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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38)] “읽기와 쓰기를 교육하는 목적은 민주시민 양성에 있습니다”독일 비스바덴 딜타이김나지움 독일어 교사진 인터뷰

<독서신문>은 창간 48주년을 맞아 신향식 객원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의 ‘독일 글쓰기 교육’을 연재합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 현지 취재와 국내에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일의 선진적인 글쓰기 문화를 소개합니다. 신 기자는 하버드대와 MIT, UMASS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고,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보고서 작성법을 체계 있게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 편집자 주(註)

6학년 독일어 수업을 진행하는 크리스티아네 구스 교사

[비스바덴(독일)=신향식 특파원] “읽기와 쓰기 교육을 하는 목적은 민주시민 양성을 위해서입니다.” 뜻밖이었다. 역시 선진국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2015년 5월 27일 오전(현지시간), 독일 헷센주의 주도 비스바덴시(市)에 있는 딜타이김나지움 교장실(한국의 중·고교에 해당하는 학교). 이 학교의 교육 방침을 묻자 요어그 슐체 교장은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역량을 키워주려 한다”고 말했다.

독일어 수업 6개 교시를 연속으로 참관하면서 교사들에게서도 비슷한 답변을 들었다. 아예 독일 교육법에 이것이 명문화돼 있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학생들이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합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주장을 글과 말로 확실하게 표현하도록 합니다. 타인의 주장을 비판하는 방법은 물론 남의 비판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알려줍니다. 그래야 민주시민이 될 수 있고 직장에서도 서로 소통하면서 함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날 취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 건물에 위치한 재독 한국교육원이 주선해 성사됐다. 1교시 6학년(403호, 크리스티나 우드 교사), 2교시 5학년(208호, 아니카 하인 교사), 3교시 8학년(102호, 크라우디아 으데코벤), 4교시 5학년(207호, 틸만 예렌트룹 교사), 5교시 9학년(001호, 사스키아 빌라니 교사), 6교시 6학년(401, 크리스티아네 구스 교사)의 수업 순으로 취재했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기자를 소개하고, 간단하게 질문답변도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 쉬는 시간에 교사들과 짧은 인터뷰를 하고 회의실에서 추가로 인터뷰했다. 딜타이김나지움의 독일어 교사들과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소개한다.

취재 뒤에, 독일교육의 방향에 관해 교민들에게서 보충설명을 들었다. 독일은 과거 나치의 만행을 반면교사 삼아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키우려고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교육한다고 했다. 자기 생각이 부족했기 때문에 독일 국민들은 한때 나치를 지지했고, 비극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 토론, 글쓰기를 결합한 교육을 하면서 자기 생각을 확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대학입시 문제도 논술식으로 출제한다고 했다. 예컨대, 어느 정당의 정책이 타당한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성숙한 시민사회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8학년 독일어 시간, 크라우디아 으데코벤 교사가 학생들 과제를 점검하고 있다

- 독일어 시간에는 어떻게 교육합니까

“이해능력과 표현능력으로 나눠 설명하겠습니다. 이해능력은 독해능력입니다. 상대방이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해독할 수 있어야 하겠죠. 표현능력은 말과 글로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게 발표하는 능력입니다. 이때 반드시 논리적인 근거를 곁들여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여러 유형의 제시문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하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거나 남의 의견을 비판할 수 있는 표현방법을 지도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합니다

“우선, 제시문 독해법을 가르치고, 어떻게 이해했는지 교사가 점검해 줍니다. 상대 주장을 오해하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이 의견을 발표할 때에도 귀 기울여 듣게 합니다. 친구들이 쓴 글을 읽어보고 분석하는 연습도 많이 시킵니다. 5학년부터 준비하는 아비투어(Abitur, 대학입학 종합자격시험)도 독해력과 글쓰기를 기반으로 출제합니다. 필독서를 골라주고, 그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해 준 뒤 느낀 점을 적게 합니다. 괴테의 『파우스트』 정도는 학생 대부분이 다 읽습니다. 최대한 다양한 유형의 책을 읽게 해 독해력을 키워 줍니다”

