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기생충·동경 이야기·나의 특별한 형제’
[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기생충·동경 이야기·나의 특별한 형제’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10.04 0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가족영화’란 말 그대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를 지칭합니다. 사전은 가족영화를 “가족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하거나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정의하는데, 이는 가족영화의 ‘소재적인 측면’과 ‘관람 방식’을 아우르는 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논문 「한국 가족영화의 서사와 양식체계의 변화에 관한 연구」의 저자 서의석은 “현대 영화의 장르적 특징은 모든 장르가 혼합된 형식을 보이며 뚜렷한 하나의 특징을 보이기보다는 영화적 상업성을 고려해 관객이 선호하는 재미적 요소를 복합적으로 결합해 영화의 내러티브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가족영화 역시 뚜렷한 장르적 특징을 드러낸다기보다는 장르적 혼합을 통해 모호한 경계를 드러내며 장르적으로는 상업적 특성을, 주제와 소재 면에서는 가족을 중심에 배치해 가족영화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며 “오히려 가족영화는 장르적 성격이 아닌 관람형태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으로 명칭이 사용”된다고 말합니다.

즉 가족영화는 사전적 정의 그대로 가족을 서사의 중심에 배치하거나 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영화를 통칭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저자의 논의처럼 가족영화는 단일한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데, 이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을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스틸컷

<기생충>에는 총 세 유형의 가족이 등장합니다. 바로 ‘기택’(송강호), ‘박사장’(이선균), ‘문광’(이정은) 가족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세 가족의 대결 구도를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기생충>은 가족을 중심에 배치하기 때문에 분명히 가족영화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생충>을 오로지 ‘가족영화’로만 규정지을 수 있을까요?

<기생충>은 전반부에서 ‘케이퍼 영화’(caper movie : 무언가를 강탈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영화)로서의 장르적 특징을 보입니다.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박사장 집안의 과외교사로 취직한 ‘기우’(최우식)에 이어 나머지 가족이 연달아 박사장 집안의 미술 교사, 가정부, 운전 기사로 취직하는 과정은 케이퍼 무비에서 도둑들이 무언가를 강탈하는 행위와 유사합니다.

이후 기택 가족에 의해서 일자리를 잃은 문광이 한밤중에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 <기생충>은 케이퍼 무비에서 ‘호러 영화’(horror movie : 관객에게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로 급격한 장르 전환을 이룹니다. 즉 <기생충>은 기본적으로 가족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케이퍼 영화와 호러 영화의 장르적 특성 또한 지니고 있는 것이죠.

오즈 야스지로 감독, 영화 <동경 이야기> 스틸컷

이와는 반대로 오롯이 가족의 이야기만을 담은 영화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오즈 야스지로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을 예로 들 수 있는데, 특히 오즈의 <동경 이야기>(1953)는 일본영화사에서도 손꼽히는 가족영화입니다. 영화는 도쿄에 사는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 노부부의 여정을 통해 삶과 죽음의 문제를 이미지화합니다.

육상효 감독,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

소위 ‘유사가족’(類似家族 : 가족과 비슷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집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도 있습니다. 육상효 감독의 <나의 특별한 형제>는 광주에 살고 있는 최승규씨와 박종렬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고아원에 버려진 두 인물이 비록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친형제 이상의 교감을 나누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가족이란 무엇인가?’ ‘꼭 피를 나누어야만 가족인가?’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처럼 혈육을 기반으로 한 가족공동체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 상황에서 가족의 의미를 좀 더 확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메시지를 가진 영화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