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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문화협회 윤철호 회장 "책 만드는 일은 절대 사양산업이 될 수 없다”"작금의 출판계 어려움은 정부의 소외.배제가 크게 한 몫했다"
국내 양대 출판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를 아우르는 첫 번째 인물이 탄생했다. 지난 2월 치러진 제49대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선거에서 신임 회장에 선출된 윤철호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현재 출판산업은 어려움에 빠져 있지만, 출판사의 사업확장 의지를 북돋울 과감한 정책 지원이 있다면 책을 만드는 일은 절대 사양산업이 될 수 없다”(대한출판문화협회 윤철호 회장)

지난달 국내 출판계에는 놀라운 일이 하나 일어났다. 70년 전통의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 회장선거에서 국내 출판계의 또 다른 대표 단체격인 한국출판인회의(이하 출판인회의) 회장을 지낸 윤철호(55) 후보가 50대의 젊은 나이에 회장에 당선된 것.

그것도 상대후보와의 표 차이가 무려 ‘229 대 130’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이로써 윤 회장은 출협과 출판인회의의 두 단체를 아우르는 첫 번째 인물이 됐다. 국내 양대 출판단체를 아우르는 인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출판계는 다양한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회장선거 바로 직전인 올 1월 국내 서적도매상 2위인 송인서적이 부도나면서 국내 출판계의 취약한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국내 출판계의 위기의식이 고조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크다. 

왜냐하면, 그동안 국내 출판시장은 아동, 전집류, 단행본, 과학기술출판, 교육출판 등 각각의 사업자들이 이해관계를 달리하며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더구나, 출판계의 대표 단체가 갈라져 있다 보니, 출판산업 발전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데도 많은 한계가 있었다.

이에 윤 회장은 “그동안은 출판계 내부의 현안들에 대해서 개별단체 위주로 일이 추진되어 왔는데, 앞으로는 여러 활동들을 가급적 많은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회원사들이 다른 단체에 있던 사람을 받아 준 것도 (앞으로는) 양 협회가 힘을 합쳐서 무언가를 해보라는 뜻이라 생각한다”면서 “우선은 출판인회의와 힘을 모아서 같은 문제의식으로 일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출판계는 2010년 이후 정부의 온라인 중심 문화산업진흥정책으로 계속 내리막세를 보였다. 윤 회장은 “2010년 이후 정부의 문화산업 일변도 정책과 게임 등 온라인 위주의 정책방향 때문에 ‘문자(종이책)’가 근간인 출판은 갈수록 어려워졌다”면서 “심지어 앞으로 출판(종이책)은 사양산업이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들릴 정도”라고 토로했다.

지난 1990년대 문화예술 중심의 문화진흥정책에서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 등 디지털산업이 일반화되면서 정부가 문화산업쪽으로 정책방향을 바꾸면서 출판도 자연스럽게 배제되고 소외됐다는 것이다. 이는 외부적으로 봤을 때 ‘문화콘텐츠’로 겉 포장은 됐지만, 실상은 기존 출판산업에서 만화, 스토리, 캐릭터 등은 다 빼가고, 출판은 말 그대로 빈껍데기가 된 셈이다.

윤 회장은 “정부는 그동안 종이책을 중심으로 하는 출판산업의 미래를 서서히 약해져 쓰러질 퇴행산업으로 보고, 문자(텍스트) 출판은 정부정책 지원에서 점점 배제해 왔다”면서 “그렇다보니, 문화산업 쪽에서는 게임이나 드라마 위주의 개발이 이뤄진 게 아닌가 싶다”며 정부 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윤철호 회장은 "요즘 출판사업이 어려움에 빠져 있지만, 출판사의 사업확장 의지를 북돋울 과감한 정책 지원이 있다면 책을 만드는 일은 절대 사양산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체 콘텐츠 산업의 구도를 생각하면서 움직여야”

윤 회장은 출판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정부 및 한국출판진흥원에 대해서 날선 비판의 각을 세웠다. 그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이 발생한 후 아직까지 정확한 진상조사조차 하지 않고있고,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서 우선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과 관련자들, 그리고 운영에 대한 정확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그에 책임있는 사람에게는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 회장은 송인서적 부도 사태와 관련, 적절한 해결방안을 묻자, “현재로서는 민간기업이 인수하는 쪽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문제는 부도 그 자체가 아니다”면서 “작은 출판사들이 큰 도매상이나 서점에 대해서 을이나, 병 입장에 처하지 않고 유통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출판사의 도서공급률이 너무 낮아지지 않고, 영업이익률이 보장될 수 있도록 공익적 성격의 유통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좋은 책을 만들어서 많은 국민들이 그 책을 읽게 하는 것은 출판사들의 몫이지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도 당연히 중요하다”며 “콘텐츠 비즈니스 시대에 출판을 진흥하려면, 정부에서 전체 콘텐츠 산업의 구도를 생각하면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들어 게임이나 영상 쪽을 진흥하면 독서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산업의 한 분야를 진흥할 때에는 다른 분야도 함께 진흥책을 써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삼성출판사를 한 예로 들며, “출판산업도 융복합화하면 콘텐츠 비즈니스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사업을 글로벌로 확장할 계기를 마련해주면 해외도 진출할 수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그동안 출판산업을 오랫동안 일구면서 책 콘텐츠의 가치를 확장하려 꾸준히 애써온 기존 사업주체들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또 개정 도서정가제, 판면권 등 출판물에 대한 권리보호 문제도 앞으로 더 다듬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도서정가제 혜택들이 우선적으로 오프라인 대형서점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출판사들도 일정한 편익을 보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면서 “출판계 입장에서는 도서정가제를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도서정가제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신간 반품문제나 중고서점 확산에 따른 신간 판매저하 문제는 여전히 풀어 나가야 할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즉, 도서정가제는 아직까지도 아슬아슬한 균형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윤 회장은 출판진흥기금 1조원 조성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독서나 출판콘텐츠에 대한 투자, 서점활성화에 대한 투자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예산배정이 부족해 잘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투자를) 안하더라도 출판인 스스로 기금을 만들어 출판진흥에 나서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출판계의 연매출 규모를 약 4조원으로 보면, 1%만 조성해도 1년에 400억원이 쌓이고, 2% 적립하면 800억원이 된다”면서 “책에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출판계 내부의 합의 뿐만 아니라, 정부 및 소비자와의 협의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윤 회장은 1조원이라는 출판진흥기금을 임기 3년안에 모두 마련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도 덧붙였다.

한편 윤철호 회장은 이번 회장선거 과정에서 ▲하나되는 출판계 ▲동네마다 서점과 도서관이 살아 숨 쉬는 풍경 ▲출판진흥기금 1조원 조성 ▲출판인을 위한 출판진흥원의 업무 정상화 ▲낡은 유통기구와 어음관행 등 잘못된 관행과 정책·제도 시정 ▲책 읽는 문화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박재붕 기자  tihu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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