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힘이 세다
눈물은 힘이 세다
  • 독서신문
  • 승인 2009.08.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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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움을 견디는 것은 웃음이 아니라 눈물

[독서신문] 황정은 기자= 왜 눈물을 소재로 잡았을까. 작품을 읽는 동안 가슴 안에 무거운 돌이 끊임없이 누르는 듯 마음이 무거웠다. 가벼운 것에 너무 익숙해진 탓인지, 아직까지 진정 무거운 인생을 경험하지 못한 탓인지 이철환이 소재로 내놓은 눈물은 모든 세상의 무게를 집약한 것처럼 가슴 먹먹하게 목안을 타고 온다.

우리는 가난한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명문대학에 합격해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된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그야말로 ‘주경야독’의 삶을 힘겹게 살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그들의 ‘엔딩’아닌 ‘엔딩’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공에 대한 희망이었을 것이다.

이철환은 그의 신간『눈물은 힘이 세다』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 하지만 물리적인 성공에 대한 신념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끊임없이 그들 안에서 샘솟는 행복에 대한 갈망을 순수하게, 때로는 가슴 아프게 그려내고 있다.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란 유진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하지 못한 채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닌 공고에 입학한다. 학창시절부터 흠모한 여학생 ‘라라’는 담벼락이 높은 집에서 늘 깨끗한 원피스를 입고 다니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명문대에 입학해 유진과는 다른 삶을 산다.

유진의 삶과 그의 주변 사람들은 사람의 눈으로 보았을 때 절망만 가득할 뿐이다. 20대에 눈이 멀어 안마사로 생계를 일구다가 손가락 관절이 모두 상해 다섯 손가락을 잘라내게 되는 하모니카 아저씨, 자신을 홀대하는 어머니와 그것을 위로해주지 않고 논어 맹자만 가르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유진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일평생 살아오며 갖은 고생을 모두 하게 된 유진의 어머니, 어느 날 발생한 화재로 집을 잃어버린 달수.

그들의 삶은 그야말로 눈물이 마를 틈이 없다. 가난이 주는 설움과 왜 가난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원망, 실패 후에 또 찾아오는 실패. 이처럼 유진과 그 주변인들의 삶은 끊임없는 그늘의 연속이 그려지고 끝도 없이 펼쳐지는 추위와 어두움의 무게는 독자로 하여금 천근  만근으로 짓눌리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눈물을 가치 있게 해주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그늘 뒤에 찾아올 ‘볕’에 대한 믿음이다.

“자네는 자네의 그늘을 인정해야 하네. 하지만 그 그늘만큼 빛이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해. 그늘이 있다는 것은 가까운 곳에 빛이 있다는 거니까……. 내가 자네에게 기대를 해도 괜찮겠지?”

그늘 밑은 빛 가운데 있는 것보다 훨씬 어둡고 차다. 그래서 그 곳에서는 아무런 꿈도, 빛도 클 수 없을 것 같지만 사실 그늘 뒤에 빛이 있으리라는 믿음은 오히려 빛 가운데 빛을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며 그 파급효과도 굉장하다.

이철환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손가락을 한번만 갖다 대도 픽 하고 스러져버릴 정도로 나약하고 힘겨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을 지탱하는 줄기는 매우 단단하고 확고하다.

“고구마는 환경이 척박할수록 오히려 더 화려한 꽃을 낸다”는 하모니카 아저씨의 말은 힘겨운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극중 인물은 말한다. “그러고 보면 고구마 꽃은 참 처절한 꽃”이라고. 어려울수록 그 어려움을 뛰어넘기 위해 자신 안의 모든 것을 짜내고 짜내다 보니 나중에는 꽃까지 피우게 되며 그 환경이 어려울수록 역설적이게도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세상에 자신을 내보인다.

당신의 인생은 어떤가. 힘들면 안으로 사그라지는 꽃인가, 힘들수록 밖으로 표출되는 꽃인가. 그의 소설의 제목처럼, 눈물은 참 힘이 세다.
 
chloe@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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