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당나귀
은빛 당나귀
  • 독서신문
  • 승인 2007.12.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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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은 범죄자일까?”
소냐 하트넷의 '은빛 당나귀'
▲ 소냐 하트넷의 '은빛 당나귀'               © 독서신문
어른들의 세계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분명 어른들에게도 어린 시절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자신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약간의 기억들이 부분적으로 떠오를 뿐, 자세한 기억은 존재하질 않는다.
 
아이들은 분명 어른들과 생각이 다르다. 물리적인 눈높이가 틀릴뿐더러, 사건에 대한 인식 또한 미흡하다. 하지만 그것을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세상 어느 시선보다도 솔직하고 순수한 것이 아이들의 시선이다. 어른들의 시선에는 여러 가지 이해타산적인 관계들이 섞이기 마련이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두려울정도로 직관적이기에 어찌 보면 현실을 바라보는 모범답안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영국 등 아동, 청소년 분야의 우수한 상들을 수상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호주의 대표 아동, 청소년 작가인 소냐 하트넷의 대표작인 『은빛 당나귀』는 이러한 아이들의 솔직한 시선을 잘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다.
 
2004년에 출간 되어 이듬해 호주아동도서협회의 「올해의 어린이 책」으로 선정되고, 뮤지컬로도 각색 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은 아이들에게도 멋진 책이지만, 어른들에게도 가슴을 관통하게 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전쟁에서 탈영한 장교를 보여준다.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엄연한 범죄자인 이 장교는 전쟁의 공포와 허망함을 느끼고 세상과 단절하고자 스스로 눈이 먼다. 그러던 중 병으로 죽어가는 동생에게 죽기 전에 자신을 보고 싶다는 편지를 받자, 장교는 전쟁터에서 도망을 친다. 이후 우연히 숲에서 만나게 되는 코코와 마르셀. 아이들의 눈에 비친 장교는 탈영병이라는 죄인이 아닌, 단지 동생을 너무나 사랑하는 도와주어야할 불쌍한 사람이다.
행운의 증표로 동생에게 받았던 작은 은빛 당나귀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장교. 주인공 코코는 이 은빛 당나귀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린다. 그런 코코를 본 장교는 당나귀에 얽힌 네 편의 이야기(가뭄을 끝내달라고 기도하는 당나귀 이야기, 전쟁에서 부상병들을 구하는 당나귀 이야기 등)를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소곤소곤 속삭이듯 적절한 비유를 통해 아이들의 눈과 귀를 지켜주고 있다. 나아가 장교의 입을 빌어 이야기하는 정직, 인내 용감성은 전쟁의 폭력성과 끔찍함을 우회하면서 이야기 한다. 또한 사람들의 야만적인 모습들을 어찌 이해하고 변화 시킬 것인지 은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사회에는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너무나도 추악한 것들이 존재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전쟁은 그러한 것들 중 1,2위를 다투고 있는 인류가 가진 욕망의 결정체이다. 이러한 세상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어찌 이야기할 것인가?
 
그 답은 책 안에 나와 있다. 저자는 정말 행복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속에서 전쟁을 이야기 한다. 따뜻한 이 책 속에서 이야기 하는 전쟁은 전혀 거북하지 않고 부드럽고 달콤하게 다가온다. 어린왕자가 다른 눈으로 지구를 바라보았듯 아이들은 이 책과 함께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은빛 당나귀
소냐 하트넷 지음 / 앤 스퍼드빌라스 그림 / 김선희 옮김 / 도서출판 다른 펴냄 / 216쪽 / 10,000원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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