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으로 보내는 편지
공지영이 보여주는 엄마의 내면
공지영이 보여주는 엄마의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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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4~15쪽)
최근 서로 성이 다른 3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 『즐거운 나의 집』으로 독자들에게 호평 받았던 공지영. 무엇보다도 함부로 꺼내기 힘들었을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설 속에 솔직하게 녹여냈다는 점이 좋은 반응을 얻었었다.
그러한 공지영이 소설에서 화자로 등장했던 큰 딸 위녕에게 보내는 편지로 산문집을 발표하였다. 지난 달 24일에 출간 된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이후 3년 만에 출간되는 공지영의 전작산문으로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입장을 버리고 평범한 아이 엄마로서 가슴을 내밀고 있는 일종의 자기 고백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엄마가 딸에게 조곤조곤 들려주는 삶의 메시지는, 세상과 자신의 삶을 성찰한 원숙한 작가의 내면세계를 보여준다. 어깨에 힘을 빼고 대화하듯 써 내려간 편지글은 눈앞에 앉아 자신의 인생 얘기를 들려주는 어머니 공지영의 모습을 느끼게 한다.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야 하는 딸에게 ‘어머니 공지영’은 충고나 잔소리가 아닌 진솔한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인생 문제로 고민하는 딸과 자신의 독서체험을 공유하며, 상황에 맞는 책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배워나가려 한다. 나이를 한참 더 먹은 인생 선배이지만, 다시 20대 여자 아이로 돌아가 딸과 같이 생각하고 자신도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즐거운 나의 집』이 감춰져 있던 작가의 삶을 그려냈다면, 이번 작품은 작가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딸의 한마디에 상처받는 평범한 엄마의 모습, 수영을 하겠다고 벼르기만 하지 결국엔 해내지 못하는 평범한 이웃의 모습, 아무것도 하기 싫어 뒹굴거리며 좋아하는 책에 푹 빠지는 여전히 소녀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줌마의 모습. 이런 인간적인 나약함과 부끄러움을 감추지 않고 진솔하게 내보인다.
그동안 공지영 작가는 왠지 모르게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시니컬한 아픔을 그려내고 있는 그녀의 소설들은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지만, 대신 그녀에 대한 친근감을 빼앗아 갔다.
하지만 『즐거운 나의 집』부터 독자들은 ‘공지영’ 이라는 작가가 아닌 ‘공지영’이라는 여자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러한 그녀의 변화는 독자들에게 ‘그녀가 마음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던걸까’ 하는 궁금증을 던져 주었고, 이번 산문집은 그 해답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그 답은 아마도 그녀가 ‘어머니’ 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대한 판단은 다음 작품에 그녀가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던져줄지 모르기에 매우 섣부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산문집은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든다. 어머니가 딸에게 해주는 조언, 언제나 우리가 마음 속에서 갈구하고 있는 것이기에 그런 기분이 드는 듯 하다. 사회에 나가는 딸에게 진심으로 해주고 싶은 한마디, 그런 한마디가 내일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따뜻한 힘이 되어주고 있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펴냄 / 256쪽 / 12,000원
<권구현 기자> nove@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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