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입법 강화 찬반 공방
도서정가제 입법 강화 찬반 공방
  • 김경산
  • 승인 2013.04.1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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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 활성화 vs 가격인상과 판매량 감소"
▲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이 도서정가제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경산

 
도서정가제 강화 찬반 대결
서점 출판계, "서점 출판시장 활성화와 국민의 독서 접근권, 창작활동 지원"
온라인서점, "도서 가격 인상과 판매량 감소 할 것"
 
[독서신문 김경산 기자] "완전한 도서정가제 실시는 고사 위기에 내몰린 서점과 출판업계를 살리는 길일뿐만 아니라 국민의 독서 접근권과 다양한 문화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최소한의 방법이다"(서점출판업계)
"출판업계의 불황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 법과 제도로 막아질 일이 아니다. 도서정가제 강화는 가격 상승과 판매량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온라인 서점)
 
민주통합당 김윤덕·최재천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주관한 '출판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도서정가제 법제화 공청회'가 17일 오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서점출판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서 기존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지난 1월 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놓고 서점 출판관계자들이 열띤 공방을 벌였다. 
 
 
▲ 17일 오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청회에는 서점조합 관계자와 출판인등 300여명이 참석해 토론자들의 열띤 공방을 지켜봤다.     © 김경산

 
현행 도서정가제는 출간 18개월 미만의 신간도서의 경우 마일리지 적립과 쿠폰제공 등으로  최대 19%까지 할인이 가능하고, 18개월이 지난 구간도서와 실용서, 초등학습참고서 등은 무제한 할인이 가능해 사실상 도서정가제로서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이에 반해 개정안은 기간에 관계없이 신간과 구간 모두 마일리지나 쿠폰 등을 포함해도 할인율을 10% 이내로 제한하도록 했다.
 
발제에 나선 부길만 한국출판학회장은 "완전한 도서정가제로 나가야 한다"며  중소서점과 지역서점의 육성지원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와 활발한 독서운동, 도서유통과 출판문화발전을 위한 재정지원확대를 요구했다.
 
유성식 Yes 24도서사업본부장은 "온라인 서점의 반값할인은 전체 매출의 1%수준에 불과 하며 대량구매와 현금결제 등 유통합리화를 통해 소비자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개정안이 통과 될 경우 당장 15% 가격이 인상되고, 국민들의 도서구입량도 감소할 것"이라며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탄력적인 도서정가제가 실시돼야 한다"고  개정안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은 "지난 2003년 마련된 도서정가제는 당초 입법취지와는 달리 합법적 할인법으로 변질돼 출판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전락했다"며 "과도한 가격할인으로 독자들의 가격불신을 초래하고 영세 서점과 출판사들은 고사위기에 처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 회장은 "책은 자유시장경쟁 논리가 작용하는 일반소비재와는 엄격히 구분해야 할 지식재이자 공공재로 '도서정가제'는 책이 정당한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되찾는 유일한 길이며 독자의 권리를 찾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박은주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사진 왼쪽 두번째)과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오른쪽 첫번째) 등이 참석해 토론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 김경산

박은주 한국출판인회의 회장는 “서점과 출판업계가 상생하는 방안으로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신학용 국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박성효 의원과 민주통합당 전병헌, 김윤덕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사회로  3시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주요 발언 내용

완전한 도서정가제로 가야
 
부길만 한국출판학회 회장
- 완전한 도서정가제(이하 도정제)로 가야 한다. 도정제를 실시하기로 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하면서 도정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책은 독창적인 원고를 바탕으로 한 창작물이다. 법으로 보호 받아야 할 저작권을 지닌 상품이다. 현재의 출판시장은 암울하다. 할인을 염두에 둔 가격 책정으로 책값이 올라 있다. 검증된 스테디셀러의 대폭할인으로 가격 경쟁력이 없는 신간이 설 자리가 없어져 출판생태계의 생산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 오프라인서점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온라인서점의 빈익빈 부익부도 심해지고 있다. 도서출판은 문화산업의 핵심 분야일 뿐만 아니라 매출규모에서도 문화산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개정안이 기존 내용에서 진전되기는 했으나 미흡한 부분도 있다. 자본의 논리가 아닌 문화의 논리가 반영돼야 한다. 중소 지역서점들이 지역문화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지원 육성해야 한다.  독서운동 전개와 도서유통, 출판문화 발전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입법으로 왜곡된 가격 질서 바로 잡아야
 
