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핑크는 좀 색다르다. 여성의 색깔이면서도 어린아이 색이다. 보라나 초록과는 대비되면서 연약한 인상도 준다. 저자가 동화 속에 핑크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어른을 위한 동화임을 감안하면, 이야기 진전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김애옥 글 그림)은 동화임을 잊지 말자. 예상 따위는 스티븐 킹 소설에서나 찾자. 대신 핑크나무의 변신에 주목하는 게 독자 된 도리(?)아닐까? 핑크나무는 소녀가 핑크빛 바비인형을 품에 안고 소중히 다루듯 자신의 핑크를 소중히 여기며 다른 나무들에게는 말대꾸도 않고 눈길도 주지 않았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존재감은 잊혀져갔다. 그래도 자신을 인정해주는 남자를 만나고 평범하게 살게 된다.
이제 저자의 진면목이 나올 때가 됐다. 아내, 엄마, 며느리 역할로 살아야 한다는 현실은 혼란을 주기도 했지만 현모양처로 일상에 충실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핑크색은 서서히 탈색되고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아, 내 바비인형은 어디로 갔을까).
이후 우리 중년 여성들이 흔히 겪듯 자신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면서 자신의 참 모습을 찾는 일에 몰두한다. 저자는 51쪽에서 ‘그녀는 그렇게 ‘자신 찾기’에 근접해가며 중년의 문턱에 들어섰다’ 라고 했다.
책은 이야기 순서에 따라 적당히 그림을 배치했다. 미술 문외한인 기자가 보기에도 이해가 쉽고 색감이 낯설지 않다. 글이 편안한 것처럼 그림도 난해하지 않아 좋다. 저자는 국내 원조 그림분석가로 심리치료사다. 청소년 심리치료를 위한 책도 냈었다. 기자가 물어볼 게 있어 전화를 했더니 저자의 남편이다. “아내가 그림 분석으로 심리치료를 30년 해온 전문가입니다”라고 해 다시 그림을 살폈다. 정작 심리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애들이 아니라 ‘핑크’를 잃어버린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핑크나무 이야기
김애옥 글·그림 │ 하트리더 펴냄 │ 107쪽 │2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