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박지현의 ‘내부 총질’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
이준석과 박지현의 ‘내부 총질’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9.0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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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정직하게 대답하면 저에게 ‘내부 총질 그만해라’, ‘박지현 사퇴해라’ 이런 문자폭탄이 쏟아져 …”
-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

기성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 여겨졌던 양당의 ‘청년 정치인’들이 정당 지도부에서 퇴장했다. 이준석과 박지현 말이다. 이준석은 지난 26일 법원이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직무 대행을 정지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복귀 가능성이 생겼지만, 당 지도부는 기존의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박지현은 당대표 후보 등록이 좌절된 후, 변방으로 물러나며 힘을 잃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함께 묶는 것을 싫어하지만, 그럼에도 공통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바로 ‘내부 총질’. 이들은 각자 자신이 속한 당에 개혁과 쇄신을 요구하며 당내 인사들을 비판했지만, 도리어 자신이 집중적인 공격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준석과 박지현은 청년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의제(각각 ‘공정’과 ‘여성안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었다. 이준석은 ‘인국공’과 ‘조국 사태’ 등 문재인 정부의 지속되는 특혜 논란으로 정치에 실망한 청년들을 위해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으며, 텔레그램 n번방의 실체를 폭로한 ‘추적단 불꽃’의 일원으로 활약한 박지현은 같은 당에 속한 정치인들의 성범죄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각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각종 특혜와 비리로 몰락했던 국민의힘, 성비위 문제로 도덕성을 잃은 더불어민주당의 이미지를 바꾸려고 했다. 답답해도 변하지 않는 정치에 신선함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가 있었다.

기성 정치인들은 그들의 퇴장에 ‘자업자득’이라는 평을 내린다. 기성 정치인들과 불화하며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고, 나아가 자신의 지지기반을 만들어줄 세력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들은 청년 정치인들이 자신들과 함께 논의하며 정치권을 이끌기를 바랐다고 한다. 기성 정치인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잘못은 그들에게 있다며 책임을 지우는 분위기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당돌한 청년들을 정치에 끌어와 활용하고자 했던 건 기성 정치인들이었다. 이준석은 2012년 박근혜 키즈로 비대위원에 발탁됐고, 박지현은 지난 대선을 위해 영입한 인재였다. 멀어진 민심을 이들이 가진 이미지로 되찾고자 했다. 그렇기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선거 때 젊은이들 잔뜩 갖다 썼다. 지금은 찬밥(지난 13일 CBS ‘한판승부’)”이라는 표현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당의 개혁과 쇄신을 바라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부 총질’로 여길수록, 기존 정치권의 ‘포용의 실패’가 부각됨을 모르는 모양이다.

더욱이 내부 총질은 권력의 언어다. 당 내 유력인사가 누군가를 향해 내부 총질이라고 표현하는 순간, 그 누군가는 당의 대의를 거스르는 반역자가 되어 버린다. 때문에 청년 정치인들을 향한 ‘내부 총질’이라는 말이 유행할수록 그들의 소신 발언은 위축되고 당 내 다양성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내부 총질이라는 용어는 폐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사용어로 어감도 좋지 않고 당의 다양성, 당의 잠재력을 억압합니다”
– 이탄희 민주당 의원 5월 20일 페이스북 中

한편, 언론 인터뷰에 나오는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정치권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깜짝 인재 영입’을 한 결과라며, 정당 내의 체계적인 인재육성시스템으로 제대로 된 청년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장의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대중에게 인기 있는 인물을 데려오기보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차근차근 내부의 인재를 키우자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 등 세계적인 젊은 대통령들이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기초단체나 정당에서 오랜시간 훈련의 시절을 거쳤다는 사실을 근거로 든다.

책 『청년을 위한 정치는 없다』의 저자 중 한 명인 이현출은 “유능한 정치인이 등장하는 배경에는 정당의 체계적인 인재육성시스템이 존재한다”며 “청년위원회 활동을 거쳐 기초의원 등 지방의원으로 일하게 한 뒤 중앙 정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정당이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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