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 문화… ‘공유’ ‘취향’ ‘젠더’ ‘윤리’ ‘환경’
플렉스 문화… ‘공유’ ‘취향’ ‘젠더’ ‘윤리’ ‘환경’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11.02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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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최근 ‘플렉스’(flex)라는 말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플렉스는 ‘(준비 운동으로) 몸을 풀다’의 의미를 지닌 영어 단어인데, 경고와 위협의 몸짓으로 ‘근육을 불룩거리며 과시하다’(flex your muscles)라는 숙어로도 활용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플렉스의 뜻도 이와 유사하다. 여기서는 다만 ‘근육’이 아닌 ‘돈’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돈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과시하고 증명한다.

중요한 것은 젊은 세대들의 ‘플렉스 문화’(flex culture)가 필요 이상의 돈을 쓰며, 분수에 맞지 않는 생활을 뜻하는 ‘사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의 플렉스 문화는 ‘공유’ ‘취향’ ‘젠더’ ‘윤리’ ‘환경’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와 맞물려 있다.

첫 번째는 공유.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의 저자 김용섭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들은 공유경제를 통해 ‘소유의 포기’가 아닌 ‘소유의 진화’를 이룩했다. 그들이 최근에 본격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한 것은 집과 자동차다.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는 집과 차를 소유하는 대신, 그 돈을 자신에게 쓴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밀레니얼 세대는 내 집과 자동차를 버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으로 새로운 소비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바로 공유로 인한 플렉스다.

다음은 취향. 집과 차를 공유하기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는 그 돈으로 취향에 맞는 옷을 입고, 여행을 가고, 공연과 전시를 보러간다. 취미에 투자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덕질’하는 걸 더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다.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는) 있어 보이기 위해 비싼 물건을 사는 것보단 자기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것에 더 주목한다. 이런 태도 변화로 적은 돈으로 더 매력적인 경험과 소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취향에 의한 플렉스다.

다음은 젠더. 저자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젠더리스(genderless : 성별 파괴를 주 특성으로 하는 패션의 새로운 경향) 또는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 남녀 구분 자체를 없애려는 움직임)”을 소비한다. 오늘날 패션은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을 증명하는 기호다. 저자는 “성별은 물론이고 인종이나 신체 사이즈 등에서도 다양성 존중이 필수가 된 시대를 맞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밀레니얼 세대가 젠더에 의한 차별에 반대한다는 정치적 구호와 맞닿아 있다. 젠더에 입각한 플렉스다.

다음은 윤리. ‘동물복지’ ‘친환경’ ‘채식주의’는 소비에 있어서 윤리와 환경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키워드들이다. 또한 상속에 따른 세금 완납 문제, 정규직 문제, 심장병 어린이 돕기 등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기업의 상품을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하려는 태도 역시 이런 흐름과 맥이 닿아있다. 좋은 제품보다는 착한 제품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기업의 윤리적 기준이 좀 더 상향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리적인 플렉스다.

마지막은 환경. 저자는 기업들이 환경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소비자의 인식 변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기성세대가 환경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것과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환경보호를 필수 문제로 여긴다”며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세력으로 부상하고, 사회적 분위기도 친환경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하면서 기업들도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이어 “과거 세대들이 망쳐놓은 환경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할 그들로선 환경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소비를 할 때도 환경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인다. 환경 보호에 기초한 플렉스다.

밀레니얼 세대의 플렉스 문화는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동시에 타인의 삶의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와 연결된다. 말하자면 그들은 “나와 너의 행복 모두 중요하다”라는 가치관을 기본값으로 삼는 세대다. 그 기본값에 공유, 취향, 젠더, 윤리, 환경의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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