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칼럼] 교육학자 김은혜의 '아하~' 스포츠와 매너 _ <3> 스포츠 매너, 과연 선수만?
[스포츠 칼럼] 교육학자 김은혜의 '아하~' 스포츠와 매너 _ <3> 스포츠 매너, 과연 선수만?
  • 김은혜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4.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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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혜 칼럼니스트
나도 금메달리스트다. 한국 선수가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눈시울이 붉어진다. 메달을 딴 선수에게 아낌없이 축하해줄 때, 그렇지 못한 선수에게 격려의 박수를 쳐줄 때에 나는 또 다시 감동한다.

스포츠에서 선수와 감독, 심판의 매너는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비신사적인 선수의 행동은 경기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래서 선수에게 벌금이나 출전정지 등 비 매너 행동을 제약하는 엄중한 처벌이 있다. 관중이 무매너 행동을 보일 경우 무관중 경기, 관중 퇴장 등이 있다. 하지만 제재할 방법은 여전히 미흡하다. 관중은 선수와 함께 '스포츠 문화'를 만들어 가는 중심인물이다. 따라서 관중은 자발적이고 성숙된 매너를 가져야 한다.

내 기억 속에 한 선수가 있다. 2012 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의 은메달리스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금메달을 딴 김재범 선수를 기억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매너 금메달리스트' 비쇼프(독일) 선수가 각인되어 있다. 비쇼프 선수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김재범 선수를 진정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는 시상대에서 승자에게 뜨거운 포옹을 한 후 손을 높이 치켜 주었다. 라이벌이지만 경기 후에는 승자를 존중하는 비쇼프의 '예의 매너'를 느꼈다. 그가 '진정한 스포츠인'이 아닐까.

스포츠의 매너는 비단 선수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2010년 월드컵에서 남아공 전통 나팔악기 '부부젤라(Vuvuzela)'를 기억한다. "웽~ 웽~" 하는 소리는 경기장 관중뿐 아니라 TV 시청자의 귀를 거슬리게 한다. 처음 TV에서 부부젤라 소리를 들었을 때 방송사고로 오해했다. 사격장과 기차의 소음보다 높은 120~140dB은 선수에게 심판의 휘슬을 듣지 못하게 한다. 엄청 시끄럽고 거슬리는 소리는 선수, 심판이 경기에 집중하는데 방해 요인이다. 소음에 민감한 선수들이 "부부젤라를 경기장에 반입 금지시켜야 한다"고 불평을 했다.

주최 측은 관중에게 응원도구 사용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관중은 경기와 상관 없이 자신만의 축제를 즐겼다. 이것은 관중의 비신사적인 매너였다. 현재 아프리카 전통인 부부젤라는 응원도구로 인정되고 있다. 경기에 지장이 있는 만큼 부부젤라 응원을 관중 스스로 어느 정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2014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경기를 생각해본다. 러시아의 경쟁 상대인 알리오나 사브첸코와 로빈 스졸코비(독일)가 연기중이다. 러시아 관중은 지나치게 야유를 보냈다. 특히 두 사람이 점프에서 실수했을 때 괴성까지 질렀다. 그 탓인지 모르나, 러시아는 1위를 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피겨 경기이다. 우리 편이 아니라고 해서 선수 경기력에 지장을 주는 행동은 스포츠 매너에 어긋난다. 도 넘은 러시아의 관중은 비신사 부문 금메달감이 아닐까.

학생을 가르치면서 고민이 생겼다. 학생의 수업태도다. 수업의 질은 교사의 교수법도 중요하지만 학생의 수업에 대한 열정과 태도가 큰 변수다. 학생이 수업에서 좋은 매너를 갖도록 하는 나의 무기는 'F 성적'이다. 잦은 지각과 결석, 성의 없는 과제, 영혼이 사라진 수업태도 등은 성적의 감점 요인이다. 그래서 F가 두려운 학생은 수업시간에 최소한의 매너를 지키려 애쓴다.

우리나라는 경기장에서 선수가 매너 없는 행동을 했을 때 강한 제재를 가한다. 관중에게는 일시적인 제지만 할 뿐 강력한 규제책을 취한 적은 없다. 현실적으로 관중을 강제하기가 쉽지 않고, 강제 방법이 있다 해도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관중의 열정이 없는 스포츠, 관중 없는 스포츠는 존재의미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가 응원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오래 뛰고, 이기면 기분이 정말 좋다. 어떤 때는 패배의 고통을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그들을 굿매너로 응원해야 한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력은 올림픽과 월드컵 등에서 증명되고 있다. 가히 세계최고 반열이다. 관중의 매너도 세계적 수준이면 더 좋을 듯하다. 경기력도, 관중매너도 금메달을 기대한다. 방법은 나부터 성숙된 매너를 보이는 것이다.

■ 글쓴이 김은혜는?

고려대학교 강사다. 영문학을 공부한 뒤 대학원에서 스포츠를 접목했다. 수영, 스키, 스킨스쿠버, 볼링, 수영, 댄스 등 다양한 스포츠 자격증을 갖고 있는 여성 스포츠학자다. 주 연구 분야는 스포츠 매너와 미래체육이다. 또 교육과정 방향 탐색에도 관심이 많다. 대전대, 서울여대, 충남대, 한밭대 등에도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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