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비난 출판물 홍수
한-중 비난 출판물 홍수
  • 독서신문
  • 승인 2014.09.0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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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지금'
▲ 양정석 칼럼니스트

[독서신문] 일본에서 한국과 중국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혐한반중'(한국을 혐오하고, 중국에 반대한다는 뜻) 책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대형 서점들의 진열대에서 눈에 띄는 노른자 코너들은 어김없이 이들 책들이 점령하고 있다. 비난의 대상이 되는 한국과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보더라도 섬뜩할 정도의 비정상적인 풍경이다. 책 내용과는 관계없이 일단 '혐한반중'의 타이틀만 걸면 한 몫 챙길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더욱 소름을 돋게 만든다.

책 제목도 특이하다. 우선 긴 문구의 설명적인 것이 많다. 또 '00론'이라는 이름이 많이 붙는 것도 다른 장르의 책들과 구별되는 점이다.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 국민들의 정서를 역으로 자극하려는 전략이다. 『웃길 정도로 질이 나쁜 한국인』, 『한국 경제가 붕괴할 이유』, 『망상대국 한국을 비웃는다』, 『거짓투성이 한-일 근대사』, 『왜 반일 한국에는 미래가 없는가』 등등. 중국을 비난하는 책들의 제목도 여기서 한술 더 뜨면 떴지 덜하지는 않다.

문제는 돈벌이를 위해서 주관적, 그리고 감정적, 자극적으로 써낸 책들이 국민간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혐한반중' 책들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100만 부를 넘는 베스트셀러는 없지만 내용에서 조금이라도 화제가 된다거나, 유명세를 좀 타는 작가가 썼다면 보통 10~15만 부는 쉽게 팔려 나간다. 일본의 출판계가 최악의 불황 속에 있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책에 사운을 걸고 '위험한 베팅'을 하는 출판사들도 있다. 구매층은 40~50대 남성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책뿐 아니라 인쇄매체인 신문들 중에서도 한국, 중국과의 갈등 분위기를 맘껏 이용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곳도 많다. 특히 한가한 퇴근 시간 샐러리맨들의 즐거움이 되고 있는 석간신문에서의 한국, 중국 비판 보도는 그야말로 '쓰나미급'이다. 최근 한 시사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석간후지>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143일간 한국 관련 기사가 69회, 중국 관련 기사가 31회, 한-중 공동 관련 기사가 13회 실렸다고 한다. 물론 이들 대다수 기사들은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런 비정상적인 분위기에 대해 최근 출판계의 일부 양식 있는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과연 이대로 좋은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출판사 편집자들이 모여 '(민족 또는 국가에 대한) 혐오 발언과 배타주의에 가담하지 않는 출판 관계자들의 모임'을 결성해 각종 집회 및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서적, 신문 등 인쇄매체가 일본인들의 한국, 중국인들에 대한 비판을 단순한 흥밋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경계하면서 민족적인 차별의식을 조장, 확대하는 행태에 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이들의 '작은 목소리'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혐한반중' 책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일부 저자들은 "'반한론'에 불만이 있으면 '양한론', '선한론'을 써보라"며 극우보수 분위기를 등에 업고 거침없이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어 움츠러들 대로 움츠러든 지한파 또는 친한파의 목을 더욱 옥죄고 있다.

/ 도쿄(일본) = 양정석(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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