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오바마의 어록에는 ‘이것’이 있다
메르켈‧오바마의 어록에는 ‘이것’이 있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3.0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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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한다면 그것은 독재다. 민주적인 의사 결정은 대중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이 때 정치인의 말은 더없이 중요한 무기가 된다. 어떤 화두를 던지고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따라 그의 말은 ‘어록’이 되어 추앙받거나, ‘구설수’로 남겨져 흑역사를 만든다. 그런데 어떤 말이 과연 ‘어록’이 되는 걸까. 유려하고 수사학적인 표현이 들어간 말일까. 우리가 아는 유명 정치가의 ‘어록’을 살펴보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통합’의 메시지가 더욱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최근에 퇴임한 독일의 총리 앙겔라 메르켈의 말을 살펴보자. 그는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조사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도자’로 몇 년 동안 1위를 지켰다. 독일 내에서도 지지율이 70%에 육박하며, 그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자랑했다.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그의 어록 중 하나는 “갈등 사이에 다리를 놓아라”이다.

책 『메르켈 리더십』에 따르면 ‘합의의 리더십’은 그의 정치 성향을 상징하는 표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대뇌외적으로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했는데, 2015년에 있었던 난민 수용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당시 독일 국민들의 반대가 심했고, 이후 난민들의 범죄와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며 메르켈은 곤경에 처했지만, 메르켈은 특유의 진중한 연설로 국민들을 설득시키면서 독일 사회를 다시 안정시켰다.

유럽에 앙겔라 메르켈이 있었다면, 미국에는 버락 오바마가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알려진 오바마는 연설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책 『버락 오바마 설득의 연설문』의 저자 김복리는 “흑인이라는 것과 다문화 가정에서의 성장 배경, 그리고 정치적인 장애가 되었던 이름 등의 난관을 극복하고 무명의 정치인이었던 버락 오바마가 불과 4년 만에 미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데에는 뛰어난 연설가로서의 탁월한 역량 또한 큰 몫을 차지했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오바마는 정치 생활을 하면서 뛰어난 연설을 선보였는데, 오바마 연설의 정수는 2004년 미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 연설에서 나왔다.

“오늘 밤 나는 그들에게 전합니다. 진보적인 미국과 보수적인 미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미합중국이 있을 뿐입니다. 흑인의 미국, 백인의 미국, 라틴계 미국, 아시아계 미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미합중국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무명’인 오바마를 정계의 스타로 만든 것은 이 말이다. 인종 갈등, 이념 갈등에 지쳐있던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린 메시지였다. 이어 그는 2009년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통합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정치의 근본이 사회적 통합에 있음을 강조했다. 오바마가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때마다 미국은 잠시나마 사회적 갈등과 그로 인한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느 때보다 정치인의 말에 귀기울이게 되는 요즘이다. 한국 또한 젠더, 이념, 세대 등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다. 우리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쉽게 엎어지는 부실한 공약보다, 사회 통합을 제안하는 ‘어록’ 한마디가 더 필요할지 모르겠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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