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죽인 살인자와의 기묘한 동거
인간이 인간을 단죄할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이 인간을 단죄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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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피조물도 발붙이기 힘든 세상 끄트머리 외딴 집에서 안젤은 이제껏 타인에게 느껴 보지 못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정을 느끼게 되고 파올로 역시 조심스럽게 안젤의 애정을 받아들인다. 그러던 중 도시 청년 루이스가 오두막에 찾아오면서 세 사람의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살인을 방편 삼아 거친 삶을 살아온 안젤, 부모의 관심 밖에서 야생초처럼 자라온 파올로, 익숙하고 풍요로운 삶에 젖어 세상 밖을 두려워하는 루이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타인들이지만 사랑에 굶주린 외로운 영혼들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세상의 끄트머리, 외딴 오두막집에서 각자의 결핍을 채워가는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투박하고 무조건적인 안젤에 비해 루이스는 도시적이고 세련됐으며, 파올로는 도덕도, 법도, 그 어떤 계율도 교육받지 않은 순수한 영혼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이들 셋이 결국 외딴 집의 식량을 해결하기 위해 세상 속으로 들어가자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종의 도피처로 자리하던 오두막집을 떠나서 세상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세 사람은 각자 어떤 식으로든 회피하고 있었던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안젤은 쫓기는 처지인 지명수배자이고, 루이스는 새로운 삶으로의 도약을 더 이상 포기할 수 없으며, 파올로는 전혀 다른 세상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에 감명 받는다. 이제 그들의 관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루이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세상 속으로 나아갈 힘을 얻지만, 안젤은 미처 행복이 무언지도 모르고 저질렀던 지난날의 악행을 후회하면서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이제 어린 파올로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안젤 뿐이지만 제도권 안에서의 안젤은 파올로 부모의 살인자로서 ‘사형’이란 죗값을 치뤄야 한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서로의 관계에서 내면의 결핍을 채우는 세 인물과 그들이 오두막집을 떠나 세상 속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사랑과 배반, 권력의 허점과 제도의 모순을 어린 파올로의 시선을 통해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 살인자의 눈물
안 로르 봉두 지음 / 이주영 옮김 / 파랑새 펴냄 / 232쪽 / 8,800원
<양미영 기자> kymy99@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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