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버티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면 미성숙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를 자꾸 괴롭히고 있어요. 요즘 말로 ‘존버’라고 하던가요. 무조건 버티고 보자는 식이죠. 과연 이것이 올바른 인내의 방식일까요? 글쎄요.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겨우 그런 거 갖고 힘들어하냐는 둥, 나약해 빠졌다는 둥, 그런 말은 가볍게 무시하자고요. 안 그래도 힘든 이 청년의 시기에 본인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견딜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고속도로나 휴게소에 졸음쉼터를 괜히 만들어 놓은 게 아니에요. 쉬어 가지 않으면 사고 날 확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설사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사고의 무수한 확률을 뚫고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데 얼마나 많은 고통과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되겠냐는 거예요. <58쪽>
남을 쉽게 비판하지 않으면서 자기반성은 또 엄청 열심히 합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건 좋지만 지나친 자기비판은 삼가는 것이 좋아요.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되거나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객관화한 자신을 조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답니다. 과도한 자기비판은 ‘자기 태만’의 한 형태로도 발전할 수 있어요. 자신을 비판함으로써 건강하지 못한 행동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찾는 거죠. 이럴 때는 자신과 대화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어요.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는 거죠. 그리고 쓰다듬어주세요. 내가, 나를요. <235쪽>
트라우마에 대한 연구와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데엔 특별한 계기가 하나 있어요. 9·11 테러 이후 미술치료학회장 ‘폴라 하위’의 초청으로 미국을 가게 되었는데요. 병원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테러로 인한 부상자, 유가족 등을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너무나 잘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도 당시 대구 지하철 참사로 큰 아픔을 겪고 있었기에 치료 인프라의 격차가 훨씬 크게 느껴졌어요. 휠체어에 앉아 치료용 그림을 그리던 어느 노부부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아요. ‘트라우마’라는 용어가 우리 생활에 널리 쓰이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요. 그러다 보니 과거엔 트라우마를 겪고 있음에도, 그것이 어떤 현상인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했어요. <254쪽>
그림이 액자에 갇히듯 어쩌면 우리도 이 세상에 갇혀 있어요. 벗어날 수 없죠. 벗어날 수 없다면, 정말 그렇다면 적어도 그 그림이 아름다운 그림이었으면 좋겠어요. <261쪽>
[정리=김혜경 기자]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
김선현 지음 | 베가북스 펴냄 | 268쪽 | 1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