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띠지의 경고문이 눈에 띈다. “니체라는 까칠한 철학자를 견딜 수 있는 자만이 이 책을 읽어라!” 얼마나 까칠하길래? 니체 하면 ‘신은 죽었다’는 말과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책을 봐야 그 까칠한 면모를 알 것 같다.
저자는 니체에 반감을 표한다. “니체라는 인간, 그리고 그의 말은 몹시 성실하다. 그러나 그 성실함을 뒷받침하는 것은 단순함과 둔감함이다. 그의 성실함은 인간을 관찰하는 데는 귀신같은 솜씨는 보이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조금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일그러진 성실함이다.” ‘싸우는 철학자’라 불리는 저자다운 표현이다.
이 책은 니체와 극명하게 대립되는 지점에 있다.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도 “니체 철학을 정식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했다. 다만, 어떤 문제를 극단까지 철저하게 파고드는 니체의 반역 정신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에겐 감히 권하는 책이다. 니체와 나카지마의 책을 번갈아 읽은 뒤 독자의 사상과 부합하는 이의 의견을 따르면 된다. 철학은 사상일 뿐, 정설은 아니다.
책 속 일러스트도 흥미롭다. 종이 인형처럼 평면적으로 그려진 니체는 선량한 철학자를 쓰러뜨린 채 링 위에 당당히 서 있고, 아무렇지 않게 안전제일 표지판을 부수며, 눈물 흘리며 자신을 붙잡는 여성을 무표정으로 쳐다본다. 착한 사람은 약하고, 안전을 추구하며, 동정한다는 니체의 주장과 대립되는 부분이다.
“착한 사람들은 모두 약하다.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착한 사람인 것이다”는 니체의 주장, “니체라는 남자는 참으로 약하고 비열해서 자신의 사상을 실천하려는 용기가 없었다”는 나카지마의 주장. 누구의 말이 더 타당한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 니체의 인간학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 이지수 옮김 | 다산 3.0 펴냄 | 280쪽 | 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