- 독해력 공부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교육법에 명시돼 있듯이, 아이들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남의 말을 들을 줄도 알아야 하고, 자기 생각을 발표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비판을 받을 줄도 알아야 하고 비판을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학문을 하고 업무를 할 때도 독해력이 도움될 겁니다. 자료를 조사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습득할 때 문서해독능력이 없으면 곤란하겠죠”

- 독해를 잘하는 방법이 있나요

“글을 요약해 보는 연습이 효과적입니다. 무엇에 관한 글인지 화제(話題)를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제시문 두 개를 비교해 보는 훈련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 글쓰기 공부는 어떤 방향으로 합니까

“글을 읽고 이해하게 하면서 동시에 직접 글을 쓰게 합니다. 특히 오탈자 없이 표준어로 문법에 맞게 쓰도록 가르칩니다. 아울러, 글 종류에 관계없이 창의적으로 다양하게 글을 쓰도록 지도합니다”

- 추천하고 싶은 글쓰기 연습 방법이 있나요

“글이 지켜야 할 조건을 글 유형에 맞춰 적어놓고, 자신이 쓴 글이 그 기준에 맞는지 점검하는 게 좋습니다. 주제의 명확성과 단락 처리, 글 구성, 논거, 제목 등을 좋은 글의 조건에 맞게 설정해야겠지요. 어느 지점에 절정을 배치할 것인가도 미리 생각해 놔야 하고, 상황별로 알맞은 단어도 잘 선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다’란 단어가 있다면, ‘걸어가다’, ‘기어가다’, ‘슬금슬금 걸어가다’ 등 다양한 표현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어휘력을 풍부하게 길러야 합니다”

- 대학 입시를 위한 교육도 병행하나요

“당연합니다. 대학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초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아비투어 대비에도 초점을 맞춥니다. 김나지움에서는 어느 과목이든 계속 글을 읽고 써야 합니다. 주제를 정해 조사하고 탐구하는 활동도 합니다”

딜타이김나지움 교사들

- 독일에서는 주별로 교육 방침이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비스바덴이 속해 있는 헷센주에서는 개개인의 능력이 향상되도록 학생들의 장단점을 고려해 교육합니다. 독일에는 해외 출신 학생들도 있으므로 개인별 특성을 감안해 지도합니다. 될 수 있으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려 합니다. 자습이라든지 그룹 활동이라든지 교사의 설명이라든지 자립적으로 어떤 주제를 조사하여 발표한다든지….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병행하면 교육 효과가 큽니다. 아이들이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립적으로 공부할 수 있고, 그러면서 자신에게 더 적합한 방법을 찾게 됩니다”

- 교과서는 어떻게 선택하나요

“교과서를 꼭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어떤 책으로 가르치라는 교육부의 지침도 없습니다. 단지, 헷센주의 교육위원회에서 교과서 선정 기준을 정해 놓을 뿐입니다. 학년별로 각 학기에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기준을 주는 겁니다. 그러면, 교사들이 회의를 통해 자유롭게 교과서를 정합니다. 교사들은 학생들 나이에 맞는 책을 골라서 수업을 진행합니다. 한 권의 문학작품을 다루는 데에는 대략 6주에서 8주가 소요됩니다. 교과서 외에 출력한 자료도 주고 별도의 책도 곁들여 공부합니다”

- 어떻게 책을 읽히고 글쓰기 공부를 시키나요

“아이들과 함께 괴테의 『파우스트』로 수업한 적이 있습니다. 우선, 집에서 책을 다 읽어오게 합니다. 질문을 적어오게 하고, 수업 시간에 함께 이야기하며 질문에 대답해 나갑니다. 책을 같이 읽으면서 모르는 부분을 질문하거나 궁금증을 쓰게 하기도 합니다. 그다음, 차근차근 토론하면서 아이들이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게 합니다. 관련 서적도 참고하는데, 이것이 배경지식을 습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파우스트』라면 작품 배경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작품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괴테의 생애와 시대적 맥락을 비롯한 관련 정보를 모으게 합니다. 당시엔 어떤 시각으로 이 작품을 집필하고 읽었을지, 현대의 시각에서는 이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할지 자기 생각을 정리하게 합니다. 교사가 해석해 주는 것과는 근원적으로 다릅니다”

