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가 바라본 문학과 세계
헤르만 헤세가 바라본 문학과 세계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1.2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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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독일의 대표적인 문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세기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손꼽히는 헤르만 헤세는 평생에 걸쳐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독서의 안내자 역할을 했다. 스물한 살에 1898년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들』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어려서부터 독서체험은 물론 자신의 모든 경험을 글로 표현하고 탐색했다.

이 책은 그가 쓴 3,000여 편의 서평과 에세이 가운데 가장 빼어난 글 73편을 가려 뽑아놓은 것이다. 헤세는 실로 엄청난 분량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당시 여러 신문, 잡지와 출판사, 동료작가들이 헤세의 서평을 받기 위해 책을 보냈고, 그는 늘 책더미에 싸여 있었다. 당시 헤세가 추천한 책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도 살아남아 세계문학의 고전으로 불리고 있다.

헤세의 책 읽기는 J. D. 샐린저, 카프카, 토마스 만, 크누트 함순, 도스토옙스키, 조너선 스위프트 등 친숙한 문학의 영역에서 점점 더 다양한 분야로 넓어진다. 키르케고르 선집 『선민의 개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입문』 등 철학과 심리학 분야의 책들은 물론, 켈트 전설 『마비노기의 나뭇가지 네 편』, 어린이를 위한 『안데르센 동화집』, 대표적인 독일 민요집 『소년의 요술 뿔피리』 등 여러 분야의 책들을 읽고 서평을 남겼다.

헤세는 서양 세계에 동양 정신을 매개한 중요한 안내자의 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유럽에서 막 시작된 중국, 인도, 고대 이집트의 문학과 철학, 종교 서적들을 누구보다도 먼저 읽고 독자들에게 권했다. 경계를 뛰어넘어 서로 다른 분야에서 연관성을 살피는 통합의 능력, 모든 새로운 것을 선입견 없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헤세의 열린 독서법은 오늘날 특히 주목할 만하다.

또한 헤세는 평생에 걸친 서평작업을 통해 자신이 사랑한 책들, 부당하게 잊힌 책들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도록 거듭 시도했다. 반면 진지하게 여겨지지 않는 책들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아무 발언도 하지 않았다. 작품의 약점을 토로하는 것을 자신의 과제로 여기지 않았으며, 긍정적인 부분을 격려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건설적인 일에 몰두했다.

사랑에서 생겨나지 않은 위대한 예술작품이 없듯이, 예술작품에 대해 다시 사랑 말고는 달리 어떤 고귀한 후원의 관계도 없다. 위대한 문학작품에서도 인간적인 약점 일부가 드러나는 자리에서 오로지 비판이나 심지어 남의 실패를 기뻐하는 마음에 빠져드는 사람이라면, 이 풍성한 식탁에서 언제나 가난하고 비참한 굶주림만을 느낄 것이다.                                             -본문 229쪽

헤세의 서평들은 독자에게 방향을 제시하며, 정보를 제공한다. 헤세의 글에 비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는 대체로 자신이 거론하는 책이 어떤 점에서 긍정적이고 어떤 점에서 의문스러운지 등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이 책을 통해 헤세와 동시대를 살다간 여러 작가들의 뒷이야기와 한 권의 책을 이루는 수많은 요소에 대한 평가, 출판업자와 편집자를 위한 조언, 출판시장의 결점, 표지 디자인 등 책과 작가를 사랑한 헤세의 섬세하고 따스한 눈길을 이곳저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상을 향한 그의 넘치는 사랑과 에너지가 이 책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헤르만 헤세 지음 | 안인희 옮김 | 김영사 펴냄 | 420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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