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말하는 ‘4050에게 책이 필요한 이유’
전문가들이 말하는 ‘4050에게 책이 필요한 이유’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4.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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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열린 ‘4050세대-책이 필요한 시간’ 포럼에서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책의 해 유튜브 캡처]

중년의 독서는 청년 시절 일구어놓은 지식과 경험을 차곡차곡 수확하는 행위였다.

-이지상, 『중년 독서』 中

올해는 ‘4050 책의 해’다. 현재 전체 인구의 약 3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4050은 2030보다 높은 도서 구매력을 가졌지만 독서율은 급격히 하락하는 세대다. 2021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일 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40대는 50.1%, 50대는 64.3%에 달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양한 맞춤 독서 진흥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독서율이 떨어진다는 통계만으로는 중장년층이 다시 책을 집어 들 이유가 부족해 보인다. 책을 읽으면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4050은 집에서는 고령이 된 부모와 사춘기 자녀를 돌보고, 직장에서는 중추적 역할을 하며 안팎으로, 아래위로 누구보다 바쁘다. 눈앞의 현실을 챙기기에도 정신없는 이들에게 독서의 필요성을 각인시킬 방법은 없을까?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에서는 ‘4050세대-책이 필요한 시간’을 주제로 전문가 포럼이 열렸다. 올해 총 네 번에 걸쳐 진행될 ‘4050 책생태계 포럼’의 첫 행사로, 4050을 둘러싼 출판 및 독서 문화, 도서관 환경 등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선 4050에게 책이 필요한 이유를 돌아보고, 책과 가까워질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날 사회를 맡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서 4050은 책 읽기를 멈추는 나이다. 하지만 4050은 본격적으로 지금까지 쌓아 온 경험을 활용할 시기다. 그런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성과 감성의 꾸준한 공급”이라고 강조했다.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4050은 자꾸만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에 대해 ‘내가 잘 살고 있는 게 맞나’ 하며 의구심을 갖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품게 되는 시기”라며 이를 ‘중년기의 위기’라고 정의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중년기의 위기는 성별이나 학력, 경제적 수준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찾아온다.

중년기에는 몸과 마음, 사회와의 관계 등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며 특히 노화를 본격적으로 체감한다. 그러나 늙어 가면서 우리의 모든 부분이 나빠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젊을 때보다 나이가 들어서 더 개발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바로 ‘성공 지능’이다.

미국의 뇌과학자 로버트 스턴버그는 21세기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3요소를 제시했다. 새롭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창의적 지능’, 문제를 분석하는 ‘분석적 지능’, 아이디어를 실제로 바꾸는 ‘실용적 지능’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독서 행위는 배경지식, 어휘력, 언어 능력을 신장시키고, 뇌의 각 부위 간 연결성을 증대하며, 대인관계와 문제 해결 능력을 좋아지게 해 결과적으로 세 가지 성공 지능 향상을 돕는다. 그중에서도 실용적 지능은 나이가 들수록 올라가서 노년에 정점을 찍는다. 중장년이 독서하기에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닌 이유다.

두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 인간에게 필요한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정답을 찾는 것을 넘어, 글 속의 정보와 나의 세상 지식을 통합하여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질문하는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누군가의 멘토 역할을 많이 하게 되는 세대인 4050이 좋은 독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열린 ‘4050세대-책이 필요한 시간’ 포럼에서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 관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책의 해 유튜브 캡처]

마지막 주제 발표를 맡은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 관장은 실제 도서관 이용자들과 여러 독서 문화 활동을 함께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장년에게는 ‘도서관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서관적 시간’은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가 2019년 한겨레신문 칼럼에서 언급한 개념이다.

“간단히 답을 얻을 수는 없는 깊은 질문(대체로 인간에 관한 질문은 모두 그러하다)에 침잠하면서 끝없는 문답에 몰두한다. 그 사고 과정 자체가 풍요와 기쁨에 차 있다. 그것이 곧 ‘도서관적 시간’이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지역 주민을 ‘도서관적 시간’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일상적 고민과 맞닿은 자료 컬렉션인 ‘사회를 담는 컬렉션’, 포틀럭 파티와 독서를 가미한 영화제, 책을 소리 내어 함께 읽는 낭독 모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좋은 낭독 모임은 술을 마시며 책을 읽는 ‘낮술 낭독회’다. 박영숙 관장은 “진짜 내 삶과 연결된 읽기를 하며, 이를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중장년의 ‘독서 단절’을 넘어 책의 힘을 되찾는 방법이 아닐까”라고 제언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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