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 팜→치유 농장, 멀티 커리어리즘→겸업 현상… ‘라키비움’은?
케어 팜→치유 농장, 멀티 커리어리즘→겸업 현상… ‘라키비움’은?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10.20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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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새말모임’을 통해 우리말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국어가 퍼지기 전, 국민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제공하기 위해 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이다. 최근 새말모임이 발굴하고 선정한 우리말 대체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봤다.

첫 번째는 ‘케어 팜’(care farm)이다. ‘케어’(care)는 명사로 ‘돌봄’, ‘팜’(farm)은 ‘농장’을 뜻하는 영어 단어다. 케어 팜은 농장이나 텃밭 등을 운영함으로써 심리적·사회적·신체적 건강을 회복하거나 증진하도록 하는 것 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설을 말한다. 최근 케어 팜은 코로나19로 심리적 우울을 겪는 사람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케어 팜의 우리말 대체어는 ‘치유 농장’으로 선정됐다.

다음은 ‘원루프 서비스’(one-roof service)다. ‘루프’(roof)는 명사로 ‘지붕’, 동사로는 ‘지붕을 덮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다. 원루프 서비스란 특정 업무에 필요한 여러 과정과 기능을 한데 모아 종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분산돼 있던 관련 기관들이 한 건물에 유치돼 업무를 한곳에서 처리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원루프 서비스의 우리말 대체어는 ‘한 지붕 서비스’로 선정됐다.

다음은 ‘라키비움’(larchiveum)이다. 라키비움은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 등 세 단어를 결합한 말이다. 도서관과 기록관 그리고 박물관의 기능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방문자들은 여러 유형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휴게나 모임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문화 복합 공간으로도 인기가 높다. 라키비움의 우리말 대체어로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선정됐다.

다음은 ‘멀티 커리어리즘’(multi-careerism)이다. 최근 젊은 세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사회적 성공이나 명예보다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아실현에 더 힘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하나의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직업에 준하는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면서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를 멀티 커리어리즘이라고 한다. 멀리 커리어리즘의 우리말 대체어로는 ‘겸업 현상’이 선정됐다.

다음은 ‘에이징 테크’(aging tech)와 ‘디지털 에이징’(digital aging)이다. 전자, 정보 통신 등 과학 기술로부터 소외될 수 있는 노년층을 위해 이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기술이 에이징 테크라면, 디지털 문화와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고 정보통신기술을 잘 활용하면서 나이 드는 것이 디지털 에이징이다. 에이징 테크와 디지털 에이징의 우리말 대체어는 각각 ‘고령 맞춤 기술’과 ‘고령층 정보화’로 선정됐다.

다음은 ‘스몰 라이선스’(small license)이다. 스몰 라이선스는 행정상의 인허가 단위를 세분화해 특정 업무에 대해서만 간소하게 인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주로 규제 산업인 은행업, 보험업, 증권업 등 인허가 조건이 까다로운 금융 분야에서 업무 단위로 가벼우면서도 간소하게 인허가하는 방식이 많다. 스몰 라이선스의 우리말 대체어로는 ‘소규모 인허가’가 선정됐다.

[자료출처=국립국어원]

마지막은 최근 일본식 용어를 우리말로 다듬은 사례다. 앓는 사람이나 다친 사람 곁에서 돌보고 시중드는 ‘개호’는 ‘간병’으로. 비어있는 칸이라는 뜻의 ‘공란’은 ‘빈칸’으로. 척추동물의 머리를 이루는 뼈를 통틀어 이르는 말인 ‘두개골’은 ‘머리뼈’로. 성명과 소속 등을 적어서 달고 다니는 팻말인 ‘명찰’은 ‘이름표’로. 물이 얼기 시작할 때 또는 얼음이 녹기 시작할 때의 온도를 뜻하는 ‘빙점’은 ‘어는점’으로. 나머지 금액을 뜻하는 ‘잔고’는 ‘잔액’으로. 문서나 고지서 따위에 자를 수 있게 나타낸 선인 ‘절취선’은 ‘자르는 선’으로. 분필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게 만든 판인 ‘흑판’은 ‘칠판’으로 순화해서 사용하자.

책 『언어인간학』의 저자 김성도는 “인류는 소통했기에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저자의 말처럼 어려운 외국어가 아닌,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사용은 단순한 소통의 문제를 뛰어넘어 인류의 생존의 문제와 맞닿아있다. 우리말 사용의 중요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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