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숭배를 기다리며
남성의 숭배를 기다리며
  • 김혜식
  • 승인 2007.07.1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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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숙의 성(性)에세이 ‘가면 축제’를 읽고
▲     © 독서신문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초경을 치뤘다. 하필이면 운동장에서 체육을 할 때다. 나의 하얀 체육복 바지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는 나는 달리기를 했다. 철봉 매달리기도 하였다. 이 때 내 모습을 본 개구쟁이 사내아이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이다.
“저 계집애 대궐 문이 열렸나봐” 해찰궂은 사내아이들이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뜻 모를 말을 지껄였다. 그때서야 비로소 내 몸 상태를 알아챈 난 아이들 보기 창피해 며칠 동안 학교를 빠진 기억이 새롭다.
애송이에 불과 했던 그 아이들이 그 당시 여자의 자궁을 짐짓 대궐 문에 빗댄 것에 대해 왠지 궁금증이 인다.
그 때부터 여자로서의 성징이 나타난 나는 훗날 완숙한 여인이 되어 한 남자와 사랑을 나눴다. 또한 가정을 이루었으며 세 딸아이의 어머니가 된 것이다. 이정도 쯤이야 여자라면 누구나 행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난날 풋내 나던 단발머리 소녀였던 내가 어엿하게 자라서 이렇듯 사회의 기초가 되는 가정을 이루지 않았는가. 이런 나의 경우로 볼 때 여자의 역할이 지대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삶의 원형은 여자가 아닐까 싶다.
그 아이들 말마따나 아마도 그때부터 열리기 시작한 나의 대궐 문 덕분인 듯하다. 그것이 내 몸에 없었다면 어찌 뜨거운 사랑을 체험했으랴. 아울러 이렇듯 거룩한 모성을 지닌 세 아이의 어머니가 어찌 되었겠는가.
허나 아직도 사회의 일각에서는 이렇듯 숭고한 여자의 자궁에 대해 그릇된 시각이 많다. 자궁은 오로지 남자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매개체로만 잘못 인식 하고 있다. 사회의 이러한 삐뚤어진 시선은 그것의 실체를 정확히 깨닫지 못한 우매함 때문이리라.
도대체 자궁의 비밀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이 동서고금을 통해 어떠한 선상에 올려 져 어느 각도의 사고로 분석되어 왔을까? 그동안 여자의 자궁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궁금했었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그 답을 구할 수 있는 책이 있어 소개 할까 한다. 성(性)의 본질, 역사를 깊이 있게 고찰하여 해박한 지식으로 과감하게 쓴 성(性)에세이가 그것이다. 수필가 ‘오차숙’님의 저서인 『가면 축제』라는 성 에세이엔 성에 대한 이야기가 여과 없이 표현됐다. 그 내용들이 매우 흥미진진하다. ‘자궁의 비밀’이란 글도 이 책 속에 들어있다.
이 글 서두엔 의학자 ‘파레’가 여자의 자궁 속엔 기이한 동물이 숨어있다고 했다. 도대체 그 동물이 무엇일까? 설마하니 여자도 원초적 본능에 충실할 수 있음을 의학적으로 겨냥해 이를 비난한 말은 아닐까? 하긴 플라톤조차 ‘여자들은 짐승이다. 나약함을 무기로 삼아 남자들을 조종 한다’며 분노의 무기를 휘둘렀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토록 여자의 자궁을 열등하다고 얕잡아보는 남자들이 왜 걸신들린듯 그것에 탐닉 하는가? 이 책의 필자는 남자들한테 의미 있는 일침을 가하고 있다.
어찌됐든 천하의 영웅도 여자의 자궁 속에선 고개를 숙인다. 이래도 여자의 자궁이 열등한가. 어디 이뿐이랴. 헌신과 희생으로 남자들이 자궁 속에 떨어트린 생명의 씨앗을 온 몸으로 품고 있지 않은가.
여자의 자궁은 더 이상 열등한 존재가 아니다. 이 책에서 밝혔듯 남성을 지배하고, 분만 시에도 분만 날짜, 제왕 절개,인공수정, 인간 복제의 가능성을 통해 품위를 지켜가는 여성의 시대를 자궁은 한껏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자의 자궁을 한낱 남자들에게 종속된 욕구충족의 도구로 여겨서는 안 된다. 여자의 사회적 지위가 더욱 향상되어야 하듯 자궁도 그에 준하는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할 시기에 이른 것이다.
연약한 여자보다 우월하다고 자부하는 강한 남자들이여! 당신의 어머니는 누구인가? 여자이다. 당신이 최초 잉태된 곳은 어디인가? 어머니의 자궁 속 아닌가? 이젠 이 정도면 자궁의 비밀도 속 시원히 풀릴 법 하지 않은가.
하여 여자의 자궁은 온 우주를 품고 있기에 그 속은 무한 광활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자궁의 비밀이라면 특급 비밀인 셈이다.
남성들이여! 이토록 거룩하고 신성한 여자의 자궁을 영원히 신처럼 숭배 할지어다.
 
읽고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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