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 홈 서바이벌, 영화 '유아 넥스트'
익스트림 홈 서바이벌, 영화 '유아 넥스트'
  • 박민아 객원문화기자 (씨즈온)
  • 승인 2014.07.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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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박민아 객원문화기자]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집이 가장 위험한 공간으로 변할 때 온몸을 덮치는 극한 공포는 낯선 상황에 덩그러니 놓였을 때 느끼는 두려움 이상이 되기도 한다. 한밤중 작은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사람의 기척을 의심해본 경험이 있다면 이와 같은 공포가 결코 예외적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내 일상에 산재해있는 보편적 두려움의 실체는 괴수나 좀비보다 현실적이다. 제 3자의 처지를 팔짱을 낀 채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속에 자신을 몰아넣는다. ‘우리 집’에서 낯선 침입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의 공포를 주된 정서로 한 영화들이 생산되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유아 넥스트>도 의문의 살인자들이 외딴 저택을 습격한다는 점에서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작년에 역시 가택 침입을 소재로 한 동일 장르의 영화 <더 퍼지>가 개봉 전후로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두 영화는 비슷한 듯하지만 작품을 통제하는 설정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 영화 <유아넥스트> 스틸컷

예고된 살육 <더 퍼지>vs예기치 못한 살인 <유아 넥스트>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스릴러를 구성하는 건 보다 창의적인 공포를 요하는 일이다. ‘우리 집에 침입자가 있다면?’이라는 상상은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한 기본적인 두려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설정 자체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공포심을 심어준다. 하지만 집을 배경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 궁극적으로 가택 침입 스릴러에서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켜줄만한 이야기 전개, 액션 등은 다른 장르에 비해 한계가 보다 명확한 느낌이다. <더 퍼지>와 <유아 넥스트>가 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시도한 설정은 나름 신선한 구석이 있다.

<더 퍼지>는 가까운 미래에 사회의 악을 처단하기 위한 정부가 극단의 처방을 내놓으며 벌어지는 일이 담겨 있다. 매년 단 하루는 12시간 동안 살인을 포함한 어떤 범죄도 허용하는 ‘퍼지 데이’가 바로 그것이다. 누구든지 살인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집집마다 최상의 경비 시스템을 갖추고 숨죽인 채 반나절을 지낸다. 제임스(에단 호크)의 집은 그의 아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노숙자를 살려주면서 살육의 대상이 된다. 범죄의 합법화라는 설정은 집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탈바꿈시키지만 그것이 함락당할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끔찍한 상황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서늘한 한기를 느끼게 한다.

반면 <유아 넥스트>는 영화 전체를 통제하는 설정은 없지만 파이널 걸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면서 반전의 재미를 준다. 파이널 걸은 전형적인 공포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을 처단하는 데 전혀 도움은 되지 않지만 결국 운이 좋아 살아남는 여성 캐릭터를 지칭하는 용어다. 이 영화에서는 에린(샤니 빈슨)은 어린 시절 남다른 환경에서 자란 것이 무기가 되어 뜻밖의 위험을 겪으면서도 침착하고 강하게 살인마들을 처단한다. 영화가 후반부에 접어들면 오히려 에린을 죽이려고 무서운 표정으로 집안 곳곳을 뒤지는 살인마가 겁먹은 것처럼 보이는 이상한 긴장이 극을 지배한다.

특이한 건 두 작품에서 살인을 행하는 인물들이 모두 가면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더 퍼지>에서는 선량한 얼굴 뒤에 숨은 잔혹한 본성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고 <유아 넥스트>에서 가면은 비인간성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불안이 가면이라는 소품을 통해 극대화되고 이는 안락을 상징하는 집과 뚜렷한 대비를 이루며 더 큰 두려움을 선사한다.

▲ 영화 <유아넥스트> 스틸컷

<유아 넥스트>만의 관람 포인트, 허를 찌르는 생존의 기술

에린의 생존방식은 여느 액션에서 볼 법한 공격 수단을 갖추지 않는다. 괴한들이 석궁과 도끼 등 고전적인 무기를 취하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그녀가 살기 위해 선택한 무기는 식칼과 믹서, 냄비와 대못에 지나지 않는다. 집에 마련된 총을 가지고 싸우는 장면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가재도구를 들고 적을 제압하는 여주인공이라니 이야말로 허를 찌르는 재미를 선사한다. 집에 침입한 괴한들로부터 목숨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치고는 상당히 당연하고 평범한 것일 수 있지만 총이라는 관습에서 탈피한 액션은 오히려 유쾌한 웃음까지 선사한다.

평온한 집을 살육의 현장으로 만든 괴한들의 무차별 공격. 그리고 절체절명의 순간 가녀린 여성은 온데간데없이 여전사로서 면모를 발휘하는 에린. 그 통쾌하고 짜릿한 한 방은 <유아 넥스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 8월 7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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