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속 발기하는 사물들
미술 속 발기하는 사물들
  • 관리자
  • 승인 2007.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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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 전하는 그 감각을 찾아서


 최고의 철학자 중 한 명인 플라톤은 이 세계를 이데아계와 현실계로 나누었다. 플라톤의 ‘이데아계’ 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유로써 도달할 수 있는 진리의 세계이며, 이 곳에서 사물이라는 것은 진정한 모습을 갖추는 곳이다. 이에 반면에 현실계는 이데아의 모방된 세계이며 그저 이데아계의 그림자일 뿐이다. 플라톤은 이러한 현실계에 존재하는 예술작품들을 모방의 세계를 모방한, 즉 이데아계에서 세 단계나 떨어진 모사물이라고 정의 했다. 이른바 ‘시인 추방론’이다. 진리에서 벗어나 사람들을 공연히 현혹하는 나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예술가인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러한 논리를 철저하게 반박해 나아간다. 내 몸을 비롯해 생생하게 살아 부대끼는 주변의 사물들을 왜 사유로써 거부해야하는 지 의문을 던진다. 물성을 한 껏 자극해주는 미술 작품들이 어째서 진리 운운하면서 폄하 되어야 하는지 따지고 있다. 저자는 철학이 전통적으로 사물을 도외시 했음을 파악하고, 미술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 사물의 본질을 꽤뚫는 하나의 철학임을 주장하고 있다.
 사물이 없다면 사유가 가능할 것인가? 이 책이 전반부에 전제로 깔고 있는 명제이다. 저자의 대답은 ‘아니오’ 이다. 저자는 메를로-퐁티의 말을 빌려 유명한 화가 세잔은 그림을 통해 사물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대신 말해주었을 뿐이라는 것을 이야기 한다. 사물은 감각을 떠나 존재할 수 없으며, 이것은 ‘감각하는 사람 없이도 감각하는 사물은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그리고 감각하는 인간 또한 감각적인 사물로 볼 수 있기에 인간이 하는 사유라는 것은 결국 사물이 아닐까 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기에 사물의 본질을 꽤뚫는 것이 바로 진리에 도달하는 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5명의 화가를 이야기한다. 이들은 사물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의 세계를 펼친 거장들이다. 폴 세잔,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칼 안드레, 앤디 워홀이 바로 그들이다.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봤을만한 미술가들이다.
 피카소는 평면의 회화에 감각적으로 해체된 사물들을 나열하고 있다. 앞뒤와 좌우의 구분없이 통일된 모습들은 일정한 사고 안에 머물고 있는 사물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마르셀 뒤샹은 아예 사물을 작품으로 등장시킨다. 사물의 본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져다 놓은 것이다. 퐁피두 센터에 버젓이 작품으로 놓여있는 소변기를 보고 무어라 말 할 수 있을까? 사물 자체를 보고 사물 넘어의 실체를 논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저 예술적 창조가 아닌 사물로 그 속으로 몰입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물로의 접근은 앤디 워홀에 이르면 사람을 사물로, 나아가 기계로 표현해 버린다. 일정한 반복, 끊임없는 복사와 프린트로 인간의 모습을 사물화 시키고 복제화 시킨다. 인간을 탈피하여 하나의 물질로 표현해 버린다. 저자는 이 부분을 이야기 하면서 “동일한 감각적인 기표들이 자꾸 반복해서 현전하면, 그 현전의 시공간에서 기표들이 물질화 된다”고 말한다. 물질화 되어버린 감각적 기표인 시각적 감각이라는 것을 통해 앤디 워홀은 감각과 사물의 융합을 꾀하고 현실로 드러나 보이게 표현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끊임없이 ‘사물’을 이야기 한다. 어찌보면 철학을 미술로써 싸움을 걸고 있는 모습이지만 이는 어찌 보면 끊임없이 순환하는 논박일 뿐이다. 그냥 존재해 있는 사물, 하지만 이것을 보고 생각하는 철학, 그리고 보고 표현하는 미술. 어찌보면 사물이라는 진리를 해석하는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물은 오직 그렇게 그 곳에 존재한다. 철학이든 미술이든 누가 어떻게 말하든 사물은 그리고 사람은 그저 그렇게 존재해 나간다.
미술 속 발기하는 사물들 
조광제 지음 / 안티쿠스 펴냄 / 172쪽 / 12,000원
[독서신문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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