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있는 여행과 의미가 있는 기록
목적이 있는 여행과 의미가 있는 기록
  • 관리자
  • 승인 2006.02.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반복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 충동이 너무 강해서 자제하지 못한 사람은 일상으로부터의 과감한 탈출을 시도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의 가벼운 탈출을 시도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시도하는 탈출의 방법은 여행이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아무런 계획이나 준비 없이 무작정 떠나는 유형, 아주 뚜렷한 목적을 갖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서 떠나는 유형, 뚜렷한 목적은 없지만 적당한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서 떠나는 유형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적지와 숙소, 여행 일정 등을 어느 정도 세워놓고 떠나는 세 번째 유형에 속한다. 

그런데 최근에 남들과는 다르게 특별한 목적을 갖고 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기행문이 많이 출간됐다. 보통 기행문을 읽고나면 부러운 마음이 들면서 나도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게 되지만, 뚜렷한 목적을 갖고 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기행문을 읽고나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기대감보다는 그 사람이 겪은 특별한 경험들을 깊게 공감하게 되면서 그 여운이 오랫동안 남게 된다.

특별한 목적을 갖고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여행 후에 기록한 기행문들을 몇 권 소개한다. 
 

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

『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는 ‘환경보호’와 ‘개발논리’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 현대사회에서 살고 있는 프랑스의 세 청년이 배낭을 꾸려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유럽 등지를 돌며 경험한 이야기를 담은 생태 여행기다.
 경제 이익을 강조하는 이에게 개발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현재적 대안이다. 그러나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재난을 향한 돌이킬 수 없는 행보다. 그래서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색색의 피켓과, 개발의 이익을 역설하는 수많은 통계와 구호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점잖은 토론이나 도서관의 수많은 책에서도 그 해답을 찾지 못한 세 청년은 ‘에코토이’라 이름 붙인 20년 넘은 낡은 자동차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며 각 나라가 어떤 환경 문제를 겪고, 과연 ‘지속 가능한 개발’을 실현할 수 있는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이 여행에서 이들은 전 세계의 크고 작은 환경 단체, 정부 관계자, 그리고 농민, 산림노동자, 토착민, 넝마주이에 이르는 100여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 했고 이 책은 이들이 겪은 다양한 체험들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세잔의 산을 찾아서

『세잔의 산을 찾아서』는 현대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이자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오스트리아의 대문호 페터 한트케가 세잔의 그림 속 풍경 생트빅투아르 산을 찾아 나선 자신의 특별한 체험을 기록한 책이다.
 한트케는 화가의 영지에서 직접 거장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며 생애와 작품세계를 온전히 되살려낼 뿐만 아니라, 위대한 스승이 걸어간 예술의 길에서 자신이 추구해야 할 문학의 길을 모색하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 간다. 예술과 문학을 아름답게 교차시킨 이 책을 통해 거장의 자취가 마치 한 편의 그림처럼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일상에 대한 예리한 관찰과 섬세한 시적 묘사로 압축되는 한트케의 글답게, 세잔의 산을 탐험하고 거장의 예술을 탐색해가는 여정이 정치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디아스포라 기행

디아스포라라는 말은 원래 ‘이산(離山)’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로, 대문자로 쓰면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이산 유대인과 그 공동체를 가리킨다. 하지만 오늘날 이 말은 다양한 이산 민족을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소문자 보통명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신대륙 발견 이후 아메리카 대륙으로 끌려온 아프리카 노예들, 노예해방 이후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등장한 중국인 노동자들, 이스라엘 민족이 자신들의 나라를 건설하는 사이 대대로 살던 고향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들 등 자기가 속해 있던 공동체와 땅을 떠나도록 강요당한 사람들은 모두 디아스포라인 것이다.
 저자는 일제시대 철도건설 노동자로 일본에 건너간 할아버지 대부터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조선인이다. 본명을 사용하며 교토의 조선인 밀집지역에서 자라난 그는 은밀하거나 노골적인 차별과 억압을 일상적으로 겪으며 살아왔다. 그의 글이 소수자만이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진실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경험들 때문이다.
『디아스포라 기행』은 저자가 여행길에서 만난 다양한 예술작품들, 사람들, 장소들을 불안하지만 예리한 ‘디아스포라’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여 기록한 책으로, 예술과 인간과 시대에 대한 가려진 진실들을 드러내고 있다.


인도야 인도야 나마스테!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기행문도 있다.『인도야 인도야 나마스테!』는 동화작가인 저자가 인도 배낭여행을 하며 겪고 느낀 것을 진솔하고 재밌게 쓴 수필 기행문이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겪은, 때론 배꼽 잡고 웃을 사건들과 때론 삶과 죽음의 의미를 가슴 짠하게 느끼게 해주는 인도 이야기 68편을 담고 있다. 인도에 대한 토막 정보보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에 중심을 두어 수필 문학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생생한 사진과 귀여운 삽화를 넣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재미를 더한다.

 

독서신문 1399호 [2006.2.5]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