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남쪽으로 튀어
  • 관리자
  • 승인 2006.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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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공중그네』로 독자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들여 집필한 장편소설이다.
 
역시 한 번 잡으면 놓기 싫어질 만큼 재미있다. 밝고 순수한 초등학교 6학년 지로를 통해서 진행되는 이야기의 곳곳에는 웃음과 감동이 묻어있고, 후반에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야기의 주제와 소재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읽는 이에게 유쾌한 웃음과 함께 진한 감동과 여운까지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최고의 이야기꾼인 저자의 놀라운 재주 때문에 가능했다.
 
주인공 지로는 먹는 것, 운동,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절대 평범하지 않은 아버지가 있다는 점이다. 지로의 아버지 우에하라 이치로는 과거에 부르주아 국가의 전복을 목표로 하는 혁명당인 혁공동(아시아 혁명 공산주의자 동맹)의 전설적인 행동대장이었고, 지금은 혁공동은 물론이고 어느 조직에도 소속되기를 거부하는 아나키스트다.
 
지로는 또래친구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싶고, 콜라와 커피를 마시고 싶고, 수학여행에도 가고 싶지만, 유별난 아버지 덕분에 이 모든 것이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지로의 아버지는 지로에게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콜라와 커피는 ‘미국의 음모며 독’이라며 마시지 못하게 하고, 수학여행 납부금이 너무 비싸다며 민원을 넣는 등 지로를 곤란하게 만든다. 지로는 그런 아버지가 부끄럽다.
 
그러던 어느 날 지로네 가족은 한 소동에 휩싸이는 바람에 도쿄를 떠나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남쪽 오키나와 근처의 이리오모테 섬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지로네 가족은 그 낯선 곳에 거의 빈손으로 가다시피 하지만, 친절한 이웃들의 도움으로 집은 물론이고 살림에 필요한 다양한 물건, 식량 등 모든 것을 얻어서 생활한다. 도쿄에서는 매일 집에서 뒹굴거리던 아버지가 밭에 나가서 일도 하고, 바다에 나가서 낚시를 하는 등 부지런히 일을 한다. 전기와 수도도 없고, 불편한 화장실 때문에 처음에는 눈을 찌푸렸던 지로와 지로의 동생 모모코도 친절한 이웃과 아름다운 자연에 금세 마음을 빼앗기게 되고, 전 교생이 10명도 안되는 학교에 다니는 것도 즐거워하게 된다. 그러나 지로네 가족의 평화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리조트 건설 때문에 지로네 집은 철거되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리조트 건설 회사와 대립하던 아버지는 결국 어머니와 함께 남쪽 섬으로 떠난다.
 
어른들의 세상, 어른들이 만들어 왔고 만들고 있는 이 세상은 해야 할 것도 많고,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은 복잡한 곳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지로가 보기에도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이 사회는 이상한 것투성이다.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다. 속이지 않는다, 질투하지 않는다, 위세부리지 않는다, 악에 가담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나름대로 지키며 살아왔어. 단 한 가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 있다면 그저 이 세상과 맞지 않았던 것뿐이잖니?” 라는 지로 어머니의 말처럼, 세상은 다수가 만들어놓은 틀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다수에 속하기를 강요할 뿐이다.

어른들의 모든 행동을 지켜보던 지로는 결국 ‘경찰과 기업에 창끝을 들이댄 사람을 통쾌하다며 재미있어 하면서도, 그것을 막상 내 일처럼 생각해줄 사람은 없다. 텔레비전을 지켜본 어른들은 단 한 번도 싸운 일이 없고 앞으로도 싸울 마음이 없는 사람들이다. 대항하고 투쟁하는 사람을 안전한 장소에서 구경하고 그럴싸한 얼굴로 논평할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냉소를 던지리라. 그것이 바로 아버지를 제외한 대다수의 어른들이었다.’라고 말하며 사회를 냉담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지로의 아버지는 지로에게 “너는 아버지를 따라할 거 없어. 그냥 네 생각대로 살아가면 돼. 아버지 뱃속에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벌레가 있어서 그게 날뛰기 시작하면 비위짱이 틀어져서 내가 나가 아니게 돼. 한마디로 바보야, 바보.”라고 말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사회제도를 무조건적으로 따르며 사회 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지로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을 바보로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남쪽으로 튀어』는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한숨을 내뱉는 우리의 현실에 시원하고 상쾌한 남쪽의 바람을 선사한다.  
 

송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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