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 소장
- 1994년 5683개였던 서점 수는 2011년 1752개로 급감했다. 시장논리에만 함몰된 '무늬만 도서정가제' 운용으로 출판생태계 파괴는 물론 출판 산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출판사, 서점의 시장 퇴출이 강제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독자 즉 국민이다. 할인판매로 급성장한 인터넷서점은 매출액이 총액 1조 원대를 돌파해 출판시장의 3분1을 차지할 만큼 공룡이 되었다. 그런데 인터넷서점 매출도 2012년 첫 감소를 기록했다. 2012년 사이버쇼핑몰의 서적 거래액은 1조2699억원으로 전년도 1조2742억원 대비 43억원(0.3%) 감소했다. 2001년 조사 이래 처음으로 줄었다. 
 도정제 논란은 행정적 해결의 한계를 보였다. 사법적 구제 시도 역시 쓰라린 좌절을 겪어야 했다. 이제 입법으로 도서의 왜곡된 가격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입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도정제 실시로 책값이 비싸질 거라는 우려는 기우이다. 합리적인 가격책정과 재조정가 표시로 가격안정화가 가능하다. 현재 700억원 수준의 공공도서관 자료구입비를 3000억원 수준으로 증액해야 한다. 도서정가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출판과 문화예술과 지식기반사회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종합비타민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도서정가제는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
 
유성식 Yes24 도서사업본부장

- 현재 논란중인 반값 할인대상 도서는 극소수다. 매출비중이 1%에 불과하다. 출판사의 재고도서 처리가 주목적이다. 출판사와 직거래, 현금거래, 적은 반품 등 유통합리화로 구입비를 줄여 소비자에게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개정안이 현실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소비자가가 당장 15%가량 올라간다. 착한가격이 나타날 것이라 하지만 결국 소비자가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강력한 도정제를 실시하는 네덜란드도 최종소비자한테 다량 판매할 경우 할인이 가능하다. 현재 도정제에는 이런 부분이 빠져 있다. 도정제 실시 나라 중에도 특정 기간 중 25% 할인이 가능하다. 일정기간이 지난 구간도서의 경우 할인판매 인정한다. 재고도서까지 정가로 국민들이 구입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재조정가로 해소한다고 하는데 작가들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세계적으로 출판경기 자체가 나쁘다. 2000년 이후 소형서점이 줄고 중대형서점으로 바뀌고 있다. 인터넷 서점도 초기 50개에서 현재 4개로 줄었다. 출판도 산업이기 때문에 법이나 제도가 아니라 고객이나 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움직인다. 도정제 개정안이 소비자와 괴리감이 커서는 안 된다. 서점의 경쟁상대는 스마트폰, 게임 등 다른 산업이다. 

도서정가제는 영화계의 스크린쿼터제와 같은 것
 
남성호 교보문고 광화문점장

- 교보문고의 경우 현재 도서정가제 기준에 해당되는 책은 12.8%에 달한다. 90% 가까운 책이 정가제 제외대상이다. 제외도서는 할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현재 정가제가 문제있다는 얘기다 10년 전이나 똑같은 상황이다. 교보 매출은 상위 10%도서가 74% 판매비중을 차지한다. 또 상위 10% 출판사가 전체 매출의 85%를 점유한다. 쏠림 현상과 양극화가 심각하다. 독자들이 책을 읽지 않는 현상이 더 문제다. 과거 업계가 자율적으로 정가제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영화산업의 경우 스크린쿼터제를 채택하고 있다. 1천만 관객동원도 이러한 제도가 있어 가능했다. 도서정가제가 출판계의 스크린쿼터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완전정가제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최낙범 서울 불광문고 대표

