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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당초 추진했던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은 얻어냈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을 두고는 시각이 다른 것이다. 의장성명은 천안함이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며 공격을 비난하긴 했지만 가해자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부와 정권측은 의장성명을 얻어낸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며 ‘절반의 성공’을 강조했다. 반면 야당과 일부 국민은 빈껍데기만 수확한 ‘실패한 외교’라고 비난했다.
한반도를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지역패권 경쟁, 그리고 한국의 약자적 위치를 염두에 둔다면 정부의 자기변호도 일리는 있다. 천안함 외교가 한국 뜻대로 되기를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초등학생에게 대학생 시험문제의 해답을 요구하는 격일 수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자기변론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일은 결과로 따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했다 해도 결과가 나쁘면 할 말이 없는 법이다. 더욱이 그것이 국가의 일이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천안함 유엔외교에 대한 비난은 짧게는 정부의 소통방식, 길게는 국제정세에 대한 일관된 대국민 홍보노력의 부족에서 왔다고 본다.
정부는 천안함 사태 초기부터 정보공개에 난맥상을 보임으로써 여론의 의구심을 증폭시켰고, 유엔외교에 나서면서도 희망사항만 강조한 측면이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과 한반도 주변 강대국의 역량과 전략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일깨우려는 노력의 부족이다. 낙관론과 구호로 국민적 역량을 결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입지와 국력에 대한 현실인식을 명확히 하는 노력은 더 중요하다.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통해 정보가 홍수처럼 유통되는 현실에서 여론을 장기적으로 매니지먼트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오히려 공개적이고 솔직한 대화가 정치적 소통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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