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방재홍 발행인] 정부 여당이 지난 1월 27일 당정협의를 갖고 어린이집 학대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보육교사 자격시험을 국가시험화하고 보조교사를 배치해 담임교사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아동학대가 처음 발생한 어린이집도 즉시 폐쇄할 수 있도록 하고, 학대 교사는 영구 퇴출하며, CCTV 설치도 의무화한다.
학대를 야기한 어린이집과 교사, 원장은 반드시 퇴출시킨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은 긍정적이다. 또 보육교사 국가 자격증제를 도입해 전문지식과 소양을 제대로 갖추도록 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큰 틀의 방향만 있을 뿐 세부 계획이 빠져 있거나 추후 검토 사안으로 미뤄둔 대목이 적지 않다. 좀 더 본질적으로 보육 시스템 틀에 손을 대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아동학대가 어린이집 운영 당사자의 처벌과 시설 강화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근본적으로 보육 담당주체인 교사의 자격 요건 및 직무 교육 강화, 국공립 확대방안 등이 확고해야 가능하다. 당장 수요는 폭발적이나 부모가 원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비중은 5.7%에 불과하다. 스웨덴의 80.6%, 덴마크의 70%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향후 3년간 450곳을 늘린다지만 예산 상황을 감안하면 공수표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간 숱한 사건사고와 이를 둘러싼 논란을 통해 거듭 확인됐듯이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 강화 등 임시방편이 아니라 보육의 질을 근본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미래세대의 보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확고한 의지가 전제돼야 하고 무엇보다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발등의 불 끄기에 급급해 종합선물세트 같은 대책을 내놓고 정작 중요한 예산 문제는 “예산당국과 협의해 보겠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겨서는 정부의 정책이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선별 복지 차원에서 철저히 재검토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확고한 의지로 밀고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