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고길동은 둘리같은 존재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이웃’”
허지웅 “고길동은 둘리같은 존재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이웃’”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8.23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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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작가 [사진=김영사]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더 읽혀졌으면 좋겠습니다. 동굴을 빠져나왔는데 또다시 동굴을 만난 사람,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섰는데 더 세게 자빠져버린 사람, 그런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2년 만에 신작 에세이 『최소한의 이웃』을 펴낸 허지웅 작가는 23일 열린 비대면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그의 신간은 이웃을 향한 분노와 불신을 거두고 나 또한 최소한의 이웃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분투기다. ’우리는 어떻게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망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투병 생활을 하는 중에도 머릿속에 맴돌던 질문이었다. 타인에 대한 혐오가 커지고, ‘이웃’의 정의가 단순히 ‘옆집에 사는 사람’을 의미하게 된 시대, 책은 우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애정’ ‘상식’ ‘공존’ ‘반추’ ‘성찰’ ‘사유’ 등의 6가지의 주제어로 우리가 ‘최소한의 이웃’이 될 수 있는 희망적인 삶의 자세를 전하고 있다.

허 작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집필 계기에 대해 “이웃이라는 말 자체가 어느 순간 상실됐다”며 “물리적인 의미로 ‘옆집에 사는 사람’이 돼버린 ‘이웃’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우리의 관계는 더욱 각박해졌다. 타인을 더 싫어하는 마음이 강해졌는데, 그런 끓어오르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글을 썼다”고 말했다.

‘아기공룡 둘리’에 등장하는 캐릭터 고길동은 그가 말한 ‘최소한의 이웃’의 예다. 둘리와 그의 친구들이 고길동의 집에 얹혀 살며 말썽을 벌이는데, 고길동은 “(그들이) 꼴보기 싫지만, 내쫓거나 혹은 더 심하게 하지 않고, 오히려 품어”준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고길동이야말로 (우리 주변의) 둘리같은 존재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이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산다는 마음이 거창한 게 아닐 겁니다. 꼭 친구가 되어야 할 필요도 없고 같은 편이나 가족이 되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내가 이해받고 싶은 만큼 남을 이해하는 태도, 그게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의 전모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 『최소한의 이웃』 4부 반추 中

또한 그는 자의식을 경계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자기 소신을 밝히며, “혐오가 타인의 자의식을 불편하게 느끼는 마음에서 온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SNS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드러나는 자기자랑밖에 없다”며 “청년들이 자의식을 드러내도 너무 비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중2병이라는 말이 너무 싫다. 자의식을 드러내는 게 어떻게 병이 되냐”고 전했다. 이어 “가수 밥 딜런과 보르헤스 등 작가들의 20대 때 자의식이 오늘날처럼 짓밟혔다면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어떤 독자들을 대상으로 책을 썼느냐는 질문에는 “일년에 한 번 책을 읽을 정도로 긴 글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이를 위해 문장간 박자감에 더욱 신경쓰고, 불필요한 조사나 단어들을 최대한 뺐다고 했다. 그는 “문장을 읽는 즐거움과 짧은 문장 안에도 사유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영사]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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