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사람이 대구 달서우체국 사서함 몇호인 독서신문 애독자가 있다. 영어의 몸인 그의 여름, 가을, 겨울을 상상했다. 그에게 봄은 아직 안 왔을 거라는 지레짐작이고 또 정작 그의 봄 느낌을 여기에 옮길 재간도 없다.
그는 편지 속에서 늘 독서신문을 보내 줘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그리고 몇 권의 책을 부탁하기도 해 보내주기도 했다.
이름 모를 그를 떠올린다. 글씨로 봐선 아주 배움이 없지는 않은 것 같고, 또 신문과 책을 읽고자 하니 그래도 먹물티는 날 것이다. 푸른 수의에 독서신문을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은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니까 베스트셀러까지 꿰면서 책을 부탁하지 않았나. 한 번은 책을 부탁하기에 출판사 몇 곳에 연락해 보내줄 것을 물었다. 대부분 응했지만(꼬치꼬치 묻는 경우가 많고 흔쾌히 응하는 곳은 없는 편이다) 한 두 곳은 아예 그런 경우로 책 보내는 것은 회사 원칙에 없다고 딱 잘라 거절한다. ‘그런 경우’가 뭔가. 수감자에게 책 보내는 게 무슨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교도소 등에 책을 보냈다 덴 적이 있다는 말로 들린다. 베스트셀러를 내 돈도 꽤 벌었을 것 같은 출판사가 그렇다. 그들에게 보내는 한 권의 책은 겨울의 훈훈한 정신적 난로가 될 것이다. 국민적 독서운동은 이렇게 쉬운 방법도 있음을 출판사들은 알았으면 한다.
늘 겨울은 긴 것 같다. 없는 이들에게는 더하다. 누구의 시처럼 연탄재 걷어차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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