되는가. 부케가 없다면 무엇을 던질까. 서양에선 장례식에 꽃을 더 쓴다고 한다. 졸업식에 꽃다발은 형설의 공을 축하하는 의미를 더하고 시상식에서 꽃다발은 기쁨을 더한다. 꼭 3단 화환일 필요는 없다.

축하 꽃의 대표로 꼽을 수 있는 게 호텔 결혼식 꽃이다. 좀 비싸다. 그러나 김영주 말을 들으면 이해가 된다. “호텔마다 콘셉트가 다 다르고 혼주나 신랑신부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만 최대한 우아하고 기품 있는 예식이 될 수 있도록 꾸미는 게 일차적 목적입니다. 그리고 연출을 중시하는 분들도 있어 그들의 기호도 참고해야 합니다. 객관적으로 잘라 말할 수는 없는 일이죠. 물론 꽃은 최상품만 골라 씁니다” 그래서 호텔 결혼식 꽃값은 비싸다. 그러나 스몰 웨딩 분위기로 호텔 결혼식 꽃 장식마저 흔한 일이 아니다. 플로리스트들이 한가하면 우리나라 꽃 산업이 시든다는 말이고 이는 또 경제 전반이 불황이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요즘이 그렇다.

피베르디코리아 아카데미, 우수 커리큘럼에 소수정예 수강

인터뷰 장소가 마침 압구정 피베르디프랑스 한국아카데미였기에 피베르디에 대해 물었다. “꽃 학교에요. 앙제라는 곳에 있는데 역사는 50년이 다 됐어요. 피베르디 프랑스의 한국 분교인 ‘피베르디 코리아(PIVERDIE KOREA)’는 본교와 같은 커리큘럼으로 교육하고 있어요” 그리고 국내 수업을 마친 후 프랑스 현지 실습을 통해 프랑스 플로리스트 디플로마를 취득할 수 있는 과정이 대구와 서울에서 5년째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서 프랑스 현지 피베르디를 다니려면 우선 불어를 잘 해야 하니 일단 1년 동안 어학공부를 해야 하고 배우는 과정도 힘드니 아예 한국에서 배워서 졸업장을 받는 것이다. 자격증이 아니라 수료증이다. 프랑스에서 꽃집을 할 게 아니라면 자격증은 의미 없다.
김영주의 설명에 따르면 피베르디 코리아는 4~6명의 소수 정예로 클래스가 운영된다.

프랑스를 가지 않고 프랑스 정통 꽃예술 기법을 배우고 국제적 꽃디자인업계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글로벌 전문 플로리스트를 목표로 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글로벌이란 단어는 김영주를 보면 꽃에도 적용이 될 듯하다.

그 이유는 국제적 최대 꽃예술행사인 미국플로럴디자이너협회(AIFD) 국제심포지엄의 메인무대에서 한국플로리스트로서 최초로 2007년, 2016년 두 번에 걸친 프리젠테이션을 비롯 프랑스, 일본, 중국, 대만 등 세계적인 각종 꽃예술 대회와 이벤트에 초청돼 작품발표와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짐짓 보여주는 국제 행사 이력을 보니 대충 40여개 굵직한 명칭이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김영주의 꽃예술 영감과 기법을 배우고자 대학의 화예 디자인전문과정 교수와 호텔 웨딩 전문디자이너 그리고 화예 데코레이션 전문가와 플라워숍의 플로리스트 등 전문 플로리스트들이 주로 과정에 참가하고 있다.

16주(128시간) 과정이다. 일주일에 하루, 온종일 교육한다. 그러면서 교수, 디자이너 등이 생각을 나누면서 사고와 테크닉 예술적 감성의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다. 플로리스트 기본 과정부터 응용 수준까지 플라워 디자인의 전반적인 과정수업을 다룬다.

프랑스 꽃 문화를 포함해 테이블 데코레이션과 웨딩 그리고 리셉션, 숍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진행된다. 또한 색채와 조형 그리고 드로잉 등의 차별적 기법을 배우며 식물 조경과 숍 개설에 필요한 창업 준비도 포함된다. 수강생은 일 년에 두 번 봄 학기와 가을 학기에 모집한다. 몇몇 연예인 이름을 대는데 다 알만한 인물들이다. 와서 배우고 싶다고 한다.

그녀는 오는 4월 19일 대구에서 중요한 행사를 치른다. 만년 플로리스트의 작품활동 20년사 출판 기념회와 데몬스트레이션을 대구 호텔 인터불고에서 갖는다. 이 행사는 일본 재팬컵의 그랜드컵 챔피온 플로리스트인 사사키 나오키, 그리고 피베르디 프랑스 본교와 공동으로 진행한다.

생일, 예단, 임신 축하 등 꽃선물 일상화 됐으면

“20년사 책 내는 사람은 세계에 없어요. 정말 제가 스스로 자랑스러워요” 상기된 듯 말이 빨라진다. “150명 정도 참석해요. 타이틀은 뭘로 할까요?” 기자가 ‘꽃보다 김영주’가 어때요 하니 눈을 살짝 흘긴다. “저는 꽃의 기를 받아 매우 건강해요. 어디서 왔니?, 너 어떻게 이렇게 예쁘니? 라고 대화하면서 살아요” 딸들에게는 몇 번 해본 기억이 없는 말을 늘 꽃에게 하고 있다.

좋아하는 꽃으로는 하얀 장미를 들었다. 흰색은 순백의 순결함과 깊은 맛을 주고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매력적인 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결혼식 때 많이 쓴다. 

아직 쌩쌩한 현역 김영주는 꽃보다 아름답다. 꽃이 피거든 김영주를 부르고 꽃이 지거든 김영주를 기억하라.       
   / 정리=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 김영주 프로필
(현) 미국 플로럴디자이너협회(AIFD)/ 미국플로리스트협회(SAF) 정회원
(현) 피베르디프랑스(PIVERDIE FRANCE) 플로랄아트스쿨의 마이스터과정 초빙교수
(현) PIVERDIE FRANCE의 한국분교, 피베르디코리아 대표
(현) 아시아플로럴디자이너협회(AFDU)창립특별회원
(현) 한국포멀협회 플로랄라이프 스타일협의회 회장
(현) 호텔인터불고EXCO의 웨딩장식 및 플라워샵, 플로르줄리아샵  대표

■ 주요 국제이벤트와 프리젠테이션
-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일본동경 AFDU 화예조형 초대작가전』(동경,갤러리美)
- 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 방한 만찬장 꽃장식 주관(서울 JW Marriott Hotel )
- 세계에너지총회 만찬장 꽃장식주관(대구 호텔인터불고 엑스코)
미국AIFD 내셔널심포지움 'Flowers with Soul”주제의 프리젠테이션(Palm Desert, Calif.)
- 피베르디프랑스 웨딩파라다이스 디자인대회 초청 데몬스트레이션(Angers BRISSAC 성)
- 일본 동경 슈오우까 심포지엄 2009 초청 데몬스트레이션
- 중국건국60주년 플라워 EXPO세계작가 초청 데몬스트레이션 한국대표(북경)
- G20 세계정상서울회의 영부인만찬 꽃장식 및 플로랄 퍼포먼스(그랜드 하얏트호텔)
- 제67차 유엔총회관련 First Lady & F4D Luncheon축하플라워데코레이션 및 퍼포먼스 (미국뉴욕 The Pierre Hotel)
- AIFD National Symposium에서 “Flowers with Soul Ⅱ” 주제의 프리젠테이션 (미국 Anaheim,Calif.)

* 이 기사는 독서신문 1620호 (2017년 3월 27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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