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42) 인간의 형제애와 닭의 우애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42) 인간의 형제애와 닭의 우애
  • 이보미 기자
  • 승인 2015.04.28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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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성인(聖人)은 사리에 통달하고 덕과 지혜가 뛰어난 인류의 스승이다. 공자 석가 예수 등을 들 수 있다. 많은 사람은 수행과 사랑의 실천을 통해 성인의 모습에 가깝게 가려고 노력한다. 노력하고 노력해도 거의 다다를 수 없는 경지이기에 성인이라는 칭호로 경의를 표한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닌 동물은 성인(聖人)이 될 수 있을까. 성호 이익은 닭에게서 성인(聖人)의 모습을 보았다. 뒤늦게 태어난 동생들을 위해 살신성인한 닭에게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성인을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의 이치를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의 이치는 앞선 이는 베풀고 나누고 보호하는 것이다.

이익이 키운 닭은 뒤에 태어난 동생 닭들을 보호하다 숨졌다. 이에 대해 이익은 "형태의 본성을 실천하는 게 성인이다. 사람도 하기 어려운 일을 닭이 했다. 이는 형태에 구애받지 않은 것이다"라며 의로운 닭을 성인으로 칭송했다. 그는 인간이 교훈을 삼도록 닭의 무덤을 만들고 '우계총(友鷄塚)'이라고 했다.

이익은 암탉 한 마리를 길렀다. 암탉에게서 여러 마리의 병아리가 부화됐다. 얼마 후 또 한 번의 병아리들이 달걀을 깨고 나왔다. 먼저 세상에 나온 병아리가 어느 정도 자라서 깃이 생기고, 뒤에 부화된 병아리는 솜털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어느 날 어미 닭이 야생짐승에게 잡혀가고, 큰 병아리들도 희생됐다. 그 중 암컷 병아리 한 마리가 전신에 상처를 입고 돌아왔다. 상처가 조금 낫자 큰 병아리는 어린 병아리들을 품어 주기 시작했다.

이익은 처음에는 우연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큰 병아리는 어미 닭처럼 먹이를 보면 반드시 부르고, 다닐 때는 "꼬꼬꼬" 하며 어린 병아리들을 보호했다. 비가 오면 깃으로 어린 병아리를 품었다. 어린 병아리가 멀어지면 흥분해서 찾아다녔다. 어미 닭이 새끼 닭에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행동을 여름부터 가을까지 한결 같이 했다. 이에 이익은 닭을 '우계(友鷄)'라고 이름 했다.

우계는 사람들이 무척 아꼈다. 귀한 볏가리에서 곡식을 쪼아도 내몰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어린 병아리들은 성장했다. 그러나 상처 난 몸으로 동생들을 보살피던 우계는 더욱 쇠약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에 이슬을 피하지 않고 병아리들을 먹이고 덮어주었다. 사람들은 우계에 대해 감동하며 측은하게 여겼다. 이익은 우애가 약한 형제나 사람의 도리에 부족한 경우를 접하면 "우계를 보라"며 질책했다.

그런데 들짐승이 밤에 닭장에 침입, 우계를 물어갔다. 사람들이 황급히 쫓아갔으나 산길에 널브러진 깃만 찾았다. 외출에서 돌아온 이익은 깃털을 더 수습해 묻었다. 이익은 길가에 무덤을 만들어 오가는 이를 보게 했다. 사람들에게 경계하는 말을 남긴다. 『성호사설』에 소개된 내용이다.

 
고금을 통해 미물도 한 가닥 트인 게 있다. 까마귀의 자식 역할과 벌의 신하 노릇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벌은 분봉 때 떼갈림으로 이익과 해독을 함께할 수 없다. 까마귀는 젖먹이 은혜에 보답할 뿐이다. 우애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애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형제를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도 쉽지 않은 데, 동물이야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사람은 착한 행동을 선배의 지도로, 풍속의 영향으로 한다. 또는 명성을 높이기 위해 위선하는 이도 있다. 그래서 속마음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지금 이 닭은 누가 가르친 것도, 누구에게 배운 것도 아니다. 가식적인 행동이 아니다.

인간의 행실은 어른과 아이의 구분이 있다. 어린 아이에게 어른과 같은 행동을 바랄 수는 없다. 설사 행동을 해도 지속되는 게 어렵다. 그런데 이 닭은 아직 병아리를 채 벗어나지 못했는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어린 병아리들을 보호했다. 이 얼마나 기특한가.

이익은 닭의 우애를 통해 이기적인 인간관계를 비판하고 있다. 전통사회에서는 형이 연로한 부모를 대신해 아우를 보살피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형과 동생이 남남인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많은 재산이 있는 경우는 분배 문제로 틈이 벌어지는 사례가 흔하다. 이익이 형과 동생이 싸우는 요즘의 일부 집안을 보았다면 무슨 말을 할까.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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