-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예를 들어, ‘괴테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혹은 ‘레피스토와 계약을 맺는다는 게 무엇을 말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관련된 역사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합니다. ‘그레첸이 미혼모로 파우스트의 아이를 갖는 것’, ‘파우스트가 그레첸을 버리고 가는 것’ 등을 당시 기준으로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겁니다. 이처럼 고전을 읽을 때, 작품을 집필할 당시의 가치관과 현대의 가치관을 비교하며 해석하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 힘들어하지는 않나요

“처음엔 이해가 안 돼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용을 분석하면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대단한 작품이라고 소감을 말합니다. ‘파우스트’ 연극을 녹화한 영상물을 보면서, 한 장면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세밀하게 분석해 보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재미있어 할 수밖에 없습니다”

- 학생들은 어떤 질문을 하나요

“주로 내용이나 시대적 배경을 궁금해하는 평범한 질문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파우스트는 왜 여기 앉아 있는가?’처럼 기본적인 내용입니다”

9학년 독일어 담당 사스키아 빌라니 교사가 학생들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 시험 문제는 어떻게 출제하나요

“5, 6학년은 기초문법과 받아쓰기, 짧은 제시문에 답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나옵니다. 상급 학년들의 시험은 배운 내용을 되짚어보는 독해력과 자기 생각을 적는 글쓰기를 중심으로 평가합니다”

- 채점은 공정하게 합니까

“철저하게 공정성을 추구합니다. 아비투어도 2명이 채점하므로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채점 기준표를 설정해 놓기 때문에 정확하게 채점하는 게 가능합니다”

- 채점 결과를 불만스러워하는 학생들은 없나요

“채점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므로 항의가 들어오는 일은 드뭅니다. 시험문제를 낼 때 문항마다 설정해 놓는 채점 기준을 아이들에게 미리 말해 줍니다. 기준을 많이 맞추면 고득점을 얻는 반면, 기준에 못 미치면 낮은 점수를 받는다는 걸 아이들이 미리 인지하게 하는 겁니다. 동시에, 아이들은 시험을 보기 전 자신의 답안지에 들어가야 할 답안의 목표치에 해당하는 기준을 미리 적어 놓습니다. 즉, 점수를 받으려면 최소한의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너는 이것만 써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하면서 알려주기도 합니다. 매우 객관적이고 투명하기 때문에 불만은 거의 없습니다”

- 독일 사범대학의 교사 양성 프로그램이 궁금합니다

“상당히 우수한 인재들이 입학해 8년 정도 공부합니다. 대학 입학 후, 두 번의 임용고시를 보고, 인턴 교사로 경험을 쌓고 정식 교사가 됩니다. 이때 교육 공무원 자격을 받습니다”

- 사범대학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나요

“교사가 되면 보통 두 과목을 가르칩니다. 그래서 사범대학에서도 두 과목을 지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 줍니다. 그 외에 교육학과 철학도 배웁니다. 대학마다 방법이 다소 다르지만 큰 틀은 같습니다.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3년이 걸리는데 실습을 두 번 나갑니다”

- 임용고시 시험은 어떻게 치르나요

“먼저 1차 임용고시를 보는데, 구술시험과 필기시험이 있습니다. 그다음에 교생 실습을 하고 세미나에 참석합니다. 2차 시험에서는 소논문을 제출합니다. 교생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강의하면 현직 교사들이 점수를 매깁니다”

- 교생만 마치면 교사가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다음에 2~3년 정도 학교에서 임시교사로 일을 합니다. 이 기간에는 임시직이고 3년 뒤 공무원 자격을 받습니다. 언어를 가르친다면 해당 국가에 연수를 가야 합니다. 교사가 되는 데 최고 8년은 걸립니다”

이정윤 기자  jylee9395@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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