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만 접종하면 팬데믹의 세계에서 벗어날까
백신만 접종하면 팬데믹의 세계에서 벗어날까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2.08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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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코로나19에 대한 세계적인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올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백신 접종자는 70여 개국에 1억 명을 넘어섰다. 한국도 정부가 일정을 구체화하는 등 조만간 백신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

과연 백신은 코로나를 잡을 수 있을까. 백신 접종이 늘면서 세계 최다 확진 국가인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등 백신은 일정 부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팬데믹 종결로 이어질 집단면역을 형성하기까지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현재의 접종 속도가 너무 더디다. 블룸버그는 “현재 속도라면 세계인구의 75%가 접종을 받는 데만 7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팬데믹 종결이 요원하다는 얘기이다. 이렇게 되면 집단면역 자체가 희망 사항으로 끝날 공산도 크다. 따지고 보면 세계에는 백신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국가가 적지 않다. 제 몸 조차 간수하기 힘든 선진국들이 이들 국가와 함께할 생각은 아직 없다. 무엇보다 접종 자체에 소극적인 이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은 팬데믹의 장기화를 우려하게 한다.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은 여럿 있다. 백신효과에 대한 불신과 부작용은 물론이고 생체실험을 떠올리는 과거 트라우마, 여기에 기이한 괴소문까지 겹쳐있다.

가장 원초적인 불신은 백신의 대부분이 시급성을 감안해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1, 2, 3상 시험 중 3상 시험을 건너뛰고 나와 안정성을 믿기 어렵다는 데서 시작된다. 백신 업체들이 밝히고 있는 면역 효과도 60%에서 90%대까지 제각각이다. 여기에 접종 후 발열, 오한, 근육통 등 일반적인 부작용 외에 쇼크 반응도 일어난다. 일부 백신의 경우 접종을 중단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과거 백신 개발 과정에서 목격됐던 생체실험을 연상해 접종을 머뭇거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경우 과거 비밀리에 시행했던 매독균 임상실험을 떠올리면서 인종차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수는 ‘현대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과학의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막연한 피해의식으로 치부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연말에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계의 백신 접종 희망률은 아시아계, 히스패닉계 등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괴소문의 경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관련된 것이 대표적이다. 일부 사람들은 빌 게이츠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 연구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해온 이유를 다른 목적이 있다고 믿는다. 백신 접종 시 마이크로칩이 이식돼 사람들의 위치추적이 가능하게 되고, 이는 곧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수익 재창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게이츠가 직접 나서서 해명에 나섰지만, 소문을 믿는 이들은 좀체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그 외 백신이 인구통제를 위해 계획된 것이라든가 백신 접종 시 외모가 변형된다는 등 다양한 소문이 있다. 국내에서는 한 종교단체가 신도들에게 백신을 맞으면 DNA가 바뀐다고 주장했던 경우도 있었다.

한국 사회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백신 접종 거부의 목소리가 큰 편은 아니지만 신중한 의견도 적지 않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1월 20~25일 성인남녀 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6.8%만이 접종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접종할지 말지 반반’이라는 의견은 37.5%, ‘접종 의향이 낮다’는 의견은 15.7%로 신중한 반응이었다.

‘백신에 대한 망설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19년 인류를 위협하는 10가지 위협에 포함돼 있을 정도이다. 책 『두 얼굴의 백신』의 저자 스튜어트 블룸은 백신에 대한 망설임의 원인을 초국적 기구 및 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설명한다. 블룸은 “백신에 관련된 중요한 결정은 초국적 기구에서 내리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며 “오늘날의 백신 접종 정책은 누구의 이익을 반영하고, 누구의 보건의료 관심사를 대변하는가”라고 되묻는다. 굳이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공공의 이익보다는 자사 이익 최우선의 제약사들에 대한 불만이 엿보인다.

그는 또 “사람들은 백신, 백신 접종, 백신 접종 담당자를 (국가, 의료 분야, 기술 과학 같은) 제도의 상징물로 이해한다”며 “접종거부라는 작은 반란을 꾀해 자신들이 지닌 불만을 표현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블룸의 이런 지적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실제 이런 국가일수록 백신 접종률도 높다. 이스라엘의 경우 처음에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가짜뉴스 등이 횡행하면서 접종률이 미미했으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현재는 접종률 1위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감안하면 코로나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백신이 아니라 백신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백신 관련 정보의 진위는 물론이고 관련 정보를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알리는 것만이 팬데믹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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