- 책방이 전시장화 되고 있다. 책방에서는 구경만하고 구입은 인터넷에서 한다. 고객은 할인이 적어 서운하고, 중소서점은 억울한 상황이다. 동네서점은 뼈만 남은 상태다. 작은 외부 충격만으로 바로 쓰러질 정도로 취약하다. 서점의 감소폭 못지않게 서점들의 질적 저하도 심각하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온 책과 마진이 많아 할인이 할 수 있는 책, 재고물량이 충분히 공급되는 중복 출판물 등으로 채우고 있다. 중소서점의 몰락과 질적 저하는 도매 유통의 부실을 초래하고 모든 출판 유통채널을 불안정한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경쟁은 경쟁을 죽인다'는 말처럼 온라인서점 역시 오픈마켓이나 홈쇼핑, 소셜커머스 등 새롭게 등장하는 유통채널들의 편법적인 할인 경쟁을 따라 잡기 위해 출혈 경쟁을 멈출 수 없다. 완전정가제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완전정가제가 정착된다면 인터넷서점도 가격보다는 다양한 콘텐츠로 경쟁하며 전자책 시대를 대비해 나갈 것이다. 중소서점도 할인에 밀려 포기한 동네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되찾아 자신의 활로를 만드는데 매진할 수 있다. 최소한 지금 정도에서 가격 경쟁을 중지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공공도서관 자료구입비 지원 확대해야
 
정현태 한국도서관협회법제위원회 위원

- 지난 2010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공공기관 자료구입비가 도서관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2010년 3년 평균 14.3%로 한국도서관기준에서 제시하는 배정비율 20~25%에 비해 현저히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공공도서관 1관당 평균 운영비는 7억2541만원, 평균자료구입비는 9869만원으로 이중 도서구입비는 8480만원으로 조사됐다. 도서구입방식은 경쟁입찰에 의한 최저낙찰제가 가장 많았다.
납품업체의 출혈경쟁이나 부실업체로 낙찰될 경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 몫이 된다. 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은 순수하게 도서구입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도서구입에 따른 MARC 입력과 장비용역 등 부대용역에 대한 비용이 함께 처리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품질 확보가 중요하다. 지역 공공도서관이 관내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해 입찰자나 낙찰자의소재지를 관할 시·군·구로 제한 할 경우 관련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  중소서점업체의 납품업무 경험을 공유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연합회 차원의 컨설팅과 지원시스템 구축이 선결돼야 한다.
 
정가제 강화는 책값 하향안정화와 독자층 확대 계기될 것
 
조재은 양철북 대표

- 출판 산업의 공공재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자유가격제야말로 책값을 인상시킨다. 도정제 강화는 책값을 하향 안정화시킨다. 가치 중심의 경쟁으로 출판사의 기획력 강화와 양서 판매 활성화로 독자층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개별업체나 업계의 이해에 맞춰 논의가 진행되면 바람직한 도정제 개정을 이룰 수도 없다. 국민의 독서접근권보장과 다양한 저작물의 창작환경조성이 핵심가치로 자리 잡아야 한다. 가격경쟁요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시장 경쟁의 룰을 정하는 것이다. 정가제 문제를 넘어서면 공공도서관 도서구입비 확대, 지역서점 살리기 캠페인, 개인 및 기업의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추진, 초중고 대학교 교육과정의 독서교육 포함 등으로 힘을 모을 수 있다.
 
온라인서점의 통 큰 양보와 상생의 손 필요
 
양수열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정무위원장

- 온라인서점이 통 큰 양보와 상생의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온라인서점 매출 1% 증가할 때마다 동네서점 50~70개가 사라진다. 전국 3개 군에는 서점이 하나도 없다. 30개 시군에는 서점이 단 한군데씩 밖에 없다. 출판산업 전체규모가 연간 2조6천억원 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유통시장은 동네서점을 빼앗아오는 구조다. 동네서점 생존마진 25%는 보호받아야 한다. 온라인 서점의 1조원대 매출은 연 2억원 매출 규모의 동네서점 5천개를 밟고 올라선 결과다. 일자리 1만5천개 이상 사라졌다. 동네서점은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온라인인서점의 반대논리는 동네서점 매출을 빼앗아 혼자만 살겠다는 승자독식경제논리로 문화산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출판생산자 역시 차별적 할인율 제공과 TV 홈쇼핑 직접 판매 등으로 유통질서를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 EBS의 방송교재는 거품 가격을 제거해 착한 가격, 정직한 가격을 만들 수 있다는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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