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60부터’라는데… 실상은 ‘은퇴 절벽’
‘인생은 60부터’라는데… 실상은 ‘은퇴 절벽’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1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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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나라다. 그 가운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노인 빈곤과 파산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본래 은퇴란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을 뜻하지만, 자녀 교육과 부모 부양에 힘쓰느라 미처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이들에게 은퇴 이후 남아 있는 수십 년의 삶은 축복이 아니라 공포다. 충분한 공적 연금 등의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은 탓도 있겠으나, 늘어난 기대수명에 비해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은퇴 시기가 너무 이르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 그러나 실제 은퇴 시기는 그보다 10년이나 빠른 50세 정도다. 지난 3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들의 평균 퇴직 연령은 49.3세였으며 정년퇴직 비율은 9.6%에 그쳤다. 반면 노동 시장에서 퇴장하는 실질 은퇴 연령은 2018년 기준 평균 72.3세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은퇴를 하고도 생계가 막막하니 다시 일을 구해야 하는데, 법정 정년에 도달하지 않았더라도 이때 찾을 수 있는 일자리는 원래의 경력과는 단절된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높다. 

안 그래도 노인 부양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 아직 충분히 전문성을 발휘하며 일할 수 있는 수많은 장년층을 비자발적 실업 상태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은퇴가 ‘하는’ 게 아니라 ‘당하는’ 것이 돼 버린 이 암울한 현실은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도 하다. 

책 『은퇴 절벽』(원더박스)에서는 “은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은 은퇴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은퇴 시기에 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선진국 대다수는 우리와 같은 강제적 정년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책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1986년 연령에 기초한 강제퇴직제를 법적으로 폐기했다. 호주와 영국에서도 연령에 따른 강제퇴직은 불법이다. 정년제가 있는 일본도 2006년부터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변경했고, 올해 4월부터는 ‘고령자고용안정법’을 시행해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고령자 고용 촉진이 또 다른 사회 문제인 청년 실업을 악화시키고,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지금까지 보고된 연구 결과 중에는 연령과 생산성이 부정적 관계에 있음을 증명한 것보다 둘 사이에 아무 관련이 없음을 보여준 사례가 더 많다”며, “육체적‧인지적 능력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건강한 60세가 빈약한 30세보다 더 뛰어날 수 있으며, 따라서 고령자들의 생산성이 낮을 것이라는 가정은 실증적 근거가 없는 추론에 불과하다”라고 말한다.

노동 문제 전문가들도 장년층과 청년층 고용 사이에는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장년층과 청년층이 종사하는 직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서로 경쟁하는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에 가깝다는 것. 통계적으로도 OECD 국가 기준 고령층과 청년층 실업률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였다.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강제적인 정년제를 “구시대의 유물일 뿐, 기업 경영 효율을 위해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손댈 수 없는 성역도 아니며, 정부가 나서서 보호해야 할 성질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커리어 전환을 위한 ‘유급 안식년’을 제공하고, 과거 경력을 토대로 새로운 직업과 일을 찾을 수 있는 맞춤형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적 연금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은퇴자들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안전망을 구축하는 작업이 긴요하다”고 